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터게이트 특종 ‘딥스로트’ 마크 펠트… 섬뜩하고 기이한 취재원[북리뷰]

유승목 기자 2023. 8. 18.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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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92세의 노인 마크 펠트의 입에서 나온 한마디에 미국 전역의 시선이 집중됐다.

스스로를 딥스로트라고 소개한 마크 펠트는, 내부 고발로 미국의 최고 권력자를 무너뜨린 장본인이다.

마크 펠트의 고백에 많은 미국인이 놀란 지점은 단순히 그가 딥스로트라는 사실에서 그치지 않는다.

책의 저자이자 딥스로트의 도움을 받아 워터게이트 스캔들을 특종 보도한 밥 우드워드가 입을 닫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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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크릿 맨
밥 우드워드 지음│채효정 옮김│마르코폴로

“I’m the guy they used to call Deep Throat.”(내가 바로 그들이 딥스로트라 부르던 사람이다)

2005년 92세의 노인 마크 펠트의 입에서 나온 한마디에 미국 전역의 시선이 집중됐다. 딥스로트는 ‘익명의 제보자’를 뜻한다. 스스로를 딥스로트라고 소개한 마크 펠트는, 내부 고발로 미국의 최고 권력자를 무너뜨린 장본인이다. 20세기 최대 정치 스캔들로 기록된 ‘워터게이트 사건’에서 말이다.

마크 펠트의 고백에 많은 미국인이 놀란 지점은 단순히 그가 딥스로트라는 사실에서 그치지 않는다. 워터게이트는 충격적이긴 했지만, 너무 오래전인 33년 전 일이기 때문이다. 빌 클린턴과 모니카 르윈스키의 스캔들, 9·11 테러 등 워터게이트 이후로 미국은 수많은 사건·사고가 넘쳤다. 대중과 언론은 딥스로트 자체보다,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노인이 자신의 정체를 털어놓을 때가 돼서야 이 오래된 미스터리가 풀렸다는 데 더 큰 관심을 가졌다.

딥스로트의 정체는 수십 년간 베일에 싸여 있었다. 워터게이트 사건 개입을 부인했던 리처드 닉슨 대통령을 비롯해 수많은 이들이 그를 쫓았지만, 헛다리만 짚었을 뿐 정체를 밝히지 못했다. 책의 저자이자 딥스로트의 도움을 받아 워터게이트 스캔들을 특종 보도한 밥 우드워드가 입을 닫았기 때문이다.

저자는 마크 펠트를 “수수께끼에 가까우며 기이한 취재원”으로 설명한다. 닉슨의 낙하산 인사로 FBI(연방수사국) 2인자에 그쳐야 했던 그의 좌절된 야망은 동료와 가족까지 속이면서 워싱턴포스트 기자였던 저자가 3년간 진실을 파헤치는 데 도움을 줬다. 하지만 그가 평범한 노인으로 삶을 마칠 수 있었던 데엔 취재원 보호에 모든 것을 바친 5명의 헌신이 컸다. 저자를 비롯해 동료 기자와 편집국장, 사주까지. 이들은 “혼내줘야겠다”는 닉슨 대통령의 압박에 시달리는 등 곤란을 겪으면서도 30년 동안이나 정보 제공자를 보호했다.

마크 펠트의 내부 고발은 순수하지만은 않다. 정의뿐 아니라 욕망, 분노까지 딥스로트가 된 동기는 복잡다단하다. 그럼에도 그는 보호받아 마땅했다. 위험을 무릅쓴 그의 제보는 역사를 움직였기 때문이다. 딥스로트는 개울을 흐리는 미꾸라지가 아니라 진실을 밝히고 공익을 지키는 입인 셈이다. 274쪽, 2만 원.

유승목 기자 mo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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