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파괴적 혁신에 나서라[뉴스와 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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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금융산업에 몰아치고 있는 파괴적 혁신의 바람이 거세다.
모바일 혁명을 이끌며 세계 최고의 혁신 기업으로 꼽혀온 애플은 이제 금융 혁명이라는 과녁을 향해 활시위를 힘껏 잡아당기고 있다.
이처럼 안팎의 도전이 산적하지만, 정작 정부나 금융업계의 혁신 의지는 구호와 달리 퇴조하고 있다.
반복적인 금융사고가 발생하면 CEO까지 처벌하는 지배구조 논의가 급물살을 타면서, 현장에서는 혁신과 도전을 자제하는 소극적인 분위기가 역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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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금융산업에 몰아치고 있는 파괴적 혁신의 바람이 거세다. 모바일 혁명을 이끌며 세계 최고의 혁신 기업으로 꼽혀온 애플은 이제 금융 혁명이라는 과녁을 향해 활시위를 힘껏 잡아당기고 있다. 애플이 골드만삭스와 손잡고 선보인 저축계좌 예금 유치 규모는 출시 3개월 만인 지난 2일(현지시간) 기준 100억 달러(약 13조 원)를 돌파했다. 애플은 일정 금액 이상을 예치하지 않으면 수수료를 물리는 기존 은행권의 관행을 과감하게 철폐하고, 대신 연 4.15%의 높은 이자를 보장하는 등 철저하게 ‘고객 요구’를 지향하고 있다. 사회적 반발 대신 혁신에 대한 기대감이 높은 이유다. 애플 담당 임원은 “은행을 가거나 금융 앱을 사용하지 않고도 아이폰과 애플워치만으로 결제하고 저축하는 원스톱 금융 생태계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목표”라며 사실상 은행의 역할을 대체하겠다는 의지를 확인하고 있다. 독일 지멘스는 지난 3월 주관 증권사나 중개자 없이 6000만 유로(약 875억 원) 규모의 회사채를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토큰 형태로 직접 발행하는 데 성공했다. 역설적이게도 지멘스가 발행한 채권을 인수한 곳은 은행 3곳이다. 지멘스 사례처럼 탈중앙화를 상징하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채권이나 부동산, 그림, 저작권 등 실물 자산을 유동화하는 ‘토큰증권발행(STO)’이 본궤도에 오르면 전통적인 금융회사의 입지가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국내 금융산업 본연의 국제 경쟁력은 여전히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국내 1위인 KB금융그룹이 세계 시장에 나가면 60위권 밖이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이 매년 실시하는 국가 경쟁력 평가 결과를 보면 올해 기업 효율성 분야 중 금융 부문 순위는 13계단 떨어진 36위에 머물렀다. 우리나라 전체 순위가 64개국 중 28위인 점을 고려하면 금융 부문이 발목을 잡은 셈이다. 지난해 국내 주가 하락 폭이 상대적으로 컸고 하반기 불안했던 자금 시장 상황이 반영된 결과지만, 대외 충격에 취약한 국내 금융산업의 현주소가 고스란히 반영돼 있다는 평가다.
이처럼 안팎의 도전이 산적하지만, 정작 정부나 금융업계의 혁신 의지는 구호와 달리 퇴조하고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발 디지털 뱅크런(대량 예금인출) 사태나 국내 레고랜드발 자금시장 경색 사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 등에 짓눌려 건전성을 강화하고 충당금을 쌓는 데만 급급한 모양새다. 반복적인 금융사고가 발생하면 CEO까지 처벌하는 지배구조 논의가 급물살을 타면서, 현장에서는 혁신과 도전을 자제하는 소극적인 분위기가 역력하다. 민·관의 금융규제혁신회의도 8회에 걸쳐 혁신 방안을 논의해 왔지만, 현 정부 국정과제인 금산분리(금융·산업자본 분리) 등과 같은 파격적인 방안에 대해서는 변죽만 울리고 있다. 빛의 속도로 유동성 위기에 빠지는 이른바 ‘디지털 뱅크런’ 우려가 현실화하는 등 슈퍼플루이디티(Superfluidity·초유동성)가 새로운 시대 흐름이자 도전과제로 떠올랐다. 위기 극복을 위한 가장 효과적인 전략은 공격적인 자세로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것이라는 역사의 교훈을 되새겨 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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