[담박인터뷰] 묻지마범죄 '가석방 없는 종신형'..."사형제도 연계해 고려하고 예산도..."

전용우 기자 2023. 8. 18.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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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박인터뷰
진행 - 전용우 선임기자
대담 - 김지선 선임연구위원 /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일시 - 2023. 8. 18

인터뷰 요약
◇"가석방 희망 없는 수용자 관리 큰 쟁점...사망 때까지 들어가는 예산 고려도"
◇"범죄피해자 구조ㆍ지원금 상한액...피해자 원상 회복 측면서 충분하지 않아"
◇"서현역 '묻지마 범죄' 뇌사 피해 20대 여성...완전히 치료될 때까지 지원이 맞아"
◇"비수도권 범죄피해자지원센터...자원 부족해 국가가 운영 생각해볼만"
◇법무부, 피해자 지원 컨트롤타워?..."다양한 행정력 갖춘 지자체가 중심 돼야"

인터뷰 전문

Q 한덕수 총리는 (17일) 묻지마 범죄에 대해서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 도입 원칙을 밝혔습니다. '사법입원제'를 함께 추진한다고도 했고요. 이러다 보니까 가해자나 잠재적 가해자를 사회로부터 완전히 분리하는 데 방점을 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따르는데요

A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는데 일단 '묻지마 범죄'가 나타나는 양상이 그 결과가 사람이 죽는 살인일 수도 있고요 상해일 수도 있는데 이것에 대해 일괄적으로 가석방 없는 무기형 도입 원칙을 밝혔다는 건 너무 좀 포괄적인 접근인 것 같고요.”

Q 우려되는 문제점이 있나요

A "우리나라가 지금 사형 제도를 갖고 있으나 실질적으로 이제 폐지된 국가로 분류가 되고 있고요. 사형제가 폐지된 상황에서 가석방 없는 무기형 도입을 해야 된다는 건 이전부터 논의가 됐던 상황입니다. 그럼에도 진척이 안 됐던 이유는 일단 교도소에서 가석방이란 희망 없이 있는 수용자들을 어떻게 관리할 수 있을까라는 게 굉장히 큰 쟁점이고요. 두 번째는 가석방 없이 교도소에서 사망할 때까지 관리하는 막대한 예산은 전혀 고려하지 않아도 될 것인가...“

Q 묻지마 범죄의 가해자나 잠재적 가해자를 사회로부터 완전히 분리한다는 것이 일견 형식적으로 봤을 때는 (적절하다) 이런 정책이지만 실질적으로 적용하는 데는 상당히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군요

A "자기가 평생 교도소에 있다가 죽을 때나 나갈 수 있다라는 게 정해진 가석방 없는 무기형 수용자들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가 쉽지 않을 거라고 보입니다. 그 다음에 정신질환에 의한 범죄를 저지른 범죄자를 어떻게 시설 내에서 치료하고 사후적으로 관리할 것인가에 대해서 좀 더 초점이 맞춰졌으면 합니다. 그래서 가석방 없는 무기형 도입은 사형 제도랑 연결해서 좀 더 치밀하게 계획을 세워 도입을 하는 걸 고려할 필요가 있고요.“

Q 가해자가 있다면 피해자가 있는데요. 최근 분당 서현역 흉기 난동 사건으로 뇌사에 빠진 20대 피해 여성 사례를 통해서 피해자들에 대한 구조금, 지원금이 충분치 않다는 여론이 높습니다. 정부가 제때 현실에 대응하지 못한 이유일까요

A "형사정책 분야 중에서 최근 15~20년에 걸쳐 비약적인 발전을 한 부분이 사실 피해자 보호 지원 부분인데요. 그럼에도 피해자들에게는 이게 충분치 못하다는 문제점들이 있기는 합니다. 일단 구조금 지원 대상자가 굉장히 협소하고요.“

Q 피해 구조금과 지원금...현실 반영 못하고 있나요

A “유족 구조금을 예를 들면 (피해 사망자의 월급여액이나) 직장을 다니지 않는다고 하면 '평균 임금'의 개월 수를 곱해서 구조금을 지급하게 돼 있는데 유족 구조금에는 48개월, 장해 구조금인 경우에는 40개월만 곱해 지급을 할 수 있도록 돼 있습니다. 살인 범죄에 의한 유족 구조금을 받는 경우에는 최대 받을 수 있는 게 1억 6000만원 정도고요. 장해는 1억 3000만 원 정도거든요. (서현역) 20대 피해 여성의 경우에는 원상회복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너무 충분하지 않은 것이죠. 이런 경우에는 장애가 완전히 없어질 때까지 치료될 때까지 치료비를 구조금을 지원하는 게 맞을 것 같고요.“

Q 서현역 20대 피해 여성의 경우는 입원비가 일주일도 안 돼 천만 원을 훌쩍 넘었어요. 그러다 보니 1년 지원금 한도를 넘는다는 지적이 나오거든요

A "맞습니다. 그래서 특히 중상해 피해자 같은 경우에는 치료비만큼 지급하는 게 원칙적으로는 맞다라고 하고 있죠.”

Q 실비로 지원해줘야 한다는 거군요. 한동훈 장관, 검찰청과 피해자지원센터에 최대 지원 당부…실효성은

A "법무부에서 구조금을 확대하기 위해 굉장히 많이 노력을 벌였는데 이게 법 개정 사항이다 보니 쉽지 않았고요. 이런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 구조금 대신 경제적 지원금이라는 제도를 만들어 계속 확대를 했습니다. 치료비도 장례비도 심리치료비도 (생계비도) 주고 여러 가지 방식으로 경제적 지원 부분을 확대시켜 왔는데요. 장기적으로 보면 이 구조금과 경제적 지원금을 하나로 합쳐 지급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범죄인이 낸 벌금의 8%로 마련된 피해자지원 기금...피해자 의견은

A "구조금은 기금에서 나오게 돼 있고요. 범죄피해자 보호기금은 범죄자가 낸 벌금에서 일정 비율을 떼 그걸로 활용하는 건데요. 전체적으로 구조금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기금의 활용처를 범죄피해자에 대한 구조금과 같은 직접 지원 중심으로 짜고 그 외에 나가는 돈들은 그냥 각 부처에 일반 사업비의 재원으로 돌리는 방향으로 가는 게 맞고요.“

Q 이른바 '묻지마 범죄' 피해자 지원을 전담하는 게 범죄피해자 지원센터인데 비영리 민간기구잖아요. 혹시 정부가 직접 운영해 힘을 좀 얻어야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요

A “다른 여성단체나 아동학대 관련 지원 단체의 종사자에 비해서도 현저하게 인건비나 지원금이 낮은 건 사실입니다. 그러다 보니 전문성과 역량을 갖춘 활동가들이 이 단체에 와서 활동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고요. 두 번째 문제는 민간에 맡기다 보니 서울이나 수도권 같이 관련 자원들이 풍부한 데는 역할을 충분히 할 수가 있습니다. 그런데 지방으로 내려갔을 경우에 범죄피해자 지원센터 혼자서 피해자 지원을 못하거든요. 피해자의 욕구는 굉장히 다층적이고 복합적이기 때문에 이 센터에서 모든 자원을 대기하고 있다 한꺼번에 투입할 수가 없어요. 그러니까 상대적으로 자원이 적고 운영이 잘 안 되는 지역에서는 국가가 운영하는 센터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정부는 법무부가 나서 모든 방법 동원해 피해자 지원하겠다 제공하겠다고 하고, 지자체들은 지자체대로 TF를 만든다 조례안을 개정한다 분주합니다. 이렇게 정부 부처 간 혹은 중앙정부와 지자체 간의 분산된 지원 절차의 간소화 혹은 일원화 필요성에 대해서 어떻게 판단하시나요

A “피해자 지원을 체계적으로 신속하게 하려면 밑에서 움직이는 행정력이 있어야 되잖아요. 근데 지금 법무부는 사실 없는 거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지방정부 안에 다양한 행정 부서가 있고 많은 자원들을 갖고 있잖아요. 집에 못 돌아갈 상황이어서 주택을 지원해줘야 된다 아니면 긴급 생계비를 지원해 줘야 된다 의료를 지원해 줘야 된다, 이런 자원들은 지자체는 다 갖고 있는데 법무부는 못 갖고 있단 말이죠. 저는 장기적으로는 지자체가 중심이 돼서 피해자 지원을 해야 굉장히 복합적이고 체계적인 지원이 신속하게 이루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 경찰에서는 '묻지마 범죄'라는 것을 지난해부터 '이상동기 범죄'라는 새로운 표현까지 사용하고 있습니다. 두 용어에 대한 견해는 어떻습니까

A “사실 '묻지마 범죄'라는 게 학술적인 용어는 아닙니다. 그리고 이것이 자칫 가해자에게 뭔가 자기 잘못한 거에 대해서...“

Q 면탈(면죄부)해준다는?

A "가해자 입장에서 보면 내가 누구를 대상으로 했는지 동기나 대상이나 이런 것 '아무것도 묻지 마 내 마음대로 한 거야' 라는 의미여서 학술적인 용어가 아니기 때문에 이것을 대체할 수 있는 용어를 찾아야 된다는 부분에서 이 분야 전공하신 분들이 계속 논의가 있었습니다. 그 대안 중에 하나가 '이상동기 범죄'라고 할 수는 있는데요. 근데 여기서 이상 동기라는 표현을 쓰면 뉘앙스 자체가 정신 이상 쪽으로만 가는 뉘앙스가 있는데요. 묻지마 범죄가 반드시 정신장애를 갖고 있는 사람에 의해 발생하는 것만은 아닙니다. 사회가 계속 양극화되고 사회적으로 불만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 의해서 묻지마 범죄가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에 이상동기 범죄라는 것은 현상을 부분적으로 설명하는 단어이기 때문에 좀 대체할 만한 단어를 찾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전용우 선임기자의 [담박인터뷰]는
멋내지 않았지만 깊게 여운을 남기는 담박한 음식의 풍미처럼 우리 사회의 이슈와 삶을 관통하는 인물과 현장의 소식을 담담한 시각으로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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