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전경련 인적구성·운영 개입 땐…삼성 즉시 탈퇴"[일문일답]

조민정 2023. 8. 18.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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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희 삼성 준감위원장, 2차례 임시회의 끝 '조건부 복귀' 권고
"전경련 혁신안, 단순 선언일 뿐…실천 의지 등 우려스런 입장"
"삼성 이사회·경영진, 철저한 내부 검토 등 거친 후 결정해야"

[이데일리 조민정 기자] 두 차례 회의 끝에 삼성에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가입에 대한 조건부 권고를 전달한 이찬희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준감위) 위원장이 “전경련의 인적 구성 및 운영과 관련해 어떠한 명목이든 정치권이 개입해선 절대 안 된다는 점을 분명하게 권고했다”고 밝혔다.

이찬희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이하 준감위) 위원장이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복귀 재논의를 위해 열린 임시회의를 마치고 18일 오전 서울 삼성생명 서초타워에서 들어서고 있다.(사진=조민정 기자)
이 위원장은 18일 오전 9시38분쯤 서울시 서초구 삼성생명 서초사옥에서 2시간30분가량 2차 임시회의를 마치고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준감위의) 우려를 먼저 전달하고, 만약 최종적으로 회사에서 (가입) 결정을 했을 경우 ‘어떤 조건 하에서 활동해야 된다’라는 것을 권고했다”고 했다. 이어 구체적인 조건에 대해선 “전경련의 정경유착 행위가 지속된다면 즉시 탈퇴할 것을 비롯해 운영 및 회계의 투명성 확보 방안 등에 대한 철저한 내부 검토를 거친 후에 (전경련 가입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삼성 준감위는 ‘국정농단 사건’ 재판부가 삼성의 내부 준법감시제도 마련 등을 주문한 것을 계기로 2020년 2월 출범한 독립조직이다. 삼성 이사회가 준감위의 권고의견을 반드시 따라야 할 법적 의무 없지만 삼성 각 계열사가 준감위 권고에 반하는 경영활동을 하면 이사회를 거쳐 공표해야 한다.

다음은 이찬희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준감위) 위원장의 일문일답 주요 내용이다.

이찬희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이하 준감위) 위원장이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복귀 재논의를 위해 열린 임시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18일 오전 서울 삼성생명 서초타워에서 들어서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오늘 2차 임시회의 진행했는데, 가입 미가입 여부 어떻게 결정 났나.

△가입·미가입을 확정적으로 권고하진 않고, 저희의 우려를 먼저 전달했다. 만약에 최종적으로 회사에서 결정을 했을 경우 ‘어떠한 조건 하에서 활동해야 된다’라는 것을 권고했다.

-삼성의 전경련 가입 시 우려되는 점은.

△누누이 말씀드리지만 ‘정경유착의 고리를 정말 완전히 단절할 수 있는가’라는 것이 가장 큰 논의의 대상이었고, ‘전경련의 인적 구성 및 운영에 정치권이 개입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는 점이 가장 크게 우려 사항이었다. 그래서 그 부분에 대해서 전경련의 쇄신안 혁신안에 대해서 위원회에서 여러 차례 검토를 했고 최종적인 저희 의견을 낼 때까지 숙고를 했다. 그러나 최종적으로 현재 전경련의 혁신안은 단순히 선언에 그칠 뿐이고 실제로 그것이 실현될 가능성, 그리고 그것을 실천할 의지가 있는지에 대해선 위원회로서는 현재 시점에서 우려스러운 입장으로 위원님들의 의견이 모아졌다.

-삼성 계열사들 이사회에 구체적으로 어떤 점을 우려해야 한다고 전달했나.

△만약에 가입했을 경우에 전경련의 정경유착 행위가 지속된다면 즉시 탈퇴할 것을 비롯해서 운영 및 회계의 투명성 확보 방안 등에 대한 자체 내에 철저한 검토를 거친 후에 결정하는 것을 권고했다.

-구체적인 승인에 대한 전제 조건으로 제시됐던 것도 있을 것 같은데, 어떤 이야기들이 오갔나.

△말씀드린 대로 전경련에 만일 가입하는 경우 정경유착 위반 행위가 있으면 즉시 탈퇴할 것을 권고하는 것 외에 다른 조건들도 권고했다. 그런데 그 구체적인 내용을 제가 이 자리에서 말씀드리면 이사회와 경영진이 자유로운 의사를 결정하는 데 오히려 구속이 될 것이기 때문에 이사회의 순수한 기능인 독립적 판단을 위해 그 내용을 미리 말씀드릴 수는 없음을 양해해 주시기 바란다.

-2017년 2월 삼성 계열사들이 전경련을 탈퇴할 당시랑 지금, 전경련이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기 위해 달라진 점이 별로 없다고 판단하는지.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것 중에 하나가 철저한 준법 감시라고 생각한다. 삼성이 과거처럼 정경유착에 개입하는 일은 최소한 준법감시위원회의 통제와 감시 하에선 쉽게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다. 또한 전경련에서도 이런 준법감시위원회에 준하는 다양한 독립적인 기구를 통한 운영의 쇄신안에 담겨 있었고 그 부분에 대해서도 저희가 심도 있게 검토했다.

-오늘 어떤 결론은 안 나왔다고 했지만 여러 가지 조건들을 제시한 걸 보면 이 조건을 전제로 한 사실상 승인이라고 이해해도 되나.

△그것은 회사에서 이사회와 경영진에서 구체적으로 판단하실 거라고 생각한다. 다만 저희는 현 시점에서 전경련 혁신안이 정경유착 고리를 확실하게 끊을 수 있을지에 대해선 근본적인 우려가 있다고 표명했다. 그리고 전경련의 인적 구성과 운영과 관련해 어떠한 명목이든지 정치권이 개입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는 점을 분명하게 권고했다.

-회의에서 참석한 위원들 중 해당 의견에 대한 표는 찬성, 반대로 나누면 어떻게 나왔나

△위원회가 사실 규정상 출석의원 과반수의 의사정족수와 참석한 위원 과반수의 의결 정족수로 규정돼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운영위원회를 운영하면서 단 한 차례도 만장일치가 아닌 다수결로 결의한 적은 없다. 오늘 저희가 권고한 내용 역시 모든 위원님들이 합의점을 찾아서 전체적으로 만장일치로 결정했다는 점을 말씀드린다. 그 만장일치를 이루는 과정에서 다소 격론이 벌어지고 의견이 좁혀지는 데 시간이 많이 소요되었기 때문에 이렇게 회의가 순연됐다는 점을 말씀드린다.

조민정 (jju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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