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주범 지목…22년 전 은행강도 살인 일당, 나란히 '무기징역'

(대전=뉴스1) 김기태 기자 = 21년 동안 미제사건으로 남아있던 대전 국민은행 권총 강도 살인 사건의 피의자 이승만(왼쪽)과 이정학이 2일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2022.9.2/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22년 전 '대전 국민은행 권총강도' 사건 피고인들이 항소심에서 모두 무기징역 선고를 받았다.

18일 뉴스1에 따르면 대전고법 제1형사부(재판장 송석봉)는 강도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이승만(53)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과 같은 무기징역을, 이정학(51)에게는 원심 20년을 파기하고 무기징역을 각각 선고했다.

이승만에 대해서는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10년 부착도 함께 명령했다.

이들은 2001년 12월21일 대전 서구 둔산동 국민은행 지하 주차장에서 권총으로 현금 수송용 가방을 운반하던 은행 출납 과장 A씨(45)를 살해하고 현금 3억원이 든 가방을 챙겨 도망쳤다. 사용한 총기는 범행 2개월 전 대전에서 순찰 중인 경찰관을 차로 들이받은 뒤 훔쳤다.

피고인들은 1심에서부터 서로를 주범으로 지목했다. 하나 같이 자신은 "방아쇠를 당기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수색대에서 군 복무를 했던 이승만을 주범으로 지목해 무기징역을, 이정학에 대해서는 범행에 가담한 책임을 물어 징역 20년을 각각 선고했다.

검찰과 피고인들은 모두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이정학은 징역 20년 선고를 받아들이면서도 '진실을 밝히겠다'며 항소 취지를 밝혔다.

이 과정에서 이승만은 "이정학이 2002년 전주에서 발생한 백 경사 피살사건의 진범"이라고 주장, 이를 경찰에 제보했다. 이정학이 다른 살인 사건을 저지를 만큼 잔혹한 습벽이 있어 이 사건 역시 이정학이 진범이라는 취지다.

2심 과정에서 이정학이 실제 백 경사 피살 사건의 진범이라는 경찰 수사 결과가 나오면서 이정학에 대한 법원의 양형 판단에 더욱 이목이 쏠렸다.

항소심 재판부는 "원심이 살핀 증거들에 비춰 이승만이 총기로 피해자를 살해했다는 사실이 넉넉히 인정된다"며 이승만의 항소를 기각했다.

이정학에 대해서는 "강도살인죄의 법정형은 살인 또는 무기징역뿐이고 감경 사유가 충분히 있다면 최대 15년의 유기징역을 선고할 수 있다"며 "이정학의 경우 불리한 정상이 유리한 정상을 압도한다고 판단되므로 정상 참작해 감경하지 않고 무기징역에 처한다"고 판시했다.

김지산 기자 san@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