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파계 갈등' 한의계 승리로…한의사 의료기기 사용 확대되나
한의사 '뇌파계' 사용 가능…한의계 "보험 급여 등 해결에 집중"
(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 '한의사 뇌파계 사용' 합법 여부를 두고 13년간 이어진 양의계와 한의계의 지난한 싸움이 한의계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이로써 한의사들도 뇌종양·간질 등 뇌와 관련된 질환을 진단하거나 뇌를 연구하는 데 뇌파계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이번 뇌파계 판결에 이어 다음주 초음파 사용 파기환송심도 앞둔 만큼 의학계에 불어닥칠 파장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18일 한의사 A씨가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낸 한의사 면허자격 정지 처분 취소 청구 소송 상고심 선고에서 한의사면허 자격정지처분(1개월 15일)을 취소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대법원의 이 같은 판결은 지난해 12월 열린 '한의사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해 진단을 내리고 진료한 한의사 B씨에게 벌금 8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돌려보낸 사건이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관련 법령에 한의사의 해당 의료기기 사용을 금지하는 규정이 있는지 △기본적·전문적 지식과 기술 수준에 비추어 한의사가 진단의 보조수단으로 사용하게 되면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지 △한의사가 그 진단용 의료기기를 사용하는 것이 한의학적 의료행위의 원리에 입각하여 이를 적용 내지 응용하는 행위와 무관한 것임이 명백한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한의사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에 대한 전원합의체 판결 요지였다.
이로 인해 의학계에선 뇌파계·초음파 기기 사용에 관한 판결이 '한의사들의 현대의료기기 사용' 허용에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의사 뇌파계 사용' 논쟁은 뇌신경전문 한의원을 운영하는 한의사 A씨가 2010년 "뇌파계를 사용해 파킨슨병과 치매를 진단하고 한약으로 치료한다"는 광고를 신문에 게재하면서부터 시작됐다.
다음해 1월 서울 서초구보건소는 '면허 외의 의료행위를 하고 의료광고 심의 없이 기사 광고를 했다'며 A씨에게 경고 및 업무정지 3개월의 처분을 내렸다. 2012년 4월 보건복지부도 A씨에게 한의사면허 자격정지 3개월 처분을 내리자 결국 A씨는 소송을 제기했다.
2013년 열린 행정소송 1심에서 법원은 복지부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3년 뒤 열린 2심에서 서울고등법원은 1심 판결을 뒤집고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결국 이날 대법원 판결로 사건은 한의계의 승리로 끝이 났다.
한의계는 이번 판결이 당연한 결과라는 반응이다.
권선우 한의사협회 의무이사는 "재판부에서 더 정확한 진단을 통해 국민 보건에 이바지하라는 취지로 판결을 한 것 같다"면서 "한의사들도 사용 능력을 더 고도화해 적극적으로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양의계는 "의사와 한의사의 이원화된 면허 체계를 완전히 무시한 판결"이라면서 참담함을 금치 못하고 있다.
김교웅 의사협회 한방대책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의사들에게 박탈감을 주고 사명감을 갉아먹어 결국 장기적으로 봤을 때 국민에게 피해가 갈 수밖에 없는 문제"라면서 "이럴 바엔 차라리 면허 체계를 일원화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반면 한의협은 '보험 급여화'를 선결 과제로 두고 있다. 이제 어떤 한의원에서도 뇌파계를 쓸 수 있게 됐지만 건강보험 장벽을 넘어야 한다. 현재로선 급여(건강보험 적용) 혹은 비급여 형태로 수가(진료비)를 받을 수 없다.
하지만 이 과정은 녹록지 않다. 한방의료행위전문평가위원회 등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거쳐 비급여라도 인정받아야 한의사들이 뇌파계 진단비를 받을 수 있다. 그 전에는 비용을 받을 길이 없어 진단 보조용으로 쓸 수밖에 없다. 때문에 한의협도 보험 급여화에 힘을 쏟을 계획이다.
권 이사는 "보험 급여화가 돼야 일선 진료 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다"면서 "국민 건강에 제대로 이바지하기 위해 급여화를 필수 사항이라고 보고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뇌와 관련된 질환을 진단하는 데 쓰이는 뇌파계 특성상 사용 진료 영역이 한정돼 있어 일선 의료현장에서 사용이 보편화될지는 두고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 때문에 양의계와 한의계 모두 이번 뇌파계 판결보다 다음주 24일 열릴 초음파 기기 사용 파기환송심에 더욱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분위기다. 그러면서도 양의계에선 지난해 초음파 기기 사용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과 뇌파계 대법원 선고를 바탕으로 봤을 때 다음주 열릴 초음파 파기환송심에서도 승산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교웅 의사협회 한방대책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초음파 판결 또한 굉장히 중요하지만 대법원의 이번 선고를 보고 남은 기대마저도 버리게 됐다"고 말했다.
반면 한의협은 기대에 부풀어 있다. 권선우 한의사협회 의무이사는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모든 법리를 깊이 있게 검토한 후 내린 판결이며 사건의 실체에 어떠한 변화도 없기에 파기환송심 재판부도 현명한 판단을 내려줄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한의사의 초음파 사용 관련해서도 급여화 문제 등 앞으로 해결해 나갈 문제들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sssunhu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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