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다 털어도 아이폰 산다"… '삼성 홀대' 중국인들 '애플 앓이' 유별, 왜 [유미의 시선들]

장유미 2023. 8. 18.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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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 애플 탈중국 움직임 보여도 개의치 않아…나이키 등 글로벌 브랜드에 비해 관대
中 아이폰 스마트폰 출하량, 美 넘어설 정도로 인기…삼성, 0%대 점유율로 고전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나이키', '아디다스'도 두 손 들고 탈출한 중국에서 애플이 승승장구 하는 모습을 보여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미·중 갈등 심화로 애플이 '탈중국'에 나서고 있음에도 '아이폰'과 사랑에 빠진 중국인들은 크게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지난 2021년 9월 중국의 한 쇼핑몰에서 고객들이 '아이폰13' 시리즈를 구매하기 위해 몰려든 모습 [사진=홍콩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유튜브 캡처]

18일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테크인사이트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아이폰' 출하량이 가장 많은 국가는 중국으로 조사됐다. '아이폰'이 가장 많이 유통됐다는 의미다.

특히 중국 내 '아이폰' 출하량이 미국을 넘어섰다는 점에서 이례적인 일로 평가 받고 있다. 2021년 3분기부터 줄곧 1위를 유지하던 미국 내 '아이폰' 출하량은 지난 2분기 처음으로 중국에 밀렸다.

이 같은 '아이폰'의 인기는 지난 6월 진행된 '618 쇼핑 축제'에서도 증명됐다. 심지어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의 점유율은 감소한 반면, '아이폰'의 점유율만 늘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실제 비보의 점유율은 지난해 19.3%에서 올해 18.2%로 줄었다. 아너는 18.3%→15.4%, 샤오미는 16.5%→15.4%, 오포는 16.8%→13.8%로 점유율이 각각 감소했다.

아이폰 출하량 상위 5개 국가의 출하량 변동 추이 [사진=테크인사이츠 캡처]

반면 '아이폰'은 5위권 제조사 중 유일하게 점유율이 2.7%포인트 증가했다. 중국 내 전반적인 스마트폰 판매량이 8% 감소한 가운데서도 중국 제조사를 따돌리고 점유율이 오른 모습을 보였다.

'618 쇼핑 축제'와 함께 중국의 양대 블랙프라이데이로 꼽히는 '11월 광군제'에서도 분위기는 비슷했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광군제 기간 스마트폰 브랜드 판매 점유율과 매출 점유율에서 애플은 각각 39%, 68%를 차지하며 1위에 올랐다. 샤오미가 각각 31%, 13%로 2위를 차지했고 아너, 오포 등 중국 브랜드들이 그 뒤를 이었다. 당시 코로나19 여파로 소비 심리 침체가 이어져 스마트폰 판매량(900만 대)이 전년 동기 대비 35%나 줄었지만, 애플이 70%에 가까운 매출액을 가져갔다는 점은 특히 주목할 만 하다.

이 같은 인기에 중국 내 '아이폰'의 입지는 더 탄탄해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아이폰의 중국 내 점유율은 지난해 4분기부터 20%대로 진입했다. 지난 1분기에도 20%대를 유지했는데, 20%대 점유율은 스마트폰 제조사 가운데 유일하다.

중국 상하이 난징똥루 애플스토어와 갤럭시S6엣지 광고판 [사진=민혜정 기자]

업계에선 애플이 고가 전략과 명품 이미지를 앞세운 것이 인기 비결이라고 봤다. '아이폰14프로' 128GB(기가바이트)의 경우 가격은 5천999위안(약 112만8천원)에 달하는 데, 이는 중국 대졸자 평균 초봉(2021년 기준)이 6천43위안(약 113만원)이란 점과 비교하면 결코 싸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아이폰'을 고급스럽다고 느끼는 중국인들을 대상으로 애플이 '사회적 체면'과 '과시 소비'가 두드러진 현지인들의 성향을 자극하고 있다"며 "애플의 가격 인하 정책 및 차별화된 소비자 경험, 중고 가격 경쟁력 등도 '아이폰'의 인기에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미중 갈등 속 '애국소비' 대상이었던 화웨이가 2년간 눈에 띄는 플래그십 모델을 내놓지 못하고, 중저가 브랜드만 출시하고 있어 현지의 고가 스마트폰 대체제가 없다는 점도 한 몫 했다"며 "현지 브랜드들이 5천 위안대 가격이 넘는 고급형 스마트폰을 내놓는 경우도 있지만 애플의 성능과 운영체제(IOS) 등 사용자 경험 등을 고려해 '같은 값'이면 아이폰을 선택한다는 여론이 많다"고 덧붙였다.

덕분에 애플은 2021년까지 10년간 중국에서만 '아이폰'을 3억8천만 대나 팔았다. 역사적으로 뿌리 깊은 '반미 정서'가 있는 나라에서 애플이 유독 인기를 끄는 것을 두고 업계에서도 의외란 반응이다. 특히 화웨이 등의 사례에서 볼 때 중국이 미국의 제재로 경제적 타격을 크게 입고 있음에도 중국인들의 '애플 앓이'는 더 심화되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나이키'와 '아디다스', '메르세데스 벤츠', '크리스찬 디올', '돌체앤가바나' 등 해외 유명 브랜드들도 불매운동 대상이 돼 퇴출 위기 굴욕을 당할 정도로 중국은 특이한 시장"이라며 "중국은 한 번 마음 먹으면 외국 기업 불매운동과 자국 기업에 대한 애국소비 성향이 크다는 점에서 진입하기가 상당히 어려운 곳"이라고 평가했다.

화웨이는 MWC 2023 전시회에서 대규모 전시관을 마련해 관람객들의 관심을 모았다. [사진=아이뉴스24 DB]

반면 애플의 행보는 중국인들의 '아이폰' 사랑 만큼 열렬하지 않은 분위기다. 중국 의존도를 벗어나기 위해 생산 기지를 인도 등으로 이동하며 '탈중국'에 속도를 내고 있어서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애플은 다음 달 출시되는 '아이폰15'도 인도 남동부 타밀나두주에서 생산하고 있다. 이곳에는 애플 공급 업체인 대만 폭스콘 공장이 가동되고 있다. 인도에서 아이폰 최신 제품이 생산되는 것은 지난해 '아이폰14'에 이어 두 번째다.

조만간 또 다른 공급업체인 대만 페가트론, 위스트론의 인도 공장들도 '아이폰15'를 조립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중국 공장에서의 출하 시점과 몇 주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 것으로, 예전의 6∼9개월 차이가 나던 것에서 크게 줄어든 것으로 전해졌다.

애플은 미·중 관계 악화와 함께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중국 당국의 엄격한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중국 내 협력업체들의 생산 안정성이 떨어지자 '탈중국'에 적극 나서고 있다. 중국에서의 제품 생산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협력업체들에게 중국이 아닌 인도, 베트남 등 다른 아시아 국가에서의 생산을 더 늘려달라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애플의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중국인들의 '아이폰 사랑'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강민수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연구원은 "애플의 중국 고가 시장에서의 지배적 지위는 화웨이 부재, 타 브랜드의 고가 영역 진출 제한 등으로 인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경제적 충격에 비교적 민감하지 않은 해당 시장에 대한 지배력을 바탕으로 전체 중국 스마트폰 시장점유율 또한 점진적으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출시된 삼성전자 '심계천하 W23' 시리즈 [사진=차이나텔레콤]

반면 '갤럭시폰'을 앞세운 삼성전자는 중국에서 여전히 고전 중이다. 2013년 19.7%에 달하던 삼성전자의 중국 시장 점유율이 2021년 0.6%로 곤두박질 쳤다는 점만 봐도 중국인들의 '갤럭시폰' 홀대는 심각한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 '618 쇼핑 축제 기간' 중에도 판매량 5위권 내에 '갤럭시폰'의 이름을 찾을 수 없었다.

지난 2분기에도 중국이 '아이폰' 최대 출하량을 기록했다는 점에서 향후 중국 내 '갤럭시폰'의 고전은 더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다만 삼성전자가 폴더블폰 시장에서 점차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인 신호로 읽힌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중국 폴더블폰 시장 점유율은 올해 1분기 기준으로 26%에 이른다. 화웨이, 오포(각각 27%)에 이어 3위다. 지난해 6%에서 20% 포인트나 치솟았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 사장은 중국 사업을 좀 더 확대하기 위해 적극 나서겠다는 의지를 엿보였다.

노 사장은 지난달 28일 기자간담회에서 "중국 시장은 내수 시장의 사용성이 중요한데, 현지 로컬 서비스 콘텐츠를 폴더블에 최적화하기 위해 본사 인력과 중국 내 삼성 모바일연구소와 힘을 합쳐 공동 개발하고 있다"며 "중국 시장에서 갤럭시 제품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콘텐츠 최적화 등으로 시장 점유율을 조금씩 늘려가고 있다"며 "아직 시작 단계라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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