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팔트 표면보다 버스 정류장이 더 뜨겁다고?[김예윤의 위기의 푸른 점]
그런데 17일 기상청에서 뜻밖의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폭염이 발생했을 때 아스팔트 포장 도로 위보다 도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중앙차로 버스 정류장이 더 덥다는 것입니다. 보통 버스정류장 위에 그늘막이 있기 때문에 잠시 햇빛이라도 피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어떻게 된 일일까요.
●버스정류장, 도로에서 뿜어내는 열기 갇혀
먼저 첫 번째 그룹인 아스팔트 도로, 버스정류장, 그늘 쉼터, 흙 놀이터 중에서 지상 1.5m 평균기온이 가장 높은 것은 ‘버스정류장’이었습니다.
지난달 7일 오후 12시 30분경 버스정류장의 최고 기온은 34.4도까지 올라 가장 높은 기온을 보였습니다. 아스팔트 위(33.5도)보다 1도가량 높은 수준입니다. 평균기온 역시 버스정류장이 31.6도로 아스팔트 위(30.5)보다 높았습니다.
이달 1일의 경우 버스정류장은 오후 1시 50분경 최고온도 36.9도를 찍은 후 오후 5시까지 비슷한 온도를 유지하며 평균 온도는 34.3도였습니다. 아스팔트 위와 흙바닥 위는 햇볕이 강한 오후 2~3시경 각각 37.5도, 38.1도까지 올랐지만 이후 기온이 떨어지면서 평균기온(각각 34.3도, 34도)은 버스정류장과 거의 비슷했습니다.
반면 버스정류장을 떠올려 보시죠. 위 사진을 보면 조금 더 이해가 쉬우실까요. 머리 위 그늘막을 비롯해 뒷면과 옆면이 벽으로 막힌 반폐쇄 공간입니다. 열기가 ‘갇혀 있는’ 구조가 되는 거죠. 중앙차로 버스정류장의 경우, 사방이 아스팔트 도로로 둘러싸여 있으니 아스팔트 도로 및 지나가는 차들이 뿜어내는 열기가 정류장에 갇혀있게 되는 셈입니다.
●같은 도심 온도 차 4도… 절실한 녹지
버스정류장 다음으로는 아스팔트 도로, 흙 놀이터, 그늘 쉼터 순으로 평균기온이 높았습니다. 기상청은 “그늘 쉼터는 종일 햇볕이 들지 않는 등나무 그늘 아래라 다른 곳보다 기온이 낮고 햇볕에 의한 기온 변화 폭도 적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생활하면서 몸으로 느낄 수 있는 것들이지만, 이렇게 같은 도심 지역에서도 어떤 장소에 있느냐에 따라 사람이 느끼는 더위는 큰 차이가 납니다.
올해 온열질환 감시를 시작한 5월 20일부터 이달 14일까지 누적 온열질환자는 2244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1409명)보다 59.2% 급증했다고 합니다. 이중 실외 작업장, 논밭 등 실외에서 전체 환자의 79.2%가 발생했다고 합니다.
매일같이 내리는 폭염특보에 무심해질 수 있지만 오후 한낮엔 야외 작업이나 활동을 피하고, 장소별로 맞춤형 폭염 쉼터를 만드는 것도 필요해 보입니다. 물론, 장기적으로는 점점 더 뜨거워지는 지구를 어떻게 조금이라도 식힐 수 있을지 고민하고 실천하는 것이 먼저이지만요.
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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