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돋보기] “평화는 지루해”…국경 넘는 탈레반

황경주 2023. 8. 18.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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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이 재집권한지 벌써 2년째입니다.

여성 인권은 땅에 떨어졌고 인구 10명 중 8명은 빈곤층일만큼 경제난도 심각하다는 뉴스가 종종 들리는데요.

이런 상황이 보고 듣기에만 불편한 남의 나라 얘기기만 할까요?

지구촌돋보기에서 알아봅니다.

아프간을 장악한 탈레반이 이제 국경을 넘기 시작했다고요?

[기자]

2년 전 이맘때죠.

미군이 아프간에서 철수하는 틈을 타 무장 세력 탈레반이 20년 만에 다시 아프간을 장악했는데요.

국제 사회는 탈레반 정권을 정식 정부로 인정해주지 않고 있지만, 아프간 내부적으론 탈레반에 대적할 만한 세력이 없어졌습니다.

이제 탈레반 조직원들은 나라 밖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데요.

최근 뉴욕타임스에는 '타히르'라는 이름의 한 탈레반 청년 이야기가 실렸습니다.

10대부터 탈레반에 합류하고 이른바 '성전'을 위해 교육받았던 타히르는 2년 전 탈레반이 재집권한 뒤엔 군인으로 재배치됐습니다.

하지만 "지루하다"는 불평을 자주 했다고 가족들은 전하고 있는데요.

자신의 유일한 기대는 순교라던 그는 결국 무장 세력과 합류하려고 인접국 파키스탄으로 넘어갔고, 파키스탄 보안군에 의해 살해된 거로 전해졌습니다.

[앵커]

이런 사례를 한 사람의 일탈로만 치부하기 어려운 게 문제인거죠?

[기자]

탈레반 청년 수백 명이 더는 '평화로운' 나라에 갇혀있기 싫다며, 아프간을 떠나고 있는 거로 알려졌습니다.

이들은 탈레반 재집권 전부터 탈레반이 운영하는 이슬람 학교, '마드리사'에서 수년 동안 종교 교육을 받았던 세대입니다.

순교를 찬양하고 극단적 이슬람주의를 표방하며 유년기를 보내고 청년이 된 거죠.

[탈레반 관계자 : "아프간 지역마다 '마드리사'가 활성화됐고, 각각의 '마드리사'는 탈레반 수천 명을 키울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탈레반 청년들은 "아프간은 이제 평화가 보장됐다", "다른 나라로 가서 이슬람 교도의 권리를 위해 싸워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습니다.

탈레반이 재집권하면서 아프간에 다시 번진 폭력과 극단주의가 주변국까지 물들이고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앵커]

실제로 인접국 파키스탄에서 극단적인 이슬람주의에 기반한 테러가 크게 늘고 있다고요?

[기자]

아프간을 떠난 탈레반 청년들은 인접국인 파키스탄으로 많이 향하는데, '파키스탄 탈레반' 같은 현지 테러 세력과 합류하기 위해섭니다.

이렇게 극단주의 세력이 파키스탄으로 몰려오면서, 파키스탄 국경은 테러의 온상이 되고 있는데요.

최근엔 아프간과 가까운 파키스탄 북서부 지역에서 자살 폭탄 테러가 벌어져 2백 명 넘는 사상자가 났습니다.

파키스탄의 한 싱크탱크 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 1년 동안 '파키스탄 탈레반'이 벌인 공격은 최소 123건으로 파악됐습니다.

탈레반 정권이 아프간을 장악하기 전보다 두 배나 늘어난 겁니다.

[파키스탄 주민 : "파키스탄 사람들은 테러범들이 이슬람 사원에 들어오는 게 큰 걱정입니다. 너무 많은 사람이 순교하고 있어요."]

[앵커]

파키스탄은 이제 아프간 탈레반 정권을 남의 나라 일로만 생각할 수 없겠네요.

[기자]

파키스탄 정부는 탈레반이 조직원의 일탈을 방조한다고 비난하고 있습니다.

"아프간이 행동에 나서지 않으면 무력을 사용하겠다"는 경고까지 한 거로 알려졌습니다.

[라나 사나울라/파키스탄 내무부 장관 : "약속은 우리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위한 것입니다. 탈레반은 아프간이 어떤 테러에도 사용되지 않을 거라고 전 세계에 약속했습니다."]

탈레반은 방조하는 게 아니라고 부인하면서, "조직원들은 아프간 밖에서 공격을 개시하지 말라"고 말은 하는데요.

실제적인 조치는 딱히 없습니다.

이런 상황을 틈타 '파키스탄 탈레반'이 본격적으로 병사들을 모집하기 시작했다는 얘기도 나오는데요.

아프간에서 파키스탄으로 넘어오고 싶은 탈레반 조직원들에게 불법으로 국경을 넘을 수 있게 도와주라는 지시를 내린 거로 알려졌습니다.

[앵커]

탈레반 세력이 갈수록 커지면 국제사회도 두고 보기만 할 수는 없겠는데요.

[기자]

미국 중심의 서방은 지금까지 경제난이 심각한 아프간에 원조를 끊으면서 탈레반 정권을 압박해 왔죠.

하지만 탈레반이 미중 경쟁을 지렛대 삼아 중국의 투자를 끌어들이면서, 서방의 경제 제재는 이전만큼 효과가 없어 보입니다.

중국도 아프간 상황을 중동 지역 영향력 확대의 기회로 삼고 있죠.

[왕원빈/중국 외교부 대변인 :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의 대테러 활동은 완전히 실패했습니다."]

결국 미국도 마냥 탈레반을 무시하기는 어려워졌는데요.

미국은 지난달 말 탈레반을 공식 접촉하고 인권과 경제 문제 논의를 시작했습니다.

지구촌 돋보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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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경주 기자 (rac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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