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유기동물 보호소서 멸종위기 '삵' 안락사…이유는?

발견 당시 심하게 다쳐 치료 불가능…"누리꾼, 전화 자제해달라"

강원도의 한 유기동물 보호소에서 법정보호종이자 멸종위기 2급인 삵이 안락사됐다는 소식이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통해 퍼지면서 누리꾼들이 거센 비판을 쏟아내고 있는 가운데, 해당 보호소 책임자가 "한 번 듣고 직접 판단해달라"며 안락사를 한 이유를 밝혔습니다.

어제(17일) 연합뉴스는 삵을 안락사한 강원도 태백의 유기동물 보호소에 연락해 해당 보호소가 안락사를 선택한 경위를 보도했습니다.

센터장 A씨는 "삵 때문에 연락했냐고"며 지친 목소리로 답하더니 "내가 지금 수십명에게 전화를 받고 내용을 설명했으니 한 번 듣고 직접 판단해달라"고 토로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해당 유기동물 보호소는 지난 15일 오후 6시쯤 "새끼 고양이가 다쳤다"는 민원인의 신고 전화를 받았습니다. 보호소 직원이 현장에 출동해 보니 자동차 바퀴에 뒷다리가 짓이겨진 것으로 추정되는 어린 삵이 있었습니다.

부상 상태가 심각해 동물 병원으로 가려 했지만, 휴일 늦은 오후인 까닭에 문을 연 곳이 없었습니다.

이에 보호소는 하루 동안 센터에서 삵을 보호하다, 다음날 일찍 동물병원을 찾았습니다.

그러나 삵의 상태는 이미 손쓸 수 없이 심각한 수준이었고, 수의사 역시 소생하기 어렵다며 안락사를 권했습니다. 가까스로 목숨을 건져도 그 과정에서 견뎌야 할 고통이 더 크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A씨 역시 삵의 처참한 하반신 상태를 봤을 때 '의사의 말이 옳다'고 판단, 멸종위기 동물임에도 불구하고 삵의 안락사를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앞서 지난(17일)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멸종위기종을 안락사시켜도 되나요?"라는 제목의 글이 공유됐습니다. 해당 글에는 전날 강원도의 유기동물 보호소에서 삵을 안락사 했다며, 국가동물보호정보시스템에 등록된 정보가 캡처되어 함께 올라왔습니다.

여기에는 태어난 지 60일 미만으로 추정되는 어린 삵이 케이지에 들어있는 사진과 '종료(안락사)'라고 표기된 상태, 보호소 관계자의 연락처 등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글을 본 누리꾼들은 "얼굴 줄무늬를 보니 삵이 맞다", "품종을 삵이라 써놓고 어떻게 안락사를 할 수 있냐", "법적으로 처벌해야 하는 것 아니냐" 등 비판을 쏟아냈습니다.

보호소 센터장 A씨는 연합뉴스에 "인터넷에 퍼진 사진에 내 휴대전화 번호가 적혀있어서 기자를 사칭하는 등 수많은 전화에 시달리고 있다"며 "제발 전화를 자제해달라"고 하소연했습니다.

[서예림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sylanastasia776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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