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호의 우리말 바로 알기] ‘스승’과 ‘교편(敎鞭)’
스승이라는 말에는 종교적인 의미가 있다. 한자로 볼 때 ‘스승 무(巫), 화랑이 격(覡)’이라고 한다. 즉 무당 중에서 여자무당을 ‘스승’이라고 하고 남자 무당을 ‘화랑이’라고 한다는 말이다.
또한 옛날에는 중(스님)을 ‘사승(師僧)’ 또는 ‘사(師)님’이라고 높여 불렀다. 여기서‘사(師)’의 중국 발음이 ‘스’라는 점으로 미뤄 ‘사승’이 ‘스승’으로, ‘사님’은 ‘스님’으로 변했다는 설도 있다(최기호,<어원을 찾아 떠나는 세계문화여행(아시아편)>. 아무튼 스승의 사전적 개념은 “자기를 이끌어주는 사람”이라 되어 있다.
한편 교직을 다른 말로 이를 때 “교편을 잡고 있다”고 한다. 즉 채찍(鞭)으로 훈육한다는 말이다. 그래서 학생을 가르치는 일을 비유적으로 이를 때는 꼭 교편을 잡고 있다고 했다. 성경에도 “회초리와 꾸짖음은 지혜를 주거니와 제멋대로 버려둔 자식은 자기 어머니에게 수치를 가져 오느니라.<(잠언 29 : 15>)”고 했다. 물론 필자는 회초리나 체벌을 조장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교사의 손에서 채찍을 빼앗을 때, 그리고 교사의 가슴에서 권위를 떼어냈을 때 발생한 작금의 사태가 결국은 이 나라를 망국으로 이끌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자원이 부족한 대한민국이 세계의 강국으로 발전한 배경에는 교육의 효과가 지대했음을 부인할 수는 없다.
영화 ‘친구’에는 폭력성이 강한 거친 아이들이 등장한다. 아무리 거친 아이들이라 할지라도 그 녀석들은 선생님이 나무라면 받아들이고, 선생님의 회초리는 저항 없이 그냥 맞는다. 영화 속에서의 선생님의 매는 회초리도 아니었다. 그저 폭력의 한 부분이었다. 그래도 그들은 그것을 받아들인다. 그것이 이 사회의 질서였기 때문이다. 학교에는 반드시 이러한 위계질서가 있어야 한다. 굳이 교장의 명을 받아서 하는 교육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교편을 들고 나무랄 수 있는 스승이 되어야 한다.
어느 해였던가, 일부 정치인과 교사 단체와 많은 학부모들이 하나가 되어 선생님의 회초리를 빼앗아 부러뜨렸다. 그 후로 교사들은 학생인권조례이 밀려 교권은 사라지고 학생들의 인권만 소중하게 되었다. 그리고 학생들은 수업 시간에 잠만 자고, 교사를 무시했으며, 심한 경우 “그것밖에 못 가르쳐요?”라고 하면서 선생을 조롱하기에 이르렀다. 교사의 손에서 채찍을 빼앗으면 학생들은 신이 나서 공부할 것 같았지만 오히려 그 반대의 결과가 다가왔다. 힘센 녀석은 더욱 기승을 부리고, 빵셔틀(?)이라는 이름도 알 수 없는 일들이 과거에 비해 훨씬 심해지고 있다. 과거에 선생님들의 통제가 가능했던 시절에 비해 우리 아이들은 더 심하게 얻어맞고 다닌다. 교사들만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도 괴롭힘을 견디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상상을 하는 아이들이 과거보다 많아졌다.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이 담임 교사를 전치 3주가 되도록 패주기도 한다. 요즘의 교사들은 아이들에게 맞지 않으면 다행이고, 학부모에게 소송당하지 않으려고 설설 기는 시대가 되었다. 물론 교편(회초리)만이 능사는 아니다. 가슴으로 대화하고 서로를 보듬으며 교육하면 더 바랄 것이 없지만 보호 받아야 할 힘없는 아이들은 더욱 괴로워지고, 존경받아야 할 선생님은 학부모의 눈치나 보며 보신주의로 시간만 때우게 되었다. 필자는 절대로 폭력을 권하는 사람은 아니다. 스승이 사라지고 교편이 부러진 세상을 보면서 산다는 것이 이리도 힘든 줄 몰랐다.
오호, 애재라! 하늘이 세상에 사람을 낳을 때는 다 쓸모가 있어서 보냈는데(天生我才必有用), 내 자식만 귀하고 자식을 가르치는 교사는 귀하지 않은 세상이 되었을까?
[최태호 중부대학교 한국어학과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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