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홍 감독X김지우 작가 ‘기적의 형제’ 따뜻한 울림 남겼다
[뉴스엔 김명미 기자]
'기적의 형제'가 시청자들에게 여운을 선사했다.
8월 17일, JTBC 수목드라마 ‘기적의 형제’(극본 김지우, 연출 박찬홍, 제작 MI, SLL)가 8주간의 기적의 대장정을 마쳤다. 최종회에서는 27년간 은폐된 살인사건의 진실을 좇아온 동주(정우)와 강산(배현성)이 새로운 기적의 시작을 알렸고, 그 과정을 통해 “숨쉬고, 밥 먹고, 걷고, 뛰고, 웃고, 떠들고,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모든 일상이 기적이며, 그 기적은 지금 바로 이 순간에도 우리한테 일어나고 있다”는 메시지로 가슴 따뜻한 위로와 오래도록 울리는 여운을 남겼다.
‘기적의 형제’는 무려 24년이나 함께 호흡을 맞춰온 대한민국 드라마계의 살아있는 ‘거장 콤비’ 박찬홍 감독과 김지우 작가의 11번째 작품으로, 이미 방영 전부터 ‘웰메이드’를 담보했다. 이들 콤비는 진실을 좇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뼈아픈 현실 속에서도 지키고 연대해야 하는 인간애의 소중함이란 테마로 시청자들과 꾸준히 소통했다.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이들의 작품을 기다리는 팬클럽이 탄탄하게 버티고 있다는 건, 박찬홍 감독과 김지우 작가가 그만큼 ‘인생 드라마’로 시청자들에게 다가갔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학교 폭력, 알츠하이머, 가족의 불행 등을 통한 어른들의 성찰을 그렸던 드라마 ‘기억’과 ‘아름다운 세상’처럼, ‘기적의 형제’ 역시 이러한 주제와 결을 같이 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인간의 폭력에 대해 좀더 깊숙이 들여다봤다. 27년 전, “따분했던 자신들의 10대를 마무리하기 위한 밤의 유희”로 여기며, 죄 없고 힘 없는 노숙자를 무자비하게 폭행한 고등학생들이 있었다. 돈과 권력을 가진 이들 부모는 이 사건을 은폐했고, 그 힘을 세습 받은 이들은 사회 지도자층으로 승승장구하며 군림했다. “인간에 대한 폭력은 그 안에 수많은 이야기를 함축하고 있다. 소평 호수 사건을 고고학적으로 따라가며 그 원인을 탐구했다”고 밝혔던 박찬홍 감독과 “청소년 폭력의 문제는 그런 아이들을 만든 어른과 사회의 문제이기도 하다. 타인의 고통에 무감각한 청소년들이 자라서 권력 사회의 주류를 이룬다는 건 생각만으로 끔찍하다”고 전했던 김지우 작가가 이 소평 호수 사건을 작품 전반에 깔아 놓은 의도였다. 극중 동주(정우)가 소평호수 사건을 촬영한 영상을 언론에 공개하며, “사건을 덮은 부모들도 공범이다. 그 부모 중 단 한사람이라도 진정한 어른 있었다면 불행을 막을 수 있었다”고 말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리고 이렇게 묻힐 뻔한 진실을 밝혀내기 위해 그 진실을 찾아가는 여정 속에선 수많은 기적이 일어났다. 과거로부터 타임슬립한 강산(배현성)이 타인의 고통을 보고 듣는 초능력을 갖게 된 판타지적 요소를 의미하는 건 아니다. 이는 되레 “타인의 고통을 알아차리고 치유한다는 것에 초능력이 필요할까?”라는 김지우 작가의 의문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소재였다. 제 몸 하나 추스르기도 어려웠던 동주는 강산을 만나 억울한 누명을 쓴 노명남(우현)과 천영보육원에서 가혹한 폭력과 죽임을 당한 어린아이들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고 끝까지 진실을 밝히기 위해 애썼다. 초능력으로 괴물이 될뻔했던 강산은 진짜 어른 동주의 진심어린 보살핌으로 진짜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트라우마를 극복하려 애썼던 현수(박유림)와 진실을 외면했던 과거를 뉘우친 병만(안내상)을 비롯해 어떤 외압에도 굴하지 않고 사건을 좇았던 강력3팀 형사들도 있었다. 이들의 연대는 결국 진실을 세상에 드러냈다. 김지우 작가는 기획 의도대로, “공감하고 함께 아파하고 손을 잡아주는 것, 나만 외치지 않고 옆을 돌아보는 그 순간이 우리에게 초능력이 생기는 기적” 이라는 걸 여실히 보여줬다.
이러한 과정을 한층 더 돋보이게 한 건, 김지우 작가의 주옥 같은 문학적 명대사의 힘도 컸다. 박찬홍 감독은 이에 대해 “곱씹어 보게 되는 문학적 표현이 작품 도처에 그 모습을 드러내고, 그게 나를 끊임없이 사유케하고 영감을 준다”고 밝힌 바 있다. 하늘(오만석)이 소설 안에 참혹한 집단 폭력을 “지옥은 텅 비어있고, 악마들은 다 여기있다”고 표현하며, “있는 힘을 다해 억누르고 있던 내 안의 분노가 괴물이 돼 튀어나오는 소리가 들렸다. 악마의 수레바퀴는 멈추지 않았구나. 더욱 사악해졌구나. 신은 악마를 심판하지 않는다. 내가 끝을 내자. 내 안의 어둠이 빛을 집어삼켰다”고 복수를 결심하는 대사는 하늘의 심정이 더욱 생생하게 와닿았다. “태양 너무 가까이 가면 훔친 날개의 밀랍은 녹아버린다. 진실을 파헤칠수록 태양에 가까워지고 결국 난 추락한다”며 내면의 갈등을 겪었던 동주가 살인자 이태만(이성욱)을 만나 헤밍웨이의 소설 노인과 바다를 인용하며, “노인에겐 청새치의 뼈가 남았다. 그 거대한 뼈만 보고도 사람들은 그날 밤의 진실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상어떼 공격이 얼마나 잔인하고 집요했는지, 굴복하지 않고 얼마나 치열하게 싸웠는지. 이는 패배하지 않았다는 증거다”라고 일침했던 장면은 압권이었다.
“기적을 믿는다”는 박찬홍 감독과 김지우 작가는 “살아 있는 이 순간이, 모든 일상이, 평범했던 일들이 기적이다. 고난을 동반하더라도 깨달으면 피부로 느낄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래서 ‘기적의 형제’를 통해 “누군가 기적을 바란다면 그 누군가는 무척 힘든 상황에 있을 것이다. 힘껏 용기내 가다 보면 그 기적은 멀리 있지 않다고 힘을 내라고 응원하는 마음을 담고 싶다”는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동주와 강산은 싸워도 이길 수 없을 것 같았던 끝이 보이지 않는 진실의 여정을 함께 시작했고, 주저 앉고 싶은 순간에도 함께 일어났다. 그리고 종국엔 그 기적 같은 일상을 함께 공유하며, 또 다른 기적의 시작을 알렸다. 그리고 박찬홍 감독과 김지우 작가, 이들 거장 콤비의 위로는 작품이 끝나고도 오래도록 가슴 속에 깊은 여운의 파고를 일으켰다.
(사진=MI, SLL)
뉴스엔 김명미 mms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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