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규 ‘승선 불가’ 발언에 술렁이는 與…“사무총장으로서 당연”
내년 총선 공천 실무 담당
당 내에선 ‘누굴 뜻하는 거냐’ 술렁
‘수도권 위기론’ 제기한 윤상현
“수도권 흐름 못 느낄 수도”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힘 일각에서 ‘수도권 위기론’이 연이어 나오는 가운데, 이철규 사무총장이 “배를 침몰시키려는 승객은 승선하지 못한다”는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지며 파장이 일고 있다. 이 총장은 내년 총선 후보 공천 과정에서 실무를 담당할 가능성이 높은데, 이에 누구를 겨냥한 것이냐며 당내가 술렁였다.
18일 정치권에 따르면 지난 16일 이철규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배를 침몰시키려는 승객은 함께하지 못한다”는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총장은 이후 윤석열 대통령의 부친 고(故)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의 빈소에서 조문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일반적인 이야기”라고 선을 그었다.
이 총장이 내년 총선 후보 공천 실무를 담당하게 되는 사무총장직을 맡고 있는 만큼 발언 배경에 대해 관심이 쏠린다. 친윤(親尹)계로 꼽히기도 하는 이 총장은 사무총장직을 맡고 있어서 총선 후보 선정을 위한 공천관리위원회 당연직 위원으로 참여한다.
이 총장의 발언에 대해 당내에서는 ‘사무총장으로서 할 수 있는 말’이라면서도 누구를 겨냥한 발언인지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한 초선 의원은 “왜 그런 말을 했는지 다들 의아해하는 분위기였다”라며 “최근에 그런 일을 있었던 것처럼 말을 했는데 구체적으로 언급하진 않아 의원들도 최근에 무슨 일이 있었나 궁금해했다”고 했다.
영남권 지역의 한 의원은 “당내 이견이 충분히 있을 수 있지만 당내에서 이야기하고 당 밖에서는 자제하자는 이야기했다”며 “사무총장 입장에서는 어떻게 보면 좀 당연한 이야기일 수도 있다”고 했다. 이어 “단지 이야기한 대상이 누굴까 궁금증이 있었다”고 했다.
최근 연이어 ‘수도권 위기론’이 제기된 만큼 이를 염두에 둔 발언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총선을 8개월 앞둔 상황 속에서 국민의힘 수도권 지지도는 안정적이지 않은 상황이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지난 10~11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정당 지지도를 물은 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p)에서 수도권 지역에서는 민주당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에서 민주당 지지율은 49.0%로 나타난 반면, 국민의힘은 35.3%였고 인천·경기 지역에서는 민주당 48.4%, 국민의힘 36.2%로 나타났다. 수도권에서 모두 오차범위 밖으로 민주당이 앞선 것이다.
이에 최근에는 비주류로 꼽히는 이준석 전 대표와 유승민 전 의원 외 당내 현역 의원 중에서도 ‘수도권 위기론’에 관한 목소리가 나왔다. 인천을 지역구로 둔 4선 윤상현 의원과 분당을 지역구로 둔 안철수 의원이 대표적이다.
윤 의원은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이 집권당으로서 제 역할을 해 왔는지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며 “대통령과 장관만 보이고 당과 당대표는 안 보인다”고 말했다. 안 의원도 지난 9일 KBS라디오 방송에서 총선 수도권 전망에 대해 “심각한 위기”라면서 “수도권을 중심으로 인물난이 심각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윤 의원은 이 총장의 발언이 자신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당에 대한 충정으로 말씀드린 것”이라며 “당을 폄훼하거나 조롱할 의도가 추호도 없다” 했다. 윤 의원은 18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배가 잘못 좌초되면 가장 먼저 죽는 건 우리 수도권 의원”이라며 “오히려 지도부에 이걸 선제적으로 지원하자는 마음으로 얘기한 것”이라고 했다.
진행자가 ‘지도부에서 위기 상황을 잘 못 받아들인다는 건가’고 묻자 윤 의원은 “위기 상황이라는 건 이분들이 (제 지역구인) 인천 지역에서 하루 종일 돌아다녀 보면 뭐가 위기인지 금방 알 것”이라고 했다.
이 총장의 발언이 알려진 다음 날인 전날(17일)에도 윤 의원은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서 “이철규 의원이나 당 지도부에 있는 분들하고 수도권에 있는 의원들하고 인식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며 “당 지도부는 상대적으로 영남권이나 강원권에 있는 분들이니까 수도권 정서나 흐름을 못 느낄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다만 최근 ‘수도권 위기론’을 꺼내든 자신을 겨냥한 발언 아니냐는 해석에 대해서는 “일반적인 얘기로 보인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이 총장은 지난 17일 기자들과 만나 자신의 발언에 대해 “당의 구성원으로서 모욕과 조롱을 하지 말자는 당부의 이야기였다”고 해명했다. 이 총장은 “최근 의원 몇 분이 방송 등을 나가 당을 폄훼하고 조롱하고 모욕했다”면서 “당원들의 분노가 들끓고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장은 지칭하는 대상이 누구냐는 질문에는 “여러분들이 알아서 들으면 된다. 싸움을 걸려 하지 말라”며 “특정인에 대한 것이 아니라 누구라도 국민과 당원이 듣기에 거북하고 불편한 이야기를 자제해 줬으면 좋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발언 전에 용산 대통령실이나 당 지도부와 교감이 있었느냐는 질문에는 “교감을 왜 하느냐”고 답변했다.
당 지도부에서도 이 총장 옹호에 나섰다. 강민국 수석대변인은 17일 최고위원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나 “사무총장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이야기”라며 “당이 가고자 하는 방향에 대해 폄훼나 비하, 당에 맞지 않는 말씀을 하신 분들에 대해선 그런 분들이 있기 때문에 우려하는 것”이라고 했다.
기사에 나온 여론조사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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