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고한 도전은 심장에서 '기적'을 피워낸다
증례 1.
젊은 아기 아빠가 혼자 자료를 들고 진료실을 찾았다.
밝지 않은 표정에 신중한 말씨로 조심스럽게 물었다.
(우리 아기가 양심실 교정 수술을 받을 수 있을까요?)
예사롭지 않은 질문이었다.
아기는 산전 초음파 검사에서 심장에 이상이 있다는 것을 알고 태어났단다.
대혈관 전위, 심실중격 결손, 심방중격 결손, 폐동맥 판막 협착 그리고 동맥관 개존 이라는 조합의 선천성 심장병이었다[사진1-1]. 아주 드문 병은 아니며 태어나면 흔히 라스텔리(Rastelli)류의 수술로 양심실 교정이 가능한 병이다.
그러나 출생 후 시행한 검사에서는 심실중격 결손이 없었다. 게다가 승모판막이 작고(Z-value, -3.6) 좌심실도 같이 작았다. 상황이 바뀌어 매우 드물고 어려운 병이 된 것이다. 아무튼 동맥관 개존이 막히기 전에 체-폐동맥 단락술은 필요한 상황이다. 그곳 대학 병원에서 출생 4일 만에 인공심폐기 가동 하에 체-폐동맥 단락술을 받았다. 문제는 승모판막과 좌심실에 대한 판단이었다. 만약에 이들이 매우 작다면 좌심실을 사용할 수 없는 단심증이 되는 것이다. 그 병원에서는 단심증으로 판단을 내리고, 이러한 환아들 에게 필요한 이차 수술(양방향성 상대정맥-폐동맥 단락술)을 권유한 것이었다.
스마트한 부부는 열공 했으리라.
그리고 폭풍 서치 끝에 나를 찾은 것이다.
자료를 다시 살펴봤다. 좌심실과 승모판막은 좀 작고, 심방중격 결손이 매우 컸다. 따라서 폐순환을 거쳐 좌심방으로 돌아온 혈액이 좌심실 내로 들어가기 보다는 우심방으로 쉽게 넘어 가는 구조였다[사진1-2-가]. 당장의 좌심실 크기는 작지만, 폐동맥 협착이 있어 좌심실 내 압력은 높으므로 근육량은 충분하다. 따라서 좌심실로 들어오는 혈액량을 늘려주어 좌심실이 더 커질 수 있다면, 좌심실 본연의 기능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심방중격 결손 사이즈를 줄여주면 이런 변화를 기대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렇게만 된다면 두 개의 심실을 모두 사용할 수 있는 수술이 가능하다.
(시도해 볼 수 있겠습니다.)
그렇게 우리의 도전은 시작되었다.
아기는 나에게로 와 백일도 되기 전에 심방중격 결손을 줄여주기 위한 개심 수술을 받았다.
정해진 결손의 크기는 알려진 바 없다. 합당한 크기를 찾고 그 변화에 적응하느라 폭풍 같은 중환자실과 수술장을 두어 번 오간 끝에 아기의 상태는 안정을 찾았다.
수술 후 10주가 된 시점에 승모판막은 정상 범위에 근접할 정도까지 자랐고(Z-value, -1.45), 좌심실도 합당한 모습으로 변했다[사진1-2-나]. 한편 폐동맥 판막을 통한 압력이 많이 올라가(60 mmHg 85 mmHg)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이 다음 수술이 필요한 상태가 되었다.
양심실 교정술이 시행되었다.
우심실에 연결된 앞쪽의 대동맥은 관상동맥을 포함하여 뒤쪽 좌심실로 옮겨 붙여주고, 뒤쪽 폐동맥은 앞쪽 우심실에 연결해주는, 쉽지 않은 수술이었다(Nikaidoh procedure) [사진1-3].
다행히 아이는 순조롭게 회복되었다[사진1-4].
무럭무럭 자라 이제 다섯 살이 되었다.
장난기 어린 아이의 인사와 함께 진료실을 나서는 세 식구의 얼굴이 환했다.
그들의 도전은 성공한 것이다.
(아이 엄마의 손 편지 "아직도 아이 아비가 면담 후, 좀처럼 그런 사람이 아닌데, 흥분된 목소리로 우리 아이 양심 교정 가능할 수 있다며 전화 통화했을 때가 떠오릅니다. 임신하고 … 마음 편히 지내 본적이 없었습니다. 슬프고 절망적이고 … 이렇게 일상으로 돌아와서 … 행복합니다.")
증례 2.
막 태어난 아기는 인공호흡기를 필요로 했다.
심실중격 결손이 없는 폐동맥 폐쇄(Pulmonary Atresia, Intact Ventricular Septum)라는 청색증이 심한 선천성 심장병을 가지고 있었다[사진2-1].
동반된 동맥관이 막히면 살아남을 수 없다. 따라서 인공호흡기로 도와주면서 동맥관을 유지하는 약을 지속적으로 주사하게 된다. 그리고 주어진 짧은 시간 안에 좀더 안정적인 산소 포화도 확보를 위한 치료를 하여야 한다.
통상적으로는 체-폐동맥 단락 수술을 한다. 이때 인조혈관을 사용하는 데, 그 크기가 제한적이고 특히 체중이 작은 아기들에게는 위험할 수 있다.
또한 이 병에서 우심실의 크기도 문제인데 아주 작은 경우부터 충분히 큰 경우까지 매우 다양하며 그에 따라 양심실 교정이 가능하기도 하고 단심증 수술(폰탄)로 가기도 한다. 이 아기의 삼첨판막 크기는 작아서(Z-value, -3.5) 이대로는 우심실을 사용할 수 없다. 따라서 초기 치료 시에 폐쇄된 폐동맥과 우심실 유출로를 열어주어 우심실 압력을 낮춰 줌으로써 우심실이 자랄 여지를 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를 위해 시술로 풍선 확장술을 할 수도 있고, 개심 수술로 목표에 이를 수도 있다.
이 두 가지 치료법을 동시에 혹은 순차적으로 시행할 수도 있다.
아무튼 두 가지 목적을 한꺼번에 안전하게 달성하는 것이 최선이다.
이 환아의 경우 일차 풍선 확장술을 시도하였으나 성공하지 못했다.
새로운 방법을 적용하기로 했다.
출생 후 9일, 인공심폐기 가동 하에 원위부 폐동맥을 열고 우심실 내부로 스텐트를 삽입/확장하여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었다(우심실 유출로의 하이브리드 스텐트) [사진2-2].
생후 13 개월까지 무사히 자라서 스텐트를 유지한 채(Pulsatile), 양방향성 상대정맥-폐동맥 문합술(BCS)을 시행하였다.
생후 두 돌 반에 스텐트를 제거하면서 우심실 내부를 좀더 확실히 넓혀 주고, 심방중격 결손을 막아 주었다. 즉 하나 반(1.5) 심실 상태가 된 것이다.
현재 삼첨판막 크기는 자랐고(Z-value, -1.45), 산소 포화도는 90% 정도 유지하고 있다.
폐동맥 판막이 없다는 사실이 팔로4징과 흡사한 상태이지만, 그것은 차차 해결하면 되는 어렵지 않은 문제이다.
중학생이 된 이 아이의 우심실 발육 플랜은 성공한 것이다.
@모든 지혜를 다하여
두 증례 모두 단심증이 될 수 있는 선천성 심장병이었다.
그러나 다행히 첫 번째 증례는 좌심실이, 두 번째 증례는 우심실이 자라서, 양심실을 쓸 수 있게 되었다. 양심실을 확보하려는 간절한 바램과 의료진의 도전이 결실을 맺은 것이다.
첫 번째의 경우, 이와 유사한 시도가 보스턴 아동병원에서 보고된 적은 있으나. 이 아이의 경우와 같은 조합에서 좌심실 발육을 위한 수술 성공은 보고된 바 없다. 세계 최초로 보고된 증례이다(Eur J Cardiothorac Surg 2022; doi:10.1093/ejcts/ezac474).
두 번째의 경우, 개심 수술 하에 한 번의 스텐트 삽입으로 두 가지 목표를 달성한 새로운 방법의 제시였다.
이러한 시도가 항상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또한 모든 탄생이 정상 심장을 가지고 오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도전은 계속될 것이다. 어디에선가, 누군가에 의해서.
바른 목표(the right thing)와 과정을 올바르게(the thing right) 수행하기 위해 모든 지혜를 다하여.
서동만 교수 (seodm@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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