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PU값 폭등에"…국가슈퍼컴 6호 구축 일정 차질 우려

윤현성 기자 2023. 8. 18.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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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29억 들여 600PF 성능 슈퍼컴 목표…기업 공모 유찰돼
비핵심장비 줄여 예산 맞춘다…'GPU 중심'으로 슈퍼컴 구축
[대전=뉴시스] KISTI의 슈퍼컴퓨터 누리온.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윤현성 기자 = 국가 슈퍼컴퓨터 6호기 구축 계획이 위기에 빠졌다. 사업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했을 때보다 부품 가격이 급등하면서 사업 참여 기업 공모가 유찰됐다.

더 큰 문제는 이미 국가 슈퍼컴퓨터 6호기 사업 예산 및 목표 성능이 확정돼 계획을 수정하기도 어렵다는 점이다. 국가 슈퍼컴퓨터 구축 사업을 주관하는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은 '비핵심 장비' 비용을 최대한 낮춰 늦어도 내후년 초까지는 구축을 마친다는 계획이다.

KISTI는 18일 국가 슈퍼컴퓨터 도입 및 서비스 개시 35주년을 맞아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국가 슈퍼컴퓨터 6호기 구축 사업은 지난해 8월 예타를 통과한 바 있다. 총사업비 2929억원을 들여 600페타플롭스(PF) 성능의 슈퍼컴퓨터를 구축하는 것이 골자다. 현재 운영 중인 국가 슈퍼컴퓨터 5호기 '누리온'(약 25.7PF)의 약 23배에 달하는 성능이다. PF는 슈퍼컴퓨터의 성능을 측정하는 단위인데, 1PF는 컴퓨터가 1초당 1000조번을 연산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타 통과 이후 사업 참여 기업 공모 유찰…부품값 급등에 전략 수정 불가피

슈퍼컴 6호기, CPU 중심→GPU 중심으로 전환…계산 과학·AI 연구 등 활용

[서울=뉴시스]김재수 KISTI 원장이 18일 국가 슈퍼컴퓨터 도입 및 서비스 개시 35주년 맞이 기자간담회에서 그간 국가 슈퍼컴퓨터의 성과와 향후 계획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윤현성 기자)
지난해 예타 통과 이후 KISTI는 슈퍼컴퓨터 구축 사업에 참여할 기업 공모를 진행했다. KISTI는 레노버, 아토스, HPE 등 글로벌 사업자의 참여를 기대했으나 참가 의사를 밝힌 기업은 한 곳도 없다. 사업 공모는 지난 8일 최종 유찰됐다.

당초 KISTI는 국가 슈퍼컴퓨터 6호기 사업 예타를 준비하면서 CPU(중앙처리장치), GPU(그래픽처리장치) 등의 가격을 비교적 여유 있게 책정한 바 있다. 5호기 때와 비교해보면 GPU 가격을 3배 이상 높게 잡았을 정도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면서 '반도체 대란'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부품값 폭등 현상이 나타났다. 이에 더해 올해 들어 챗GPT를 비롯한 생성형 AI 열풍이 불면서 전세계적으로 GPU 수요가 폭증, 가격 협상이 매우 어려워졌다는 게 KISTI의 설명이다.

엔비디아의 경우 고가 정책을 펼치며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가격이 기하급수적으로 뛰고 있는 상황이다. 신모델이 나오더라도 기존 모델의 가격을 낮추는 게 아니라 차기 모델 가격을 계속 높이는 방식을 쓰고 있는 것. 수요가 계속되다 보니 업체들이 이같은 '배짱'을 부릴 수 있는 셈이다.

이번 공모 유찰로 인해 국가 슈퍼컴퓨터 6호기 구축은 최소 두 달 가량 미뤄질 전망이다. KISTI는 사업 계획을 일부 수정해 다음주 조달청에 다시 보내고 입찰을 새로 진행할 방침이다.

우려되는 점은 제약이 많다는 것이다. 이미 예타가 통과된 만큼 2929억원 예산으로 600PF 성능을 내야 한다는 계획은 바꿀 수 없다. 즉 부품값이 폭등한 상황에서 한정된 예산을 그대로 가진 채 기업들과의 협상에 성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업 예산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기획재정부 등 부처와 협의하는 과정부터 다시 밟아야 한다.

이에 KISTI는 일부 성능을 조금 희생시키더라도 국가 슈퍼컴퓨터 6호기의 비핵심장비에 소요되는 예산을 최대한 줄일 심산이다. 슈퍼컴퓨터에서 제일 중요한 부품은 CPU와 GPU인데, 이들이 가격의 거의 절반 수준을 차지한다. CPU와 GPU 외에 메모리, 스토리지, 네트워크 장비 등의 비용을 조정한다는 것이다. 내주 조달청에 넘길 수정 계획도 이같은 내용을 담을 전망이다.

사업 공모가 유찰된 만큼 아직 국가 슈퍼컴퓨터의 구체적인 구축 방안이나 향후 활용 계획 등은 발표되지 않았다. 다만 6호기의 경우 5호기 누리온과 달리 GPU 중심의 장비가 될 전망이다.

GPU 기반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주요 이유는 비용 문제와 최근 연구계 트렌드의 변화 때문이다. 현재 CPU 중심 시스템이 적용된 누리온은 전기료만 매년 약 50억원 수준이다.

6호기의 경우 연 전기료가 약 180억원 수준으로 예상되는데, 만약 똑같은 600PF 성능의 슈퍼컴퓨터를 CPU 중심으로 구축할 경우 연 전기료만 400~500억원에 달할 수 있다. 설치 공간이 훨씬 더 많이 필요하다는 것도 CPU 중심 장비의 단점이다.

6호기는 600PF 성능 중 약 98%가 GPU에서 나올 전망이다. 나머지 2%는 CPU가 그대로 유지되는데, 이는 기상예측·항공 등 일부 영역에서는 CPU 사용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6호기에서는 CPU 비중이 2%에 불과하지만, 실제 성능은 누리온 전체 성능의 절반에 달한다는 게 KISTI의 설명이다.

아울러 GPU 비중을 늘린 것은 국가 슈퍼컴퓨터의 핵심 고객인 연구자들 사이에서 GPU 사용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 급격히 떠오르고 있는 생성형 AI 뿐만 아니라 시뮬레이션, 데이터 중심 연구자들이 GPU 사용을 본격화하는 추세다. 6호기 도입 이후에는 GPU의 약 70%가 이같은 계산 과학에 활용되고, 나머지 30%가 AI 연구 등에 쓰일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6호기는 종전의 국가 슈퍼컴퓨터들보다 국가 현안 분석, 사회 기여 등을 위한 정책적인 영역에서도 활용도를 더 키울 전망이다. KISTI는 6호기 서비스를 2024년 말~2025년 초께 본격 시작하고 이론상 5년 가량 가동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재수 KISTI 원장은 "부품 값 상승에 환율 악화 등까지 겹치면서 국가 슈퍼컴퓨터 6호기 사업이 계속해서 고초를 겪고 있다. 6호기가 그간 슈퍼컴퓨터 구축 사업 중 가장 최악의 환경에 놓였다고 볼 수 있는 수준"이라면서도 "저희 메인 고객인 연구자 분들도 슈퍼컴퓨터를 활용해서 빨리 연구하고 성과를 내야하는 상황이다. 이르면 내년 연말에 서비스를 개시하겠다는 목표는 계속 갖고 가겠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hsyhs@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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