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시설 사용료 두고 한판 붙은 석유공사·항만공사, 민사소송 결과는?
울산항 시설 사용료를 두고 한국석유공사와 울산항만공사가 법정에서 맞붙었다. 석유공사 측이 항만공사를 상대로 부당하게 더 챙겨간 돈을 돌려달라는 민사소송을 제기하면서다.
울산지법 제12민사부(부장판사 강경숙)는 한국석유공사가 울산항만공사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고 18일 밝혔다.
한국석유공사는 울산항만공사가 법 적용을 잘못해 2배 많은 사용료를 받아갔다고 주장했다. 이 소송에선 2019년 6월1일부터 2020년 5월31일까지 울산항 내 시설(68만3163㎡) 사용료 62억4930만여원을 문제 삼았다. 석유공사 측은 이미 지불한 돈에서 제대로 계산한 사용료를 뺀 돈 31억2465억여원을 항만공사 측이 부당이득으로 챙겼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중 2억100원과 이에 대한 이자를 달라고 청구했다.
사용료에 차이가 나는 건 적용한 ‘법’이 다르기 때문이다. 항만공사 측은 울산항 ‘바다’에 시설이 있으니 ‘공유수면관리 및 매립에 관한 법률(이하 공유수면관리법)’에 따라 사용료를 책정해야 한다고 봤다. 인접한 땅값의 3%를 사용료로 매겼다.
반면 석유공사 측은 ‘도로법’이 적용되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용료는 인접한 땅값의 1.5%. 절반으로 줄어든다. 석유공사 측은 해당 시설이 도로법 시행령에서 정하는 ‘국민경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공익사업’이며, ‘송유관을 설치하는 사업’에 해당한다는 이유를 들었다.
해양수산부의 유권해석도 근거로 들었다. 2018년 6월 해양수산부가 울산항만공사를 포함해 전국 항만공사에 보낸 ‘항만시설사용료 중 수역점용료 관련 검토 결과’라는 제목의 문서다. 한국석유공사의 해저송유관과 원유부이 등은 도로법 적용대상이라는 내용이었다.
이에 항만공사 측은 “석유공사 측이 울산항 해상에 설치한 시설은 배관 형태의 전형적인 송유관이 아니다”며 “사용료 처분에도 중대하거나 명백한 하자가 없다”고 맞섰다.
재판부는 해당 시설에 대해선 석유공사 측의 주장대로 ‘도로법’을 적용하는 것이 맞다고 봤다.
그러나 항만공사의 처분은 ‘당연무효’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법원은 행정처분은 해당 법을 적용할 수 없다는 법리가 명백히 밝혀졌고, 해석에 이견이 없는 상황인데도 그 법을 적용해 처분했을 때 ‘당연무효’가 된다고 보고 있다.
재판부는 “먼저 울산항 내 시설의 형태가 일반적 의미의 송유관으로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해양수산부의 문서는 법률자문을 통해 검토한 의견에 불과하다. 보편적 법리로 확립된 것이 아니다”라며 “항만공사 사용료에 하자가 있다는 판결도 이 사건 처분이 있은 뒤인 2020년 7월17일에야 처음 선고됐다. 항만공사의 처분에 중대한 하자가 있다는 증거도 없다”고 판시했다.
두 기관은 2019년부터 울산항 내 시설 사용료와 관련해 3차례 소송을 치렀다. 사용료를 낸 시기만 다르고 내용은 비슷하다. 두 차례의 소송은 기각됐다. 석유공사는 항소했지만 역시 기각돼 확정됐다. 2020년 7월 선고된 행정소송 1심에선 1.5%를 적용해야 한다는 석유공사의 주장이 일부 받아들여졌다. 항만공사는 항소, 상고해 대법원까지 갔지만, 기각돼 확정됐다.
울산=이보람 기자 boram@segye.com
울산=이보람 기자 bora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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