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딩동댕 유치원》 ‘자폐 캐릭터’ 별이는 어떻게 등장했나
《세서미 스트리트》 줄리아‧《토마스와 친구들》 브루노 등 캐릭터도 주목
(시사저널=조유빈 기자)
국내 아동 교육 프로그램인 EBS 《딩동댕 유치원》에 자폐 스펙트럼 장애 캐릭터 '별이'가 등장했다. 18일 오전 8시에 방송된 《딩동댕 유치원》의 '안녕, 별아'편에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별이와 딩동댕 유치원 어린이들이 처음 만나는 과정이 담겼다.
《딩동댕 유치원》에 전학 온 별이는 바람개비가 도는 것을 보고 기뻐하느라 친구들의 인사를 듣지 못한다. 선생님이 친구들에게 인사를 해보자고 하자 그제서야 "안녕?"이라 말하며 친구들을 바라본다. 별이가 유독 좋아하는 것은 '탈 것'이다. 버스, 승합차, 청소차부터 구급차, 소방차, 크레인, 덤프트럭, 레미콘, 오토바이까지 탈 것의 이름을 척척 말하며 친구들의 부러움을 산다. 그러다 들려오는 자동차 경적 소리에 몸을 떨며 두려워하는 모습을 보인다.
선생님은 "세상의 모든 소리가 별이에겐 크게 들린다"면서, 별이가 소리와 빛, 냄새에 예민하다는 사실을 친구들에게 알려준다. 그리고 노래를 통해 "별이가 느끼는 소리가 작아질 때까지 기다려달라"고 말한다. 우리랑 같은 점도 있지만 '별이만의 생각'이 있다며, 말이 엉키기도 하고, 같은 말을 반복하기도 하는 별이의 특성을 설명해준다.
제작진은 별이의 생각 속을 여러 이미지로 형성화해 그 안에 탈 것들이 가득하다는 것을 아이들에게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별이의 생각을 알고 이해하면 친구가 될 준비가 된 것"이라는 선생님의 이야기에 친구들은 별이가 좋아하는 탈 것 장난감을 보면서 함께 좋아하는 모습을 보인다. 여러 차 이미지로 가득한 별이의 생각 속을 친구들은 함께 버스를 타고 여행한다.
'안녕, 별아' 편은 《상자 쓴 아이》 뮤직비디오로 마무리됐다. 《상자 쓴 아이》는 발달장애 예술가들의 시선으로 그린 소통에 관한 동화다. 제작진은 작가·편집자와의 협업을 통해 별이의 테마곡과 뮤직비디오를 만들었다. "머리에 상자를 쓰고 태어났고, 사람들이 상자를 두드렸다. 하지만 아무도 모르지, 상자가 꿈꾸는 보물섬이라는 걸"이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뮤직비디오는 상자를 쓴 아이와 상자에 함께 들어온 아이가 서로 마주하며 함께 꿈을 꾸는 이야기를 담았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는 사회적 상호작용과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보이고, 활동에서 제한적으로 반복적인 특성을 보이는 장애다. 지난해 케이블 채널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통해 알려진 바 있다. 별이의 등장은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어린이 프로그램 영역으로 가져와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그 특징을 설명한다는 데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특히 별이는 국내 어린이 프로그램에 처음으로 등장한 '자폐 캐릭터'다. 첫 시도인 만큼 제작진은 그동안 심사숙고를 거쳤다. 사고와 행동, 언어적 특성 등으로 장애를 표현해야 하기 위해 전문가의 자문을 거치고 관련 서적도 참고했다. '스펙트럼'이라는 단어가 붙을 정도로 다양한 특징을 살피기 위해 실제 장애를 가진 아동 가족도 인터뷰했다. 제작진은 별이를 연기할 손 인형 연기자와 담당 성우도 연구와 연습을 거듭했다고 전했다.
EBS는 "발달장애 아동의 특성을 알고, 이해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기 위해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별이를 탄생시켰다"며 "타인에 대한 태도와 인식이 정착되는 유아‧어린이 시기에 경계와 존중, 다양성이라는 가치를 폭넓게 받아들일 수 있게 하고자 했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동안 《딩동댕 유치원》이 다문화 가정 아동, 성 역할 고정관념을 뒤집는 캐릭터 등을 등장시키며 다양성을 강조해 온 것과 같은 맥락이다.
미국에서는 지난 2017년 PBS의 어린이 프로그램 《세서미 스트리트》에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캐릭터인 줄리아가 등장한 바 있다. 당시 《세서미 스트리트》의 크리스틴 페라로 작가는 "줄리아를 통해 자폐아가 갖고 있는 특징을 보여주는 한편, 이러한 모습들이 정상적이라는 것을 보여주기로 했다"고 밝혔다.
《세서미 스트리트》에 등장하는 친구들은 자신들과 다른 줄리아를 이해하고 받아들인다. 묻는 말에 대답을 하지 않는 줄리아에게 "줄리아는 행동방식이 조금 다르니까 잠깐만 기다리면 대답을 들을 수 있다"고 설명해주거나, 소리에 민감한 줄리아가 귀를 막으면 "줄리아는 작은 소리도 아주 잘 듣는다"며 이해하는 식이다.
지난해 영국의 인기 어린이 애니메이션 《토마스와 친구들》에도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캐릭터 브루노가 첫 등장했다. 브루노의 목소리는 실제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9살 소년 엘리어트 가르시아가 연기했다. 캐스팅에 도움을 준 영국자폐학회는 브루노의 등장이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비정상'이 아닌 '개성과 차이'로 인식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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