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 가는데 불리” 대학가, 학점 환산점수 개정 도미노
최소 0.7점에서 최대 1.7점 올라
로스쿨 진학·취업 등 근거로 활용
잇따른 개정에 학점 변별력 하락 우려도
“환산식 정보공개·공통 환산식 만들어야”
서울 4년제 대학들이 로스쿨 등 전문 대학원이나 해외 대학원 진학, 취업 등에 활용되는 ‘학점의 백분위 환산점수(GPA)’ 환산식을 개정하고 있다. GPA는 대학 4년간의 평균 학점을 100점 만점으로 환산한 점수로 대학별로 제각각인 학점을 동일선상에 놓고 비교하기 위해 도입됐다. 문제는 대학마다 비공개로 고유한 환산식을 두고 있다 보니 같은 학점을 받아도 A 대학 학생은 GPA 97점, B 대학 학생은 96점으로 계산돼 학생들의 불만이 크다는 점이다. 이에 대학에선 학생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GPA 환산식을 고치고 있는데, 점수 인플레이션을 부추길 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대학가에 따르면 지난 14일 이화여자대학교는 총장실을 통해 환산식 개정을 다음 달 안에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이화여대 관계자는 “본교생이 진학과 취업에서 불리하지 않도록 최근 GPA 환산 점수를 개정한 다른 대학과 같은 기준으로 다음 달 로스쿨 입시 전에 변경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울대와 성균관대, 한양대는 지난달부터 GPA 환산식을 개정해 적용했고, 연세대와 고려대는 지난 3월부터 개정된 환산식을 적용했다. 앞서 2021년 서울시립대와 한국외대, 지난해 8월 경희대가 GPA 환산식을 바꿨다.
GPA는 대학에서 얻은 성적인 평균 평점을 100점 만점으로 환산한 점수다. 대학마다 성적 만점이 4.5점, 4.3점 등으로 다른데, 100점 만점으로 환산한 GPA로는 일률적으로 성적 비교를 할 수 있다. 주요 로스쿨은 1단계 서류 평가에서 GPA를 30~40% 비중으로 반영한다.
문제는 대학마다 GPA를 백분위로 환산하는 방법이 다르다는 것. 같은 학점을 받아도 대학별로 GPA가 다른 현상이 나타났다. 예를 들어 똑같이 평점 4.0(A)을 받아도 A 대학 학생의 GPA는 95점인데 B 대학 학생은 97점이다 보니 대학원 입학이나 취업 때 불리하게 작용한다고 보는 학생들이 많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기간 학점 인플레이션 현상이 심해져 1~2점 차이에 민감한 학생들이 늘었다. 많은 대학이 비대면 수업을 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로 전환하면서 A 학점 이상을 받는 학생 비율이 늘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학들은 잇따라 환산 점수를 높이는 방식으로 환산식을 자체 개정하고 있다. 자교 학생이 환산 점수가 낮아 다른 대학 출신 학생들과의 경쟁에서 불리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GPA 개정 전과 비교해▲서울대 96점→97점 ▲성균관대 94.3점→95점 ▲한양대 94.29점→95점 ▲연세대 96점→97.7점 ▲고려대 94.3점→95점으로 대학마다 최소 0.7점에서 최대 1.7점까지 올랐다. GPA 환산식 개정을 진행한 한 대학 관계자는 “GPA 환산 점수는 재학생뿐만 아니라 졸업생들에게도 민감한 이슈”라며 “학생들이 다른 대학에 비해 손해를 본다는 생각에 개정 요청이 계속 있었고 그 방향에 맞춰 본교도 개정을 진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 환산식이 개정되지 않은 대학에서도 학생들의 개정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숙명여대는 변경할 환산식에 대한 내용을 학생회와 소통하며 내부 협의 중이며 2학기 중으로 개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건국대도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를 중심으로 해당 사안을 검토 후 학교 측과 논의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대학들이 너도나도 환산 점수를 올리면서 학점 변별력이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대학 관계자는 “경쟁대학에 맞춰 환산 점수를 계속 올리게 되면 학점 인플레이션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고 오히려 학점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송기창 숙명여대 교육학과 교수는 “대학 정보공시 내용에 성적 환산식을 포함해 일반 수요자들이 학점 환산이 적당한지 판단하게 한다면 도움이 될 것”이라며 “교육부가 대학의 성적 산출에 있어 공통적인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다만 교육 당국은 대학의 성적 산출은 각 학교의 학칙으로 정하는 사안이기에 나서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교육부는 대학의 성적 환산식 산출에 관여할 권한이 없고, 공통적인 환산식 산출의 필요성을 느끼면 대학들이 결정해야 할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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