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성 변화와 연결하는 내면 표출”…김재범 작가 '채움'전
한 작가의 짓눌린 내면을 바라본 뒤, 각자의 마음을 돌아보고 어떤 것들로 채울지 고민한다.
김재범 작가의 ‘채움’전이 팔달문화센터 지하 1층 전시장에서 오는 27일까지 계속된다. 이번 전시는 김 작가가 올해 작업한 작품들을 만나는 자리로 기획됐다. 평면과 조각의 중간 지대를 맴도는 김 작가의 세계는 그가 지나온 굴곡만큼이나 아직 변화의 여지도 많고 나아갈 방향도 여러 갈래처럼 느껴진다.
뜻하지 않게 지난해 김 작가의 타임라인은 잠시 멈춤 상태였다. 2년 전 작업실이 전소되면서 이미 판매가 된 작품이나 전시장에 있던 작품들을 제외하고는 전부 사라졌기 때문에 그는 잠시 쉼표를 찍고 새 출발을 위한 준비에 돌입했다. 그렇기에 이번 전시는 그의 내면이 어떻게 변화를 겪고 어떤 것들로 채워질 수 있는지 알아보는 계기를 만들어준다.
전시장 곳곳의 벽면을 수놓은 그의 작품들은 전부 짓눌려 있고 찌그러져 있다. 얼핏 보면 캔버스에 그려진 회화처럼 보이지만 가까이 가면 재료의 물성이 한껏 느껴지는 금속 조각들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린다. 사각의 캔버스처럼 자리 잡은 스테인리스나 스틸 등의 소재들, 그리고 그 위에 흩뿌려지거나 내려앉은 카페인트와 레진들. 김 작가는 최근 요동쳤던 그의 내면을 끄집어내 세상과 소통하는 방식에 관해 연구하고 있다. 그는 “일상생활에서 평소 갖고 있던 뒤틀린 마음들을 형상화했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작품 하나하나를 바라보는 관람객들은 금속 표면에 비친 자신의 왜곡된 형상을 실시간으로 확인한다. 전시장에 배치된 조명에 따라, 바라보는 각도에 따라서도 작품이 내뿜는 인상이 달라진다. 마치 작품 하나하나가 마치 사람의 마음을 슬쩍 들여다보는 자그마한 창처럼 변하는 순간이다. 작가는 그라인더로 표면을 갈아내기도 하고 금속의 물성이 묻어나도록 긁어내는 등 그가 내면을 세상과 맞닿게 하는 데 있어 다양하게 고민한 흔적도 느껴진다.
그의 작품을 유심히 들여다봤을 때 겹겹이 쌓여 있는 표면을 바라볼 때면 누군가의 마음속 감정과 생각들이 단순히 하나의 덩어리로는 표현될 수 없겠다는 사실도 느낄 수 있다. 김 작가 역시 “무거운 물성이 배어 있지만 그 속에서 밝은 감정을 비롯한 다채로운 감정의 움직임을 찾아낼 수 있다”고 설명한다.
김 작가는 “또 짓눌리는 것들에 관해서 이야기를 한 번 더 풀어갈 수도 있다. 누구나 살면서 마음에 여유가 사라질 때가 있지 않나. 그럴 때 내 작품이 누군가에겐 희망과 행복을 찾는 창구이자 매개체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다. 당분간은 내면에서 피어나는 이야기들로 챕터를 이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송상호 기자 ssho@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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