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사망보험금 내 것, 딸과 못나눠” 54년만에 나타난 친모, 법원 중재안 거부

이가영 기자 2023. 8. 18.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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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년 전 재혼해 떠난 생모가 아들 사망보험금 지급을 두고 자신의 권리를 주장했다. /MBC '실화탐사대'

아들이 2살 무렵 떠난 후 50년 넘게 연락을 끊고 지낸 80대 생모가 고인이 된 아들의 사망보험금을 자신의 딸과 나누라는 법원의 중재안마저 거절했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고법 2-1부는 최근 생모 A씨에게 아들 김종안씨 사망 보험금의 일부인 1억원을 고인의 친누나이자 A씨의 딸 김종선씨에게 지급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이 돈은 수협이 법원에 공탁한 종안씨 사망보험금 2억3000여만 원의 40% 정도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법원은 이번 결정을 통해 소송을 마무리하려고 했지만, A씨 측은 이의신청서를 제출하며 중재안을 거절했다. 종선씨는 “50년 넘게 연락 한번 없다가 아들의 사망보험금을 두고 소송전을 치르면서도 생모는 얼굴 한번 내비치지 않았다”며 “법원의 화해권고결정도 백번 양보하고 배려했는데, 무슨 권리로 거절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종안씨는 2021년 1월 거제 앞바다에서 어선을 타다 폭풍우를 만나는 바람에 56세의 나이에 실종됐다. 사고 이후 고인 앞으로 사망보험금 2억3000여만 원과 선박회사의 합의금 5000만원 등 3억원가량의 보상금이 나왔다. 행정기관을 통해 소식을 전해 듣고 나타난 A씨는 현재 민법의 상속 규정에 따라 보상금을 모두 가져가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고(故) 김종안씨 친누나 김종선씨가 '구하라법' 통과를 촉구하는 국회 기자회견 도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뉴시스

누나 종선씨는 지난 6월 국회 기자회견에서 “생모는 동생이 2살 무렵 떠난 후 한 번도 우리 3남매를 찾아오지 않았고, 따뜻한 밥 한 그릇도 해준 적 없다. 그를 엄마라고 불러보지도 못했다”고 했다. A씨는 재혼해 새로운 가정을 차린 것으로 전해졌다.

종선씨는 “생모는 친오빠가 1999년 41살 나이에 교통사고로 생을 마감했을 때도 경찰서를 통해 연락이 갔지만 오지 않았다. 정말 본인의 자식이라고 생각했다면 그렇게 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런데 막냇동생이 죽자 갑자기 나타나 거액의 재산에만 눈독을 들이고 있다”며 “생모는 동생의 통장에 있던 1억원의 현금과 동생이 살던 집도 모두 자신의 소유로 돌려놓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죽은 동생의 법적 권리자는 6년간 함께 살았던 사실혼 관계의 배우자와 우리 3남매를 키워준 고모와 친할머니”라며 “동생에게 빚만 있다면 과연 생모가 보러왔을까 싶다. 생모는 엄마도 아니고 사람도 아니다”라며 울분을 토했다.

반면, A씨는 아들의 사망보험금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A씨는 지난해 4월 방송된 MBC ‘실화탐사대’에서 “(자식들을) 버리고 간 건 아니다. 나도 살아야 할 거 아니냐”며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했다. 그는 ‘도리를 다하셨다고 생각하느냐’는 물음에 “어렸을 때는 내가 다 키워줬지, 혼자 컸나”라며 “자기는 나한테 뭘 해줬나? 약을 한 개 사줘 봤나, 밥을 한 끼 해줘 봤나”라고 오히려 자식의 도리를 이야기했다. A씨는 “나는 (사망보험금) 꼭 타 먹을 거다. 나도 자식들한테 할 만큼 했다”며 “나를 죽으라 하지만 안 죽을 거다. 우리 아들 돈 좀 쓰고 죽을 것”이라고 했다.

종선씨는 양육 의무를 지키지 않은 부모의 재산 상속을 금지하는 이른바 ‘구하라법’의 조속한 국회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법무부가 관련 내용의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여야 정쟁에 밀려 논의조차 되지 못한 채 계류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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