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뛰는 변동성에 투기판 된 동전주 ETN…호가 개선 언제쯤?
비정상적이나 투자 인기는 '최상'…조기청산도 불가능
최근 국제유가 변동성이 커지는 가운데 서부텍사스산원유(WTI) 하락에 베팅하는 일부 상장지수증권(ETN)에서 기현상이 관측되고 있다. 100원 수준으로 낮아진 가격 탓에 호가 한 번 변경에 5% 등락률을 보이고 있어, 유가가 하락할 때 2배의 수익을 얻는 상품이지만 실제로는 이와 다르게 움직이고 있다.
유일한 해결 방법은 호가 단위 축소로 보인다. 한국거래소도 이러한 문제를 확인하고 지난해 말 개선하겠다고 발표했으나 아직 개선되지 않은 상황이다.
한 번에 5%씩 변동하는 주가…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7일 '삼성 인버스 2X WTI원유 선물 ETN'(이하 삼성 ETN)의 종가는 120원으로 전일 대비 4.35% 상승했다. 반면 같은 구조의 ETN인 'KB S&P 인버스 2X WTI원유 선물 ETN'(이하 KB ETN)은 3.18% 상승하는 데 그쳤다.
두 종목은 모두 WTI유가가 하락할 때 2배의 수익을 얻는 인버스 레버리지 상품이다. 기초지수도 'Dow Jones Commodity Index 2X Inverse Crude Oil TR'로 같으며, 총보수도 0.75%로 동일하다.
이처럼 사실상 같은 상품인데도 최근 등락률을 살펴보면 격차가 나고 있다. 지난 14일에도 KB ETN이 전일 대비 1.68% 상승할 때 삼성 ETN은 4.76% 상승했으며, 11일에는 KB ETN이 5.09%나 올랐으나 삼성 ETN은 가격 변화가 없었다.
이 같은 차이가 나타나는 이유는 삼성 ETN의 주가가 100원 수준의 동전주이기 때문이다. 주식시장에서 거래되는 ETN은 주식처럼 호가를 제시하면서 거래한다. ETN의 최소 호가단위는 5원인데, 100원에서 한 호가만 올라도 105원으로 5%나 상승하기 때문이다.
최근 국제유가가 상승세를 보이면서 인버스 레버리지 ETN의 가격이 하락했고, 100원 수준으로 떨어지며 호가에 따른 변동성 효과가 극심해지고 있다.
같은 동전주 원유 인버스 레버리지 ETN인 'QV 인버스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H)'과 '신한 인버스 2X WTI원유 선물 ETN(H)'도 100원 밑에서 가격이 형성돼 한 호가에 5% 이상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정상화 방법은?
이들 상품이 동전주가 된 이유는 지난 2020년 WTI 폭락사태 때문이다. 당시 국제유가 가격은 코로나19로 인해 마이너스까지 하락하는 상황도 나타났다. 이후 국제유가가 다시 회복하면서 인버스 ETN의 가격이 계속해서 내림세를 기록, 100원대까지 하락한 것이다.
변동성이 커지자 금융 당국은 액면병합, 조기청산 등의 방법을 고려했으나 시행하지 못했다. 상법상 액면병합은 주식에서만 가능하고, 채권의 성격을 가진 ETN의 병합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또 투자설명서 상 조기청산이 가능하다는 조항이 없어 상품의 청산도 어려웠다. 한국거래소가 원유 ETN의 급등락 이후 동전주 ETN의 등장을 막기 위해 장 종료 시점 실시간 지표 가치가 1000원 미만으로 내려가면 조기청산할 수 있다는 조항을 만들었으나, 기존 ETN에는 해당 조항이 없어 적용이 불가능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조기청산 제도가 도입되기 전 발행된 상품은 소급 적용이 어렵고, 투자설명서에도 조기청산 위험에 대해 고지되지 않았다"며 "현재 발행된 증권 수를 보면 해당 ETN을 보유한 투자자들이 너무 많아 임의적으로 청산할 때 문제가 크다고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삼성 ETN의 상장 증권수는 14억9700만주이며, KB ETN의 상장 증권수는 100만주다.
정상적인 거래가 불가능한 동전주 ETN의 투자수요를 분산하기 위해 지난해 조기청산이 가능한 신규 ETN이 출시됐으나 투자자의 선택은 동전주 ETN으로 향하고 있다. 매매 타이밍만 잘 맞춘다면 2배 레버리지 이상의 효과를 거둘 수 있어 높은 변동성에 주목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 4개 상품의 8월 월간 평균 거래량을 보면 삼성 ETN은 1397만5135주, 신한 ETN은 784만67주, QV ETN은 105만4147주였다. 그러나 신규 ETN인 KB ETN은 4107주에 불과했다. 레버리지 ETN이 높은 변동성을 기대해 투자하는 상품이기에 더 높은 변동성이 나타나는 동전주 ETN 투자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것이다.
호가를 낮추면 해결되는데…
동전주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 중에서는 호가 단위를 낮추는 방식도 있다. 근본적인 문제가 된 호가 영향력을 축소하면 변동성을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거래소는 ETN은 가격과 무관하게 5원의 호가단위를 적용하고 있다. 반면 주식은 2000원 미만은 1원, 2000원 이상~5000원 미만은 5원, 5000원 이상~2만원 미만은 10원인 식으로 가격에 따라 호가단위가 다르다.
ETN도 주식처럼 1000원 미만 종목의 호가를 1원으로 낮추면 동전주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1원 단위로 가격이 변한다면 100원짜리 종목이어도 1% 단위의 등락률을 보일 수 있어서다.
거래소는 지난해 말 관련 규정을 개정해 ETN 호가단위도 주식처럼 변경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다만 아직 규정이 개정되지 않은 상황이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개정 시기를 확정하진 않았으나 추진 중이다"라고 설명했다.
최성준 (csj@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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