샥스핀[한성우 교수의 맛의 말, 말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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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집의 메뉴는 한·중·일 세 언어의 '짬뽕'이다.
짜장면의 '짜장'은 중국식 발음이고 '면'은 한국식 발음이다.
중국의 '당초육(糖醋肉)'이 변형된 탕수육은 한자 하나는 바꾼 뒤 첫 글자를 제외한 나머지는 한국식으로 읽는다.
따라서 본래 중국 음식이니 메뉴에 '위츠'라고 올리거나 한국식으로 읽은 '어시'라고 올려야 할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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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집의 메뉴는 한·중·일 세 언어의 ‘짬뽕’이다. 짜장면의 ‘짜장’은 중국식 발음이고 ‘면’은 한국식 발음이다. 중국의 ‘당초육(糖醋肉)’이 변형된 탕수육은 한자 하나는 바꾼 뒤 첫 글자를 제외한 나머지는 한국식으로 읽는다. 우동은 일본어로 인식되고 짬뽕은 음식도 그 이름도 일본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그런데 유독 특이한 메뉴가 하나 있으니 샥스핀이 그것이다.
샥스핀의 ‘샥’은 한·중·일 삼국에는 없는 말이니 다른 언어에서 기원을 찾아봐야 한다. 이 요리가 상어의 지느러미를 말린 것을 주재료로 하니 아무래도 상어와 지느러미를 뜻하는 영어 ‘샤크(shark)’와 ‘핀(fin)’에서 유래를 찾아야 한다. 그렇다면 이 두 단어를 합친 ‘샤크핀’이 되어야 할 텐데 영어식 조어 ‘shark’s fin’을 그대로 가져오되 ‘샤크스핀’이 아닌 ‘샥스핀’으로 변형시켜 가져온 것이다.
중국의 3대 진미 중 하나로 꼽히는 상어 지느러미 요리는 중국어로는 ‘위츠(魚翅)’라고 한다. 따라서 본래 중국 음식이니 메뉴에 ‘위츠’라고 올리거나 한국식으로 읽은 ‘어시’라고 올려야 할 것이었다. 국어사전에는 어시가 올라 있긴 한데 물고기 지느러미 전체를 가리키는 것이지 상어 지느러미를 특정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인지 이 요리가 상어 지느러미로 만들었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굳이 영어 단어를 끌어들인 것으로 보인다.
샥스핀이 고급 요리로 취급되지만 주재료인 상어 지느러미는 아무 맛도 없으니 독특한 식감이나 양념 맛으로 먹는 것이다. 문제는 이 재료를 구하기 위해 상어를 잡아 지느러미만 취하고 몸통은 버리는 데 있다. 지느러미가 잘린 상어의 운명을 생각해 보면 탐욕스럽게 즐길 만한 음식은 아니다. 게다가 중국이나 한국 모두에서 이 음식은 권력과 돈이 결탁된 부패의 상징으로 인식된다. 이 괴상한 이름의 요리는 메뉴에서 아예 사라지는 게 더 좋을지 모른다.
인하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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