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 불꽃놀이' 감마선 폭발 집중 관측한다… 유럽, '체렌코프 천문대' 준비

박건희 기자 2023. 8. 18.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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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마선 폭발의 순간을 표현한 상상도. ESO 제공

초대형 별의 폭발과 블랙홀 탄생의 비밀을 풀기 위한 차세대 천문대가 오는 2026년 구축된다. 유럽우주국(ESA) 중심으로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체렌코프 망원경 천문대(CTAO)'가 주인공이다. CTAO가 가동되면 통상 인공위성에 의존하던 강력한 '감마선 폭발' 관측을 지상에서도 할 수 있게 된다. 중성자별 충돌, 초신성 폭발 등 우주 탄생과 관련된 다양한 고에너지 천문 현상을 지상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도구가 생기는 셈이다. 

17일 주요 외신 등 과학계에 따르면 전세계 25개국 150개 기관이 참여하고 있는 체렌코프 망원경 어레이(CTA) 컨소시엄이 우주 감마선을 집중적으로 관측할 '체렌코프 망원경 어레이 천문대(CTAO)'를 이르면 2026년 설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상 망원경을 통해 우주에서 가장 강력한 고에너지 광자의 형성 과정을 낱낱이 밝히겠다는 계획이다. 다양한 크기의 감마선 망원경 여러 대를 북반구 스페인 라 팔마섬과 남반구 칠레 아타카마사막에 각각 배치해 우주 감마선만을 탐지하는 천문대를 구축하는 것은 전세계에서 이번이 처음이다.

감마선폭발가시광선보다 1000억배강한에너지한꺼번에방출

감마선은 전자기 스펙트럼에서 가장 높은 에너지를 가진 전자기파다. 사람의 눈에 보이는 가시광선보다 최소 1000억배 강한 에너지를 갖고 있다. 원자핵이 붕괴될 때 등 고에너지 물리 반응을 통해 관찰할 수 있지만, 우주에서는 하루 한 번 꼴로 발생한다. 강렬한 빛이 뿜어져 나와 '우주 불꽃놀이'라고도 불리는 감마선 폭발(Gamma-ray Burst·GRB)을 통해서다. 짧으면 1초 미만, 길면 몇 시간에 걸친 폭발의 순간이다. 태양이 100억 년 동안 방출하는 것보다 더 많은 고에너지가 순식간에 우주로 방출된다.  

감마선 폭발은 질량이 매우 큰 별이 자체 중력으로 인해 중심핵만 남기고 붕괴될 때, 쌍성을 이루고 있는 중성자별 두 개가 에너지를 잃고 서로 가까워지다가 마침내 충돌할 때 발생한다. 충돌한 중성자별들은 하나로 합쳐지면서 블랙홀로 붕괴되기도 한다. 이 두 과정을 통해 엄청난 에너지와 물질이 빛의 속도에 가까울 정도로 빠르게 우주 공간으로 방출되는데, 이를 제트(JET)라고 한다. 제트가 퍼져나갈 때 감마선도 밝고 강한 빛을 내며 뻗어나간다.

별이 붕괴될 때는 2초 이상 지속되는 긴 감마선 폭발이, 두 중성자별이 충돌할 때는 2초보다 짧은 감마선 폭발이 발생한다. 파장이 짧은 감마선이 방출되고 나면 파장이 긴 가시광선과 적외선이 그 뒤를 따라 후광을 발산하며 나아간다.  

감마선 폭발은 우주에서 매우 흔히 발생하는 현상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워낙 짧은 찰나에 발생하는데다 감마선이 지구 대기권을 통과하면서 산란되기 때문에 지구에서 직접 관찰하기는 쉽지 않았다. 감마선 폭발이 처음 관측된 건 1960년 대 말이지만 이는 지구 궤도의 인공위성이 포착한 것이었다.

'체렌코프빛'으로감마선탐지...과학자1500명이분석

지구상에 있는 망원경이 처음 감마선 폭발을 관측하고 분석까지 하는 데 성공한 건 불과 약 4년 전인 2019년이다. 독일 막스플랑크물리연구소와 막스플랑크핵물리연구소는 스페인 라 팔마섬에 있는 '체렌코프 감마선 망원경(매직·MAGIC)' 등이 포착한 감마선 폭발을 최초로 분석해 2019년 11월 20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공개한 바 있다.

새롭게 구축하는 천문대를 체렌코프 망원경 천문대(CTAO)라고 이름붙인 이유는 체렌코프 망원경이 감마선을 탐지하는 데 '체렌코프 빛'을 관측하기 때문이다. 감마선은 지구 대기를 통과할 때 대기중 원자와 충돌하며 무수히 많고 작은 고에너지 입자들을 계속해서 발생시킨다. 빛의 속도는 대기 중에서 약 0.03% 정도 느려지고, 고에너지 입자들의 속도는 빛보다 조금 빨라지는데 이러한 입자 속도의 차이로 인해 신비한 푸른색을 띄는 체렌코프 빛이 발생한다. 체렌코프 망원경은 바로 이 푸른빛을 촬영해 감마선을 찾아낸다. 

CTAO는 초고속 카메라가 탑재된 중간 크기의 체렌코프 망원경(MST) 23대를 스페인 라 팔마 섬과 칠레 아타카마 사막에 설치한다. 큰 크기의 체렌코프 망원경(LST) 4대와 작은 크기의 체렌코프 망원경(SMT) 37대도 이후 추가적으로 설치할 계획이다. 카메라가 우주 현상을 촬영한 후 데이터로 환산하면 1500명의 과학자가 이를 분석한다. 베르너 호프만 독일 막스플랑크핵물리학연구소 연구원이자 CTA 컨소시엄 대변인은 지난 9일(현지시간) 학술지 '사이언스'를 통해 "이는 엄청난 진보"라며 "감마선 폭발의 매커니즘과 원천을 밝혀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은 CTA 컨소시엄에 참여하고 있지는 않지만 한국천문연구원(천문연) 등 국내 천문학·입자물리학계에서도 감마선 폭발을 비롯한 감마선 이론·관측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김진호 천문연 이론천문센터장은 "감마선 폭발체는 전자기파 스펙트럼 중 가장 높은 에너지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라며 "한국에서는 특히 중성자별 충돌, 초신성 폭발과 같은 고에너지 현상에서 방출되는 감마선, 중력파, 중성미자 등의 다중신호를 동시에 관측하는 연구가 활발하다"라고 설명했다.

[박건희 기자 wiss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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