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약과 코 감기약 함께 먹으면 큰 일 난다고? 약 상식 OX 퀴즈

정세영 기자 2023. 8. 18.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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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먹는 약이 우리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 없다면, 지금 당신은 독약을 먹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37만 구독자를 보유한 ‘리틀약사TV’ 운영자 이성근 약사에게 약에 대한 기본 상식과 ‘카더라’로 떠도는 잘못된 정보들에 대해 속 시원히 물었다. 

1 식사를 거르고 약을 먹어도 된다?
기본적으로 공복에 먹어도 문제는 없다. 하지만 평소 위장장해가 있으면 식후에 먹는 것을 추천한다. 약의 독한 성분이 위 점막을 해쳐 위에 자극을 주고 속쓰림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
2 약을 한꺼번에 다 먹어도 된다?
다양한 약물을 한꺼번에 먹으면 약효가 변할 수 있다. 의사와 약사의 복약 지도에 따라 투여 용법을 지키는 것이 좋다. 특히 무좀 약과 고지혈증약은 절대 함께 먹으면 안 된다. 고지혈증약의 농도가 높아져 근섬유 파괴, 간 손상 등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하기 때문. 우울증 약과 코감기 약을 같이 복용하는 것도 피해야 한다. 코감기 약에 포함된 슈도에페드린 성분이 우울증 약과 함께 교감신경을 더 흥분시킬 수 있다.
3 약을 먹을 때 물 대신 우유를 마셔도 괜찮다?
여드름 치료 등에 쓰이는 테트라사이클린계 항생제, 제산제, 변비약을 우유와 함께 먹으면 약물 성분이 우유 속 칼슘, 마그네슘 등과 결합해 약효가 떨어진다. 또 예기치 못한 상호작용을 일으켜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다. 약은 물과 함께 복용하는 것이 가장 좋다.
4 약 먹을 때 자몽주스는 절대 마시면 안 된다?
‘절대’는 아니지만 가능하면 피하는 것이 좋다. CYP3A4(인간의 간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약물 효소)에 의해 대사되는 약물들이 자몽주스와 섞여 약 효과가 과하게 증가할 수 있기 때문. 리피토 같은 고지혈증약, 노바스크 같은 고혈압약 복용 중에는 특히 주의해야 한다.
5 약을 먹고 상태가 호전되면 바로 끊어도 된다?
환자의 상태나 약물의 종류에 따라 다르다. 감기약, 진통제는 증상이 완화되면 바로 끊어도 괜찮다. 단, 항생제는 내성이 생기는 5~7일까지는 섭취하는 것을 권장한다. 우울증 약은 섭취를 바로 중단하면 호르몬의 교란이 생길 수 있고, 스테로이드제는 장기간 복용 후 갑자기 중단 시 약물성 반동 현상(처음보다 더 악화한 상태)이 생길 수 있으니 전문의 지도하에 단계적으로 끊는 것이 좋다. 치료의 목적이 아닌 증상을 컨트롤하기 위한 고지혈증약, 혈압약, 당뇨약 등은 상태가 호전돼도 중단하지 말고 반드시 의사와 상담한 뒤 조치를 취해야 한다.
6 유산균은 식후에 먹으면 효능이 떨어진다?
식전, 식후 모두 상관없다. 유산균은 공복에는 위산에 의해, 식후에는 담즙산에 의해 약해진다. 언제 먹어도 유산균의 일부는 사라진다는 의미. 식전 30분이 가장 좋다는 연구 결과도 있지만 식후에 섭취한다고 아예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니다.
7 아이에게도 영양제를 골고루 먹여야 한다?
아이에게 다양한 영양제를 먹인다고 효과가 배가되진 않는다. 오히려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유산균, 오메가3, 비타민 D처럼 기본적인 것들만 먹여도 충분하다.
8 타이레놀은 내성이 안 생긴다?
내성은 보통 세균에 대해 저항성이 생기는 것을 의미한다. 타이레놀 같은 진통제를 먹었는데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는다면 과거에 비해 본인의 증상이 악화됐다는 뜻이지 내성이 생겼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9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으면 오메가3를 절대 먹으면 안 된다?
콜레스테롤은 저밀도 콜레스테롤(LDL)과 고밀도 콜레스테롤(HDL)로 나뉜다. 저밀도 콜레스테롤도 사이즈가 큰 LDL과 사이즈가 작은 LDL로 분류되는데 건강에 문제가 되는 것은 작은 LDL, 이른바 small dense LDL이다. 입자가 작아 혈관내피세포로 침투가 잘되고, 염증과 혈전을 일으킬 위험이 있다. 검사상으로는 오메가3가 LDL 수치를 높일 수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이즈가 큰 LDL이 수치를 올리면 작은 LDL이 수치를 낮추는 상호작용을 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크게 상관없다.
10 약 유효기간이 지났지만 한 달 정도는 괜찮다?
절대 안 된다. 모두 그렇진 않지만 유효기간이 지나면 독성이 생기는 약이 있다. 전문가가 아닌 이상 독성이 생기는 약을 구별하기 어렵다. 유효기간이 지난 약은 섭취하지 않는 것이 좋다.
11 진통제와 두통약은 같다?
진통제와 두통약 모두 통증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머리가 아플 때 진통제를 먹어도 된다는 의미. 간혹 통증이 심하다고 진통제의 용량을 늘리는 경우가 있다. 이는 또 다른 병을 키우고 각종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반드시 표기돼 있는 용량을 지켜 먹어야 한다. 진통제는 통증을 가장 빠르고 간편하게 해결해주지만 용량을 제대로 지키지 않으면 독이 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12 먹는 약은 독하고 바르는 약은 약하다?
흡수되는 원리만 다를 뿐 효능은 비슷하다. 먹는 약은 섭취 후 성분이 혈액을 통해 전신을 돌다가 필요한 곳에 도달해 효능을 발휘한다. 반면 바르는 약은 처음부터 처방이 필요한 표피를 직접적으로 자극한 뒤 전신으로 퍼진다. 바르는 약도 먹는 것과 마찬가지로 과다 사용하면 독성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13 바르는 약은 계속 덧발라야 효과가 좋다?
연고는 하루에 2~3회만 바르는 게 원칙이다. 표피에 먼저 흡수된 뒤 진피층에 도달하는 원리인데, 표피에서 받아들일 수 있는 양은 한정돼 있다. 많이 발라도 흡수되는 양은 정해져 있다는 뜻이다. 또 피부에 문질렀을 때 없어질 정도의 적당한 양만 발라야 한다. 연고는 5분 전후로 모두 흡수되니 오래 문지를 필요도 없다.
14 캡슐 약은 캡슐을 뜯어 내용물만 먹어도 괜찮다?
캡슐은 약을 담기 위한 용기이므로 캡슐을 제거하고 내용물만 먹어도 괜찮다. 하지만 산도가 강한 약은 속쓰림과 위장장해를 일으킬 수 있으니 캡슐과 함께 복용하는 것이 좋다. 또 장용성 캡슐, 서방형 등 특수 목적을 가지고 있는 캡슐은 절대 제거하면 안 된다. 약사에게 약물의 형태를 반드시 확인한 뒤 캡슐을 뜯어 복용한다.
15 유산균도 부작용이 있다?
유산균 섭취 후 변비나 설사 등의 증상을 겪는 이들도 있다. 장내 균총이 바뀌면서 부작용이 생길 수 있는데, 이런 경우에는 복용량을 줄여 10일 정도 먹은 뒤 조금씩 양을 늘려보는 것을 권한다. 그렇게 해도 불편하면 중단하고 다른 제품을 시도해보는 게 좋다. 유산균 제품마다 균의 배합과 종류가 다르기 때문.
16 특정 효과가 아예 없는 영양제도 있다?
마치 정력에 좋다고 광고하는 일부 쏘팔메토 제품이 대표적이다. 쏘팔메토는 전립선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영양제다. 마치 성 기능에 도움이 되는 것처럼 광고하는 업체가 있는데, 쏘팔메토와 정력은 아무런 관계가 없다. 요즘은 영양제가 특정 질환을 해결해준다고 착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영양제는 질병 치료가 아닌 몸속 부족한 영양소를 보충해주는 목적으로 받아들이고 섭취해야 한다.
17 영양제는 다양하게 많이 먹을수록 좋다?
많이 먹을수록 독이 될 수도 있다. 유산균, 오메가3, 충분한 함량의 종합비타민과 식물성 항산화 성분인 피크놀제놀 또는 커큐민 중 하나를 선택해서 총 4가지 구성으로 먹는 것이 가장 좋다.
18 영양제마다 복용 시기가 달라야 한다?
음식물과 함께 섭취했을 때 흡수율이 떨어지는 철분, 글루타티온, 아르기닌, 알파리포산은 식전에 먹는 것이 좋다. 반대로 오메가3, 코엔자임Q10, 지용성 비타민 A·D·E·K는 음식과 같이 먹었을 때 흡수율이 올라가므로 식후를 권한다. 빈속에 속쓰림을 유발할 수 있는 비타민 C 역시 식후 섭취를 추천한다.
19 편의점과 약국에서 파는 약은 다르다?
동일한 약이라도 포함된 성분과 함량이 다르다. 약국에서 파는 약에 더 다양한 성분이 추가돼 있고, 함량도 많은 편이다. 하물며 박카스도 편의점보다 성분 함량이 많다는 사실. 정말 급박한 상황이 아니라면 약은 되도록 약국에서 구매하는 것이 좋다.
20 후시딘과 마데카솔은 같은 부류의 연고다?
마데카솔은 상처 재생과 흉터 케어가 주목적이다. 후시딘은 항생제 성분이 들어 있어 주로 감염 예방을 위해 사용한다. 따라서 다친 직후에는 후시딘을 바르고, 피가 멎고 상처를 관리할 때는 마데카솔을 권한다.
리틀약사 이성근
유튜브 채널 '리틀약사TV’ 운영자. 건강기능식품을 연구 개발하고, 약의 복용법 및 부작용 등을 심층적으로 전달한다. 건강 문제에 대한 설명과 치료법, 추천 음식까지 제시하며 37만 구독자의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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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게티이미지 

정세영 기자 sy2823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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