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괴 직전의 소아 의료체계…인력 수련비용 국가가 부담해야"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소아 의료체계 붕괴 위기를 극복할 방법으로 국가의 의사 인력 양성 지원과 의료수가 인상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 16일 '2023년 국정감사 이슈 분석' 보고서를 내고 소아청소년과(소청과) 위기 대응 개선방안에 대해 이같이 제언했다.
소청과는 코로나19 유행 이후 동네 의원(진료과) 사이에서 폐원 기관이 개원 기관을 넘어서는 개·폐원 역전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소청과 의원은 2018년 개원 122곳·폐원 121곳, 2019년 개원 114곳·폐업 98곳이었는데 코로나19 유행이 시작된 2020년 개원 103곳·폐원 154곳, 2021년 개원 93곳·폐원 120곳이었다.
2022년 회복돼 개원 87곳·폐원 57곳으로 개원 기관 수가 더 많았으나 추세를 볼 때 폐원이 개원을 앞지를 가능성은 여전하다고 입법조사처는 분석했다.
특히 소청과 유입 인력이 크게 줄었다. 2022년 소청과 전공의 모집 결과 총모집 인원 199명 중 33명만 지원해 지원율이 16.6%까지 떨어졌다.
이른바 'BIG 5'로 불리는 서울아산병원·서울대학교병원·삼성서울병원·세브란스병원·서울성모병원 중 소청과 정원을 채운 곳은 서울아산병원뿐이다.
1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올 하반기 인턴 및 레지던트 1년차 전공의 모집 결과 소아청소년과는 143명 모집에 고작 4명(2.8%)에 그쳤다.
◇"외국은 수련의의 안정적 생활을 위한 재정 지원 중"…우리 정부도 나서야
이에 대해 입법조사처는 소청과를 포함한 필수의료 인력 수련비용을 국가가 부담하는 등 인력 양성 과정에 있어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대한의사협회에 따르면 국내 수련병원의 5개 진료과(내과·외과·소아과·산부인과·가정의학과) 전공의 1인당 연평균 수련비용은 약 1억5000만원, 인턴 1인당 평균 수련비용은 7300만원으로 추산된다.
특히 필수의료에 해당할 산부인과는 2억1000만원, 소청과는 1억8000만원으로 평균보다 높다. 이에 따라 2020년 모집한 산부인과 전공의 103명과 소청과 122명의 수련비용을 계산했을 때 각각 약 930억원, 960억원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된다.
입법조사처는 "미국·영국·독일·일본·캐나다 등에서는 의사 양성 비용의 상당 부분을 국가와 사회가 부담하고 있으며 의료 서비스를 사적 재화가 아닌 공공·사회적 가치재로 인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나라처럼 수련의에게 계약 관계에 의한 노동 대가로 '봉급'을 주는 게 아니라 지도교수와 수련의의 관계를 전제로 수련의의 안정적인 생활을 위한 재정적 지원에 나서고 있다"고 지적했다.
입법조사처는 "해당 국가에서는 공공재로서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의사 인력을 양성한다는 측면에서 국가 재원, 건강보험 재정 등을 통한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공공정책수가 실효성 담보하면서 소아 일반진료 수가는 인상 필요
아울러 입법조사처는 필수의료를 지원하기 위해 정부가 시행할 '공공정책수가' 제도가 실효성을 담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행 행위별 수가만으로는 진료 빈도가 낮거나 수익이 낮은 분야의 공급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에 공공의료 기능을 담당하는 곳에 별도 수가를 매겨 보상한다는 게 공공정책수가 제도의 취지다.
중증 소아진료 보상 강화 대책으로 시행하는 '어린이공공전문진료센터 사후 보상 시범사업'은 해당 병원의 의료적 손실에 대한 사후 보상방식, 일종의 공공정책수가를 채택하고 있다.
입법조사처는 "면밀한 비용 계산을 통해 센터로서 기능하기 위해, 필요한 병원별 비용이 얼마인지 확인하고 해당 비용을 매년 사후 보상해 주는 방식으로 체계 개편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또 사후 보상 적용을 위해서는 어린이공공전문진료센터의 전체 수익과 비용을 모 병원과 분리해 계산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와 함께 어린이공공전문진료센터의 기본적 필수 기능 정의, 질 평가 프로그램 도입, 인력 수급을 위한 제도 정비 등 다방면의 정책도 필요하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중증 환자나 신생아 진료에 대한 충분한 보상과 더불어 근본적으로 소청과 진료 시스템 정상화를 위해 출산율과 소아 인구를 고려한 소아 일반진료 수가 인상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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