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 연 피프티피프티, 그들이 말하는 '진실'은 무엇일까?

아이즈 ize 윤준호(칼럼니스트) 2023. 8. 18.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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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윤준호(칼럼니스트)

사진제공=어트랙트

걸그룹 피프티피프티(이하 피프티)가 입을 열었다. 지난 6월 소속사 어트랙트를 상대로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 지 두 달 만이다. 

모두가 기다리던 목소리다. 여러 의혹에도 불구하고 '당사자'들이 긴 침묵을 이어왔기 때문이다. 그들은 "현재 보도되는 기사 중 사실이 아닌 내용이 너무 많다"며 "재판과정에서 진실이 밝혀지고 저희의 정당한 권리가 보장될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대중의 반응은 그리 호의적이지 않다. 여전히 그들의 주장에 대한 객관적 근거가 뒷받침되지 않았고, 적절한 대응 시기를 놓쳤다는 반응도 적잖다. 게다가 입장을 낸 시기도 공교롭다. 여전히 피프티는 사면초가에 놓인 것처럼 위태롭다.

#왜 시점일까?

피프티 멤버 4인은 17일 자필 편지로 입장을 전했다. "우선 저희를 사랑해 주시는 모든 분들께 큰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면서 "믿고 기다려 주시는 팬들이 계시기에 피프티 멤버들은 많은 망설임 끝에 저희의 입장을 용기 내어 전달해 드리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재 많은 언론 매체의 보도로 인해 팬들께서 혼란스러운 마음을 안고 계실 것을 알고 있다. 저희 역시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오해와 비난 속에서 차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참담함을 느끼며 하루하루 힘겨운 날들을 보내고 있다"고 토로했다.

왜 피프티는 두 달 만에 입장을 냈을까? 가처분 신청을 담당하는 재판부는 지난 9일 열린 조정 기일에서 "당사자들이 만나 대화를 나눠 보라"며 일주일의 말미를 줬다. 그러나 16일, 피프티 측은 법원에 어트랙트에 복귀할 의사가 없다는 입장을 냈다. 법원을 통해 잘잘못을 가리겠다는 것이 아니라 "무조건 어트랙트와는 동행하지 않는다"는 선언으로 읽힌다. 이에 언론과 여론은 더욱 악화됐다. 피프티 입장에서는 왜 이런 선택을 하게 됐는지 입장을 낼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 셈이다.

19일 SBS '그것이 알고싶다' 방송을 앞두고 있다는 것도 염두에 둬야 한다. 피프티와 더기버스 안성일 대표는 '그것이 알고싶다' 제작진과의 인터뷰에 응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그들이 특정 언론을 통해 목소리를 내는 것은 처음이다.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새로운 주장이 제기될 수 있다. 

16일 조정 거부, 17일 입장 표명, 그리고 19일 '그것이 알고싶다' 방송은 피프티가 두 달 간 준비한 반전 카드일 수 있다는 의미다.

#왜 '진실'을 거듭 언급할까?

피프티는 입장문을 내면서 '진실'이라는 키워드를 강조했다.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저희는 반드시 밝혀내야 하는 '진실'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그것이 투명하게 밝혀지면 팬들께도 저희를 이해하고 더 크게 응원해주시리라 굳게 믿고 있다"는 바람을 드러냈고, "재판과정에서 '진실'이 밝혀지고 저희의 정당한 권리가 보장될 것이라고 기대하였고, 그것은 저희가 아직도 품고 있는 희망 사항이다. 그 실현을 위하여 '진실'에 입각한 증거와 자료를 수집하여 계속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들이 주장하는 '진실'이 무엇인지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그동안 그들이 주장했던 수익항목 누락 등 정산자료 충실 제공 의무 위반, 신체적·정신적 건강관리 의무 위반, 연예 활동을 위한 인적·물적 자원 보유 및 지원 미비 등에 대한 반복된 주장일 수 있다. 이를 납득시키기 위해서는 보다 구체적인 물증을 제시해야 한다. 하지만 두 달 만에 나온 피프티의 입장문은 두 달 전 주장에서 좀처럼 전진하지 못하고 있다. 

피프티는 "이번 일을 계기로 소속사와의 관계에서는 잘못된 방식으로 강요되어왔던 일들이 바로잡히기를 원하고 있다. 저희의 음악을 지키고자 한 불가피한 선택은 여기서 출발하였다"고 강조했다. 피프티를 지키기 위해 타협없는 소송을 이어가고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그들은 대중의 관심과 사랑을 먹고 성장하는 대중가수다. 그렇기에 그들이 말하는 '불가피한 선택'일 수밖에 없는 당위를 충분히 설명하지 못하는 있는 것은 아쉽다. 대중 역시 '진실'이 궁금하다. 적어도 지금껏 피프티가 제기한 문제와 주장 만으로는 그들이 주장하는 '진실'에 귀기울이기 어렵다.

#과연 팬들을 고려한 대응인가?

피프티의 입장문은 언론을 통해 대대적으로 보도됐다. 하지만 행간을 읽어보면, 언론을 향한 입장문이 아니라 팬들을 향한 호소에 가깝다. 그들은 "피프티 멤버들은 지금까지 팬들의 과분한 사랑과 격려를 받았다. 팬들과 도움을 주신 모든 분들에 대한 감사함과 소중함을 단 한 순간도 잊은 적이 없다"면서 "저희는 이러한 마음을 소중히 간직하면서 앞으로 더 성실히 활동하여 고마움을 보답하려 한다"고 밝혔다.

성실한 활동을 통해 팬들의 사랑에 보답할 것이며, 이를 위해 어트랙트와의 관계를 먼저 청산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읽힌다. 하지만 현재까지 팬들의 반응은 그리 호의적이지 않다. 불과 데뷔 반 년 만에 엄청난 성공을 거둔 걸그룹이 그들을 트레이닝시키고 데뷔시켜 그 자리에 있게 한 소속사를 상대로 반기를 든 것이 그리 상식적이지 않다고 바라보는 셈이다. 

그리고 피프티는 그런 분위기가 조성된 이유를 언론과 SNS로 돌리려는 듯 "현재 보도되고 있는 언론 기사, SNS에는 사실이 아닌 내용들이 너무나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희는 그간 전속계약 해지와 관련하여 언급을 자제해왔다. 이것은 그간 보도된 언론 기사를 인정하거나 받아들였기 때문이 아니"라면서 "저희는 사실에 근거해 법정에서 공방을 하는 것이 이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바른 길이라고 생각했다"고 해명했다.

여기서 의문이 든다. 재판부는 한 달이 넘는 검토 끝에 '조정'을 제시했다. 이게 재판부가 판단한 최선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피프티는 조정을 거부했다. 조정의 전제가 '전속계약 유지'였기 때문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이를 토대로 본다면 피프티는 이미 '전속계약 해지'라는 답을 정해놓고 이 싸움을 시작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재판부의 조정조차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 그 증거다. 피프티는 "재판과정에서 진실이 밝혀지고 저희의 정당한 권리가 보장될 것이라고 기대하였고, 그것은 저희가 아직도 품고 있는 희망 사항이다. 그 실현을 위하여 진실에 입각한 증거와 자료를 수집하여 계속 제출하겠다. 그럼으로써 잘못된 의혹과 오해가 명확하게 해소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거듭 밝혔다.

끝으로 피프티는 "잘못된 의혹과 오해에 따른 과도한 비난을 거두어 주시고, 객관적인 사정을 지켜보아 주시키를 간절히 부탁드린다"면서 "피프티를 지켜봐 주시는 분들께 보답할 수 있도록, 좋은 모습을 다시 돌아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렇다면 그들이 말하는 '좋은 모습'이란 과연 무엇일까? 또한 현재 분위기라면, 그들이 돌아올 자리는 그리 넉넉해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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