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중국경제] ①디플레 늪에 디폴트 공포까지…'중국판 리먼사태' 오나
시진핑 '기업 때리기' 후폭풍에 미국 압박도…악재 '첩첩산중'
[※ 편집자 주 = 중국 경제가 크게 흔들리고 있습니다. '제로 코로나' 정책 종식에도 경제 회복이 부진한 가운데 디플레이션(물가 하락)에 접어드는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여기에 부동산·금융업계 등에서 기업 채무불이행(디폴트) 경보가 확산하며 '중국판 리먼 브러더스 사태'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옵니다. 연합뉴스는 중국 경제가 휘청거리는 배경과 중국 당국의 대응, 향후 전망 등을 짚어보는 기사 3편을 송고합니다.]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세계 경제의 주요 성장 엔진 역할을 해온 중국이 디플레이션(물가 하락)의 늪으로 가라앉고 있다는 경고음이 켜졌다.
여기에 얼어붙은 부동산 시장을 중심으로 주요 기업들의 채무불이행(디폴트) 사태가 잇따를 조짐을 보이면서 중국 경제가 부진을 넘어서 위기 국면으로 빠져들고 있다는 위기감이 커진다.
앞서 연초 중국이 '위드 코로나'로 전환, 경제 회복에 팔을 걷어붙이자 긍정적인 파급 효과를 잔뜩 기대했던 중국 국내외에서는 실망감이 퍼지고 있다.
게다가 중국 당국이 역대 최고치로 치닫는 청년 실업률 등 각종 경제 지표를 돌연 비공개로 전환하자 위험이 드러난 것보다 실제로는 더 클 수 있다는 불안과 당국에 대한 불신의 목소리까지 나온다.
일상 회복에도 살아나지 않는 내수…경기침체 '빨간불'
중국의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3%로 2년 5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전환했다.
생산자물가도 10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지속하면서 디플레이션 우려가 현실화하는 흐름이 뚜렷하다.
또 대표적인 내수 지표인 소매판매는 전년 동월 대비 2.5% 느는 데 그쳐 시장 전망치(4.5% 증가)를 크게 밑돌았고, 산업생산 증가율 3.7%도 로이터가 집계한 애널리스트들의 전망치(4.4%)에 못 미쳤다.
중국 당국이 일상 회복 이후 소비 지출을 위한 각종 '당근'을 내놓고 있지만, 경기 하락 우려 속에 사람들은 지갑을 쉽게 열지 않고 있다. 이에 일본식 장기 불황 우려마저 고개를 든다.
그 결과 고용이 직접 타격을 받으면서 16∼24살 청년실업률은 1월 17.3%에서 6월 21.3%로 상승일로를 치달아 역대 최고 기록을 썼다. 이에 국가통계국은 이달부터 청년실업률 공개를 중단했다.
경제 분야 최고 책임자인 리창 총리는 지난 16일에도 국무원 전체 회의를 주재, "내수 확대에 주력하고 소비 확대와 투자 촉진 정책을 확장하며 대량 소비를 진작시켜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나 이 회의에서도 뚜렷한 대책은 나오지 않았다고 외신들은 지적했다.
이처럼 중국 내수 회복이 부진한 주요 배경 중 하나로 '공동부유' 구호와 '빅테크(거대 정보기술기업) 때리기'로 대표되는 시진핑 체제의 기업 압박·단속 정책이 꼽힌다.
중국 최대 정보기술(IT) 기업 텐센트(텅쉰),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그룹 등 빅테크들은 2020년 10월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의 '설화' 이후 2년 이상 당국의 집중 공격을 얻어맞고 쪼그라들었다.
마윈을 시작으로 영상 플랫폼 틱톡으로 세계적 성공을 거둔 바이트댄스의 장이밍, 전자상거래 대기업 징둥의 류창둥과 핀둬둬의 황정 등 빅테크 창업자들이 줄줄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거나 더 나아가 회사에서 완전히 손을 떼고 은둔했다.
최근 중국 금융회사 시안힐캐피털의 조사 결과 인터넷 플랫폼 기업들이 중국에서 창출하는 고용은 정직원과 단기 근로자 등 최소 2억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처럼 고용과 내수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이들 빅테크를 포함한 IT기업들이 잔뜩 위축된 상황에서 경기 회복은 요원하다는 것이다.
여기에 날로 강도를 높여가는 미국의 중국 첨단기술 산업 규제 압박도 IT산업을 중심으로 중국 경제의 전망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얼어붙은 부동산 시장…금융권까지 위협
하지만 무엇보다도 현재 중국 경제의 최대 리스크는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약 25%에 달하는 부동산 시장의 침체다.
한국처럼 부동산이 대표적인 재산 증식 수단인 중국에서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자 연쇄적으로 경제 전반에 악영향이 미치고 있다.
중국 정부가 막대한 부채에 의존하는 부동산 시장의 거품을 제거하겠다며 2020년 8월 단속에 나서면서 부동산 업계의 돈줄 가뭄이 시작됐다.
이후 2021년 중국 제2의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가 디폴트에 빠졌고 최근에는 매출 기준 업계 1위인 비구이위안(碧桂園·컨트리가든)이 디폴트 위기에 처하면서 시장 전반으로 공포감이 번지고 있다.
최근 비구이위안 홀딩스는 상반기 순손실이 450억∼550억 위안(약 8조2천억∼10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공시했으며, 비구이위안의 총부채는 지난해 말 기준 1조4천억 위안(약 255조원)에 이른다.
비구이위안이 추진 중인 개발 사업 건수도 3천여건으로 헝다(700여건)의 약 4배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비구이위안이 쓰러질 경우 중국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헝다 때보다 훨씬 클 것으로 관측된다.
또 원양(遠洋)집단(위안양그룹·시노오션), 완다(萬達) 등 다른 부동산 업체들도 디폴트 위기에 놓인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은 갈수록 악화하는 모양새다.
중국 70대 도시의 집값 지수 자료를 로이터통신이 자체 분석한 결과 7월 신규 주택 가격이 전월 대비 0.2% 하락, 올해 처음으로 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블룸버그통신은 상하이나 선전 같은 주요 대도시의 중심지 내 기존 집값이 최소 15% 떨어졌다는 현지 부동산 중개업자들의 말을 인용, 실제 집값 하락은 공식 데이터보다 훨씬 심각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막대한 대출을 안고 있는 부동산 업계의 위기는 이제 금융권으로 번지는 추세다. 또 토지 사용권 판매가 주 수입원인 지방정부들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
중국의 대표적 부동산신탁회사인 중룽(中融)국제신탁은 지난달 말 이후 수십 개의 투자 상품의 상환에 실패했으며, 이 회사의 주요 주주인 관리 자산 1조 위안(약 183조원) 규모의 대형 자산관리회사 중즈(中植)그룹도 유동성 위기에 처해 부채 구조조정을 시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위기의 불길이 번져나가자 '중국판 리먼 브러더스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고 중국 경제매체 차이롄서는 전했다.
수출 급감·위안화 가치 하락…경제성장률 5% 달성 불투명
여기에 세계 각국의 통화 긴축에 따른 수요 둔화, 미국이 주도하는 중국 상대 디커플링(공급망 등 분리)·디리스킹(위험 제거) 움직임 속에 중국의 성장을 견인해온 수출도 급속히 가라앉고 있다.
중국의 7월 수출액은 2천817억6천만 달러(약 370조원)로 전년 동기대비 14.5% 줄어들었다.
이 같은 월간 수출 증가율은 코로나19 발생 직후인 2020년 2월 이후 3년 5개월 만에 최저치다.
수출 부진이 장기화하면서 올해 중국 정부가 설정한 '5.0% 안팎 성장' 목표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실제로 JP모건체이스는 중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6.4%에서 4.8%로, 바클리스는 4.9%에서 4.5%로 각각 낮췄다.
이에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최근 잇달아 단기 정책 금리를 인하하며 유동성을 공급했다.
그러나 현재의 상황이 금리 인하 같은 조치로는 반전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적했다.
가파른 위안화 가치 하락도 고민거리다. 위안화 역내 환율은 17일 1달러당 7.31위안까지 치솟았다. 2007년 12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투자은행(IB) 소시에테제네랄의 중국 담당 이코노미스트 미셸 람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현재 중국은 부동산 시장의 불안이 전체 경제와 금융의 안정을 위협하는 상황"이라며 "부동산 시장이 안정을 찾지 못하는 한 위안화의 불안도 계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prett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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