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지도부, '수도권 위기론'에 "당 흔들지 말라" 경고
지도부, 내부 파열음 경계…"발언 신중하자는 취지"
비주류 반발 여전…"당내 쓴소리 틀어막아선 안 돼"
[서울=뉴시스]최영서 기자 = 국민의힘 지도부가 최근 당 안팎에서 총선 관련 부정적인 전망이 분출하는 데 대해 강경 대응에 나섰다. 잇단 수도권 위기론 언급을 '지도부 흔들기'로 보고 내부 단속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총선 8개월을 앞둔 시점, 괜한 당내 분란을 만들지 않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다만 당 일각에서는 여전히 지도부를 향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어 총선 공천을 앞두고 본격적인 갈등이 시작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18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이철규 사무총장은 지난 16일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배를 침몰시키려는 승객을 어떻게 누가 태우려고 하겠나"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 화합을 저해하거나 당론과 배치되는 언행을 삼가달라는 취지에서 나온 발언이다.
이를 두고 공천 실무를 관장하는 사무총장이 내부 기강을 다잡은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특히 당 의원들을 대상으로 한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해당 발언을 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일부 의원을 특정했다는 해석도 나왔다.
이 사무총장은 특정인을 겨냥한 것은 아니라며 "정치하면서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국민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 지에 대해 고민 없이 함부로 말하면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또 "당 욕하는 걸 가만두고 박수 쳐야 하느냐"며 "같은 당 구성원으로서 모욕과 조롱을 하지 말자는 당부의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앞서 윤상현·하태경·안철수 의원 등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수도권 총선 위기론을 연달아 언급했다. 이밖에도 당 내부에서는 지도부가 총선을 지나치게 안일하게 대비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도 빈번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외 인사가 대부분인 지도부가 '무기력하다'는 취지의 지적은 출범 초기부터 쏟아진 바 있다.
지도부는 보수당의 수도권 위기론은 새로운 현상이 아닌데다가, 공개적으로 언론에 부정적 언급을 늘리는 것이 자칫 내부 분란으로 보일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이에 지나치게 비난섞인 언행을 지도부 권위에 대한 도전으로 규정하고 단속에 나선 것이다.
한 지도부 인사는 "사무총장이 원래 그 정도 당의 기강은 잡아줘야 한다. 군기반장 역할을 하는 것"이라며 "(특정 의원들이) 너무 '자기정치'를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당을 위해서 좀 더 분발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말을) 할 수는 있다"면서도 "먼저 공개적으로 하고 마이크에 신나서 더하고 그건 좀 아니지 않은가"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런 목소리가 밖으로 나가면 파열음처럼 보인다"고 우려했다.
의총 참석자는 "총선을 앞두고 발언에 신중하자는 게 당의 생각이고 공천과 연관 짓는 문제는 공관위에서 알아서 할 일"이라며 "당 지도부에 대해 직접적으로 (비난을) 얘기한다는지 하는 것은 적절한 언론 대응이 아니"라고 밝혔다.
또 다른 지도부 관계자는 "마치 지도부가 수도권 위기론에 전혀 무감각하고 대응도 안 하고, 천하태평 노는 것처럼 말한다"며 "역대 총선을 앞두고 당대표들은 8~9월에 (총선 관련) 한 게 없다"고 호소했다.
이 관계자는 "총선 위기론에 가장 절절하게 위기의식을 갖고 있는 당사자는 지도부"라며 "나름대로 스텝을 준비하고 있는데 '큰일난다', '진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쉽다"고 했다.
당내에서는 이 사무총장의 발언 자체가 적절했는지에 대한 의문도 있다. 이 사무총장은 이르면 연말께 구성될 공관위에 당연직으로 참여하는데, 의원들을 향한 경고성 메시지가 '공천 압박'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당내 다양성이 무너지고 획일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하 의원은 이날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배를 수리하는 쓴소리와 배를 침몰시키는 막말과 악담을 구분 못하는 정당은 미래가 없다"며 "민주당이 국민에게 외면당한 것도 당내 쓴소리를 전부 틀어막았기 때문"이라고 에둘러 비판했다.
'수도권 위기론'을 강력하게 주장한 윤 의원은 전날 라디오에서 "(당 지도부가) 수도권 선거에 나와서 크게 경쟁력이 있지 않을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또 이날 오전 라디오에서도 "당에 대한 충정으로 말씀드린 것"이라며 "당을 폄훼하거나 조롱할 의도, 전혀 추호도 없다. 당이라는 배를 좌초시키려는 의도는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
또 다른 당 관계자는 이 사무총장의 발언에 대해 "그런 말을 하는 것 자체가 그 지도부의 권위가 별로 없다는 뜻"이라며 "공천 관련해서 특별히 누군가의 발언으로 문제가 도드라진 것도 아닌데 왜 그런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다만 지도부는 총선 공천을 앞두고 시작되는 내부 파열음이라는 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의원들이) 당 전체 입장이나 그런 걸 고려해서 해주시면 좋겠다는 취지로 이야기한 것이고 언로를 차단하거나 그런 취지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윤 원내대표는 "당 안에서 그 발언과 관련해서 특별한 의원님들의 문제 제기나 이견이 표출되지는 않고 있다"며 "관련해서 당 안에서 아무 문제가 없고 소란이 없다. 자꾸 문제가 있는 쪽으로 일부 보도가 되는것 자체가 현재 당의 분위기하고는 다르다"고 강조했다.
원내 관계자도 "'노선 투쟁'은 없다"며 "원래 여당은 대통령이 있기 때문에 계파형성이 잘 되지 않는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youngagai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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