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신고 시달려도…보육교사 보호는 '사각지대'
[EBS 뉴스12]
지난 2018년 김포에서, 2020년 세종에서 어린이집 교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일이 있었죠.
두 교사 모두 아동학대 누명을 쓴 게 결정적 이유였습니다.
유치원 교사의 교육권을 보호하기 위한 고시안은 어제 발표됐는데, 보육교사들을 위한 대책은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입니다.
보도에 진태희 기자입니다.
[리포트]
30년 차 보육교사 A씨는 아동학대 혐의로 직위해제된 지 7개월 만에 어린이집에 복직했습니다.
앉아있던 아이의 팔을 잡고 일으켜 세우는 걸 본 학부모가 "아이를 잡아당겼다"고 신고했는데, 결국 무혐의 처분이 내려졌습니다.
인터뷰: 국공립어린이집 30년 차 보육교사
"공황장애와 심신이 굉장히 불안한 상태라고 약을 먹어야 된다고까지 해서 지금도 가끔 아동학대라는 문구만 들으면 트라우마가 생겨서 아직도 가슴이 많이 울렁거리고 떨리고…."
한국보육진흥원이 현직 보육교사 약 1천 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부당한 대우를 받은 적이 있다고 응답한 보육교사는 10명 중 3명에 달했습니다.
1년 동안 학부모에게 모욕적인 비난이나 고함, 욕설 등을 들은 적이 있는 경우는 18%, 위협이나 괴롭힘을 당한 경우도 12%나 됐습니다.
인터뷰: 20년 차 보육교사
"유치원 교사는 똑같은 놀이 과정이어도 거기는 선생님이고 어린이집은 나 대신 아이를 돌봐주는 보육 도우미 그 정도로밖에 생각을 안 하시는 것 같더라고요."
지난 2020년 세종에서 한 어린이집 교사가 학부모 민원 때문에 극단적 선택을 한 뒤, 지자체에서도 부랴부랴 보육교사를 보호하기 위한 조례를 만들었습니다.
지금까지 조례가 만들어진 지자체만 10곳.
문제는 법적 구속력이 없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겁니다.
실제 서울시에선 근무 환경 개선을 위한 논의 기구인 '보육교직원 권익보호위원회'를 열 수 있다고 조례에 명시하고도 위원회를 만들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 서울시 관계자
"(유치원) 교권보호위원회나 그런 데는 법으로 정해져 있어서 분쟁 조정을 하게 돼 있어요. (어린이집 보육교사) 권익 보호 관련 지원 조례에는 그런 기능은 없거든요. 조례로는 구청에다 그런 걸 설치할 수 있는 강제성을 부여할 수가 없고요."
보육교사를 보호하기 위한 법적 근거도 충분하지 않습니다.
영유아보육법에 따르면, 보육교사의 근로 여건과 환경을 개선할 의무만 나와 있을 뿐, 부모의 지나친 간섭으로 권리 침해를 당했을 때 처벌하는 기준은 없습니다.
인터뷰: 보건복지부 관계자
"소청 심사를 하고 권리 구제받고 조정되고 진정서 내고 이제 그런 절차는 아직은 없어요. 교원은 아니어서 저희가 근로기준법 벗어나 가지고 체계적으로 잡혀있는 건 아직은 없습니다."
교육부는 오는 2025년 유보통합에 앞서 유치원 교원 수준으로 보육교사 보호 체계를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를 막기 위한 법 개정 논의에 유치원 교사는 물론이고, 보육교사 역시 빠져있습니다.
인터뷰: 함미영 보육지부장 /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현재 아동학대 신고가 들어오면 원장이) 잘못한 것도 없지만 일단 사과해, 어머님이 원하는 대로 다 해 줘. 이렇게 중간에서 중재할 사람이 오히려 선생님한테 오롯이 모든 책임을 지금 다 지게 하고 있거든요."
유보통합을 앞두고 보육교사의 교육적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지만, 정작 이들의 권리를 보호하는 안전망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EBS뉴스 진태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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