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암에 진행 정도도 비슷한데··· 왜 환자마다 쓰는 약이 다를까
폐암이 다른 장기까지 전이돼 항암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 A씨는 검사 과정에서 특정 유전자의 돌연변이가 확인됐다. 그는 이 유전자 변이가 나타난 환자들에게 더 나은 치료효과를 보이는 ‘표적치료제’를 복용한다. 최근 약물치료의 표적이 되는 변이의 범위가 넓어지고, 새로운 약도 뒤이어 개발되면서 이 같은 표적치료제로 치료를 받는 암 환자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A씨와 마찬가지로 암이 전이돼 폐암 4기인 환자 B씨는 표적치료제를 복용하지 않는다. A씨에게 나타난 유전자 변이가 B씨에겐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실 대부분의 폐암 환자는 표적치료제가 대상으로 하는 변이가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 다만 B씨는 암세포에 있는 특정 단백질이 발현되는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B씨는 자신과 비슷한 상황에 있는 환자들에게 좋은 효과를 보이는 ‘면역관문억제제’를 투약하고 있다.
항암치료에 활용되는 약물 치료법이 발전하면서 진행성·전이성 암 환자들의 생존율과 삶의 질도 크게 개선되고 있다. 최근에는 암의 진행단계뿐 아니라 환자마다 다르게 나타나는 유전자의 돌연변이 여부 및 암세포가 발현하는 물질의 특성을 고려해 각각의 상황에 맞는 처방이 이뤄지고 있다. 같은 암이 비슷한 정도로 진행된 동년배의 두 환자라도 항암치료에 쓰이는 약이 전혀 달라질 수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암 치료의 방법은 크게 국소치료와 전신치료로 나뉜다. 1기를 포함한 초기 암은 수술로 종양을 절제하는 방법을 포함한 국소치료가 주된 치료법이다. 하지만 2~3기 이상의 진행성 암과, 처음 암이 발병한 부위에서 떨어진 장기까지 암이 전이된 4기 전이성 암에는 전신 약물치료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전신치료에 쓰이는 약은 크게 ‘세포독성 항암제’와 ‘표적치료제’, ‘면역관문억제제’로 나눌 수 있다.
이들 중 가장 먼저 등장해 1세대로 불리는 세포독성 항암제는 현재까지도 암 환자의 치료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다만 이름처럼 암세포뿐만 아니라 정상 세포에도 독성을 나타내기 때문에 부작용이 적지 않다는 단점이 있다. 오충렬 중앙대병원 암센터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세포독성 항암제는 설사·점막염·구역·구토 등의 증상과 호중구감소 등의 골수 억제, 탈모 같은 부작용을 흔히 나타낸다”고 말했다.
이어서 나온 2세대 표적치료제는 암세포 발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특정 유전자 변이가 규명되고 이런 돌연변이를 치료에 중요한 표적으로 삼기 시작하면서 등장했다. 기존의 세포독성 항암제보다 암세포만 골라 영향을 미치는 높은 특이성을 보여 정상 세포에 대한 영향은 최소화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표적치료제는 크게 먹는 약인 ‘소분자억제제’와 주사제인 ‘단일클론항체’로 나뉜다.
2010년대부터는 암의 발생과 진행이 인체의 면역기능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특히 면역 활성을 억제하는 T-세포의 수용체나 암세포 표면의 단백질 등을 표적으로 하는 3세대 면역관문억제제 개발이 이어지고 있다. 이 약물들은 암세포가 인체의 면역체계를 피해서 자라는 것을 막고, 면역세포가 더욱 활발하게 암을 공격하도록 하는 효능을 나타낸다. 오 교수는 “면역관문억제제는 정상 세포에 대해선 직접적인 독성을 나타내지 않기 때문에 부작용이 적고, 다른 약제에 비해 장기간 유지된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진행성·전이성 암 환자 치료에 이렇게 다양한 약제를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의료진이 환자마다 가장 효과적일 것으로 예측되는 약제를 단독으로 또는 조합해 투약하는 과제는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오 교수는 “같은 암종이면 획일화된 약물로 동일하게 치료했던 과거와는 달리, 환자 개인마다 최적화된 맞춤치료를 제공하는 정밀의료가 점차 실현되고 있다”며 “암을 진단받았어도 환자에게 가장 잘 맞는 치료법을 선택해 치료할 수 있으므로, 절망하지 말고 암 전문 의료진과 상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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