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케트 부조리극 ‘고도를 기다리며’ 대학로 무대에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사무엘 베케트의 대표작인 ‘고도를 기다리며’가 여름 무대에 오른다. 18일부터 27일까지 서울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3관.
‘고도를 기다리며’는 어느 한적한 시골길에서 고도를 기다리는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 두 방랑자의 이야기. 자신들이 기다리는 고도가 정확히 누구인지 모르면서, 오랫동안 계속해서 기다림을 이어간다. 둘은 서로를 지긋지긋해하고, 늘 ‘이제 그만 헤어지자’, ‘목 매달아 죽자’고 입버릇처럼 말하지만 정작 서로를 떠나지 않는다. 오지 않는 고도를 기다리며 함께 달을 바라본다. 짐꾼 럭키에게 목줄을 매고 개처럼 끌고다니는 주인 포조, “고도 씨는 오늘 밤에 못 오지만 내일은 올 것”이라고 말하는 소년이 둘을 스쳐간다.
출연 배우들의 면면이 기대를 모은다. 에스트라공 역은 국립극단 출신으로 이제는 연극보다 영화와 드라마에서 더 낯익은 중견배우 주진모가 맡았다. 연극 ‘렛미인’ 이후 7년만의 연극 무대 복귀작. 블라디미르 역은 현재 한국셰익스피어학회장인 이현우 순천향대 교수. 그는 ‘겨울 나그네’, ‘라 쁘띠뜨 위뜨’, ‘이런 동창들’ 등 연극에 출연하는 한편 원로배우 이순재가 출연했던 ‘리어왕’ 연출을 맡는 등 연극 현장에서 활동했다.
포조 역할은 ‘XXL 레오타드안나수이손거울’,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 등의 작품에 출연한 대학로 대표 배우 안병식과 연극 ‘쁘띠삼촌’, 뮤지컬 ‘모비딕’ 등에서 활약한 배우 황건이 더블 캐스팅됐다.
아일랜드 출신 극작가 베케트는 2차 세계대전 시기 남프랑스의 보클루즈에서 숨어 살면서 전쟁이 끝나기를 기다리던 자신의 상황을 인간의 삶 속에 내재된 보편적인 기다림으로 작품화해 ‘고도를 기다리며’를 완성했다. 1953년 프랑스 파리 초연의 대성공 이후 현대 부조리극의 고전으로 자리잡았다. 베케트는 이 희곡으로 1969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지만 수상식에 불참하고 일체의 인터뷰도 거부했다.
공연을 올리는 극단 로맨틱 용광로는 “지금 베케트의 고전을 소개하는 것은 이 작품에 공존·공생·상생(symbiosis)의 마음이 녹아있다고 믿기 때문”이라며 “‘고도를 기다리며’에는 가슴에 희망을 품은 인물들이 있다. 함께 기다리는 것만으로 또 하루 이 세상을 살아갈만 해지는 은밀한 비밀, 새싹같은 희망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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