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석의 축구 한 잔] 대표팀을 한낱 '유소년 클리닉'처럼 보이게 하는 클린스만의 마법
(베스트 일레븐)
▲ 김태석의 축구 한 잔
어디에도 있고, 어디에도 없다. 위르겐 클린스만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을 두고 하는 말이다.
사정을 모르는 이들은 클린스만 감독의 대외 활동이 매우 바쁘다. 바쁘게 진행되는 K리그는 눈에 차지 않는지 지구 반대편에서 벌어지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까지 살뜰히 챙긴다. 가히 '월드컵 위너' 그리고 축구계 '셀러브리티'답다. 하지만 본업은 그렇지 않아 보인다. 토트넘 홋스퍼와 인터 마이애미의 경기까지 살피는 열성을 한국 축구계 내부에서도 보였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준다.
전 세계를 실시간으로 하나로 묶는 IT 테크놀로지의 발달 덕에 한국 체류 여부가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여기는 건지 모르겠다.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간판이자 핵심 구심점이 되어야 할 클린스만 감독은 있어야 할 자리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다.
17일부터 오늘까지 IT 기술에 의지해 '일부' 한국 미디어들과 원격 줌 인터뷰를 하며 자신의 소견을 밝히는 자리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이 인터뷰의 진행방식이 클린스만 감독 본인의 뜻이 반영된 것인지 모르겠으나, 그 자리에 말 섞는 건 둘째 치고 겸상조차 못 하는 미디어도 발생한 만큼 또 다른 불편한 오해와 좋지 못한 기류를 낳고 있다. 평화로운 축구 미디어판에 졸지에 성골 진골 논란까지 낳으며 쓸데없이 더 자극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어쨌든 현역 시절부터 수많은 클럽을 떠돌아 '방랑벽'이 있다는 말까지 들었던 '자유인' 클린스만 감독이었다. 독일 축구 국가대표팀 사령탑 시절부터 다른 감독에게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괴담'이 많아 부임 전부터 많은 이들이 굉장히 우려했던 사안이다.
그래서 대한축구협회가 클린스만 감독과 계약하려 했다면 이 점에 대해 굉장히 신경을 많이 써야 했다. 공조할 때 공조하고 아니다 싶을 때는 통제도 해야 했다. 하지만 그런 기색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어쨌든 워낙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인생을 살아서인지, 클린스만 감독은 그때마다 현란한 인터뷰 스킬로 위기를 돌파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그래도 클린스만 감독이 잊지 말아야 할 기본은 있다.
클린스만 감독은 '파트 타임 사령탑'이 아니다. '전업' 대표팀 감독이며, 계약에 따라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전력 강화에 집중해야 한다. 일부에서는 계약상 상주 기간 명시 여부를 언급한다. 이 사안을 제대로 다루지 못한 협회도 문제지만, 굳이 계약 여부를 따지기에 앞서 팀을 맡는 감독으로서 피치·경기장·사무실에 머물며 업무에 집중해야 하는 건 '상식' 수준의 일이다. 그리고 이는 마땅히 가져야 할 '태도'의 문제이기도 하다.
하지만 클린스만 감독은 아랑곳하지 않는 분위기다. 사실 클린스만 감독만의 문제가 아니다. 하기사 그의 최측근 '오른팔'인 안드레아스 헤어초크 수석코치도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오스트리아 스카이스포츠의 축구 해설가로서 겸업을 뛰고 있다. 2022-2023시즌부터 활동하고 있었는데, 오스트리아 스카이스포츠는 최근 2023-2024시즌 해설진을 공개하며 헤어초크 수석코치 역시 포함되어 있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본래 헤어초크 수석코치의 유럽 체류 명분 역시 현지에서 한국 선수들을 살핀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헤어초크 수석코치는 정말 유럽에서 한국 선수들을 제대로 관찰하고는 있는 걸까? 할 수는 있을까?
종종 프로축구 선수들이 학교를 찾아 어린 선수들에게 클리닉했다는 행사 소식을 접한다. 프로로서 성공한 선수가 자신의 노하우를 미래의 축구 스타를 꿈꾸는 유망주들에게 전달하는 모습은 보기에 꽤 훈훈하다.
그런데 지금 클린스만 감독이 맡고 있는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상황이 이 클리닉과 꽤 닮아 꽤 불편하게 오버랩이 된다.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한때 유럽 무대를 주름잡았다는 슈퍼스타들이 경기 일정에 맞춰 잠깐 한국을 찾아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선수들을 '클리닉'하는 수준의 팀이 아니다. 그리고 이 팀은 한국에서는 단순히 '축구팀'이 아니다.
이를 제어하지 못하는 대한축구협회의 상황은 꽤 심각하다. 자리를 만들어 현란한 인터뷰 스킬로 돌파할 일이 아니며, 그래봤자 그때 뿐이다. 모든 문제를 풀려면 일단 클린스만 감독을 한국으로 데려와야 한다. 고국 오스트리아에서 마이크 잡고 해설하느라 바쁜 헤어초크 수석 코치도.
글=김태석 기자(ktsek77@soccerbest11.co.kr)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오스트리아 스카이스포츠 홈페이지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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