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로 지질학 패러다임 바뀌나"…내년 부산서 '인류세' 규정할까
국내 지질학계, IGC에 기후위기가 만든 지질시대 '인류세' 선포 추진
[서울=뉴시스]윤정민 기자 = 국내 지질학계가 내년 8월 부산에서 열릴 세계지질과학총회(IGC 2024)에서 새 지질시대 개념 '인류세(Anthropocene)' 선포를 추진한다. 빙하기, 간빙기 등 자연 순환으로 지질 특성이 변한 것과 달리 '인류세'는 산업혁명 등으로 인류가 주도해 지질 특성을 바꾼 의미인 만큼 기후위기 등 인류가 맞닥뜨린 위기를 알리는 차원에서 진행하자는 취지다.
정대교 IGC 2024 조직위원장은 18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HJ비즈니스센터 광화문에서 열린 IGC 2024 D-1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국제지질과학연맹(IUGS)에 의미 있는 행사를 만들어 보자고 제안했다. 반대할 이유는 없을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지질학계에 따르면 지구는 자전축 변화 주기, 지구 공전 시 태양과의 거리 변화 주기 등에 따라 향후 찾아올 빙하기, 간빙기 시작 시기를 예측할 수 있다.
하지만 이날 '다가온 미래, 인류세'를 주제로 발제한 장태수 전남대 교수는 산업혁명 등 인류 문명 발달로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예상보다 급격히 상승하면서 지질시대를 예측할 수 없는 불확실성 시대에 접어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학계 일각에서는 1950년대부터 지금까지 인간이 살고 있는 시기를 '홀로세'가 아닌 '인류세(Anthropocene)'로 불러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인류세란 '인간이 지구 환경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다'는 뜻에서 제안된 개념이다.
인류 활동으로 기후 등에 뚜렷한 변화를 가져왔고 그 흔적이 지각에 남아 지질시대로 바꿔야 할 정도라는 의미다. 2000년 노벨화학상 수상자 파울 크뤼천이 언급하면서 화제가 됐다.
지질시대 구분과 결정 절차는 국제지질과학연맹(IUGS) 산하 국제층서위원회(ICS) 추진 후 집행위원회 승인으로 이뤄진다. 장 교수에 따르면 2009년에 최초로 위원회에서 인류세 실무단을 꾸린 후 10여년간 인류세를 새로운 지질시대로 도입할 것인지, 도입한다면 시작 시기를 1860년대(산업혁명 시작 시기)로 할지 1950년대로 할지 논의해 왔다.
정 위원장은 현재 ICS 내 실무단이 인류세 개념안을 확정했고 ICS에서 의견 수렴 중이라며 집행위원회 승인 투표가 연말 또는 내년 초에 이뤄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IUGS는 지금까지 ICS에서 결정된 사안을 거부한 적이 없다"며 인류세 개념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승인되면 그동안은 해당 사실을 통상적으로 IUGS 홈페이지에 공지했다. 하지만 조직위는 인류세 개념은 다른 지질시대보다 특별한 개념인 만큼 내년 IGC 내 IUGS 특별세션에서 인류세 개념 선포식 개최를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IGC 2024는 내년 8월25일부터 31일까지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다. 121개국 1만여명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학술대회, 합천 운석 충돌구 등 야외지질답사, 100개 기관 및 250여개 기업의 특별 전시, 지질영화제 등도 마련할 계획이다.
이날 간담회에는 IGC 2024에서 논의할 우주경제강국 실현을 위한 우주지질학의 중요성, 원자력 기술 경쟁력 강화와 지질학의 연관성 등과 관련한 발표도 진행됐다.
이승렬 IGC 2024 필드트립 분과위원장(한국지질자원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우주선 개발에 초점을 맞췄던 방향이 행성 자원과 인간 거주 실험을 위한 도전으로 발전될 전망이라며 우주지질학 영역 중요성이 커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영석 조직위 사무총장(부경대 교수)은 "지질학적으로 (원자력발전소를) 안전한 위치로 선정하는 게 지금 핫 이슈"라며 "국제원자력기구(IAEA) 등 원자력 관련 기관도 내년 IGC에 대거 참석할 계획이다. 원자력 분야에서 지질학 최첨단 연구와 기술들이 방사성 폐기물 처분 기술에 들어가는 것 등과 관련해 중요한 토론장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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