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대만 부총통 귀국길에 군사훈련 영상 공개···사격 훈련도 실시
중국이 파라과이 방문 길에 미국을 경유해 돌아오는 라이칭더(賴淸德) 대만 부총통 귀국에 맞춰 대만을 겨냥한 군사훈련 영상을 공개하고 남중국해에서 사격 훈련에 들어갔다. 지난 4월 차이잉원(蔡英文) 총통 미국 경유 때와 같은 대대적인 무력시위 대신 심리전 형태로 대만에 압박을 가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 해사국은 18일부터 남중국해에서 사격 훈련이 실시된다며 훈련 해역으로의 선박 진입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훈련 기간은 오는 22일까지로, 매일 오전 6시부터 오후 10시까지 광둥(廣東)성 산터우(汕頭)시와 산웨이(汕尾)시 사이 앞다바에서 훈련이 실시된다고 해사국은 통지했다. 훈련 해역은 대만 가오슝(高雄) 앞바다에서 370㎞ 정도 떨어진 지점이다.
중국은 이날부터 실시되는 사격 훈련의 구체적인 목적과 내용을 밝히지 않았지만 라이 부총통의 미국 경유 귀국을 겨냥한 군사적 압박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신임 대통령 취임식 참석차 파라과이를 방문한 라이 부총통은 미국 샌프란시스코를 경유해 이날 대만으로 돌아온다. 라이 부총통은 지난 12일 파라과이로 향하는 길에도 미국 뉴욕을 경유했지만 현지에서 중국이 반대해 온 미 고위급 인사와의 접촉은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 4월 차이 총통 미국 경유 때 대만을 포위하는 형태의 무력시위를 벌였던 중국도 이에 맞춰 대응 강도를 조절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무력시위 강도를 낮추는 대신 대만을 겨냥한 군사훈련 영상을 공개하며 심리적 압박도 병행했다. 대만해협을 관할하는 인민해방군 동부전구는 전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위챗 계정을 통해 ‘열해협(閱海峽·해협을 검열하다)’이라는 제목으로 육·해·공군 훈련 모습이 담긴 영상을 공개했다. 1분34초 분량의 이 영상에는 병사들이 해안에서 파도를 맞으며 훈련하고 폭격기와 수송기가 동원돼 낙하 훈련을 하는 장면 등이 등장한다. 또 상륙 작전에 쓰이는 수륙양용 상륙함과 장갑차가 등장하고, 해군 함정이 대만 군함을 감시하는 모습과 공군이 미 정찰기를 퇴거시키는 장면도 영상에 담겼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전문가의 말을 인용하는 형식으로 동부전구의 이날 영상 공개가 라이 부총통 미국 경유에 맞춰 ‘대만 독립’ 분리주의 세력에게 엄중한 경고를 보낸 것이라고 전했다. 익명의 한 군사전문가는 이 매체에 “영상에 등장하는 수륙양용 상륙 장면과 낙하산, 도시전, 정밀타격, 미군 퇴거 등의 요소는 훈련이 대만과 관련된 것임을 강하게 시사한다”며 “제목에 대만해협을 가리키는 ‘해협’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해당 영상을 라이 부총통이 돌아오는 시점에 공개한 것은 대만 분리주의 세력에 보내는 강력한 경고”라고 말했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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