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KIC, ‘죄악주’ 이어 노동·인권·반부패 등도 투자배제 검토 나선다 [투자360]
[헤럴드경제=유혜림 기자] 국부펀드인 한국투자공사(KIC)가 대마·대량살상무기 등 이른바 ‘죄악주’뿐만 아니라 반부패·노동·인권까지 투자배제 대상으로 넓힐지 논의에 착수했다. KIC는 자체 투자배제(네거티브 스크리닝) 기준 타당성을 외부 기관을 통해 점검하고 사회책임투자 관점에서 새롭게 문제가 되는 산업을 추가로 식별해 ESG 투자 저변을 넓히겠다는 것이다. 또 주주권 행사 등 후속 조치와 연계를 통해 장기 수익성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IC는 주식·채권 투자에 ESG 관점을 적용한다는 방침에 따라 ‘투자배제 등 책임투자 전략 검토 및 제고방안 자문’ 연구용역을 지난 16일 발주했다. KIC는 2년 전부터 석탄·대마·대량살상무기·담배 등 4개 분야에 투자를 배제하는 원칙을 적용해왔다.
하지만 시장에선 “석탄 매출액 비중이 어느 정도여야 ‘석탄기업’으로 분류할 수 있나” 등 자체 기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해왔던 터라 KIC는 외부 기관을 통해 타당성을 검증하겠다는 결단을 내린 것이다. KIC는 내부 기준에 대한 신뢰성을 높이고 분야별 전문가와 이해관계자의 의견수렴 절차도 진행해 ESG투자 종합 전략을 정립할 계획이다.
KIC는 “공사의 투자배제 전략의 타당성을 검토하고 대상 산업·테마·기업 선정 절차와 기준, 운영 방식 등 현황을 분석할 계획”이라며 “세부적으로는 매출액, 생산량 등 정량적 기준과 개선 가능성 등 정성적 기준 등을 제언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이번 용역을 통해 투자배제 산업이 추가될지가 관심사다. KIC는 이번 연구과제 중 하나로 ‘최근 ESG 관점에서 이슈가 되는 산업과 이를 둘러싼 글로벌 정책·규제·전망’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유엔 글로벌콤팩트·OECD·국제노동기구(ILO) 등 국제적 합의에 의해 도출된 규범에서 정한 테마를 살펴보겠다는 대목도 눈길을 끈다.
이에 해당 기구들이 주시하는 환경·노동·인권·반부패 이슈 등이 새롭게 추가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가령, 오너의 횡령 등 반부패 우려가 큰 기업이나 ILO가 경고하는 아동노동착취 산업이라면 KIC의 투자가 중장기적으로 줄어들 수 있는 셈이다. 이와 관련해 KIC는 해외 국부펀드의 동향을 살펴보고 추가로 투자배제가 필요한 산업과 테마의 데이터도 확보해 기준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번 연구는 진승호 KIC 사장이 약속한 ‘ESG투자 활성화방안’의 후속 조치다. ESG 평가결과에 따른 투자배제나 적극적 주주권 행사 등 후속 조치와 연계를 통해 기금의 장기 수익성을 높이겠다는 것이 KIC의 계획이다. 올 들어 KIC는 창립 이후 최초로 투자기업에 의결권을 직접 행사하기도 했다. 진 사장은 “적극적 주주권 행사는 국부펀드의 중요한 투자활동”이라며 “중장기적으로 성공적 ESG투자를 이끌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KIC의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기대하는 시선도 많다. 술, 담배, 도박이나 대량살상무기, 석탄발전, 채굴 관련 종목에 대한 지분을 팔아버리는 게 능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다른 누군가가 사들이는 ‘폭탄 돌리기’가 될 수 있어서다. 이 때문에 글로벌 연기금과 국부펀드들은 배제 전략과 주주활동을 병행하면서 기업가치를 높이려는 노력을 기울인다. 또 KIC는 해외 시장에만 투자하기 때문에 주주활동으로 국내 기업활동을 위축시킨다는 우려에서도 자유로운 편이다.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업의 변화를 유도하는 과정에서 투자배제 전략과 주주활동을 병행하면 시너지가 커진다”며 “주주활동에는 적대적이지 않은 대화부터 시작해서 주주 제안까지 강도를 높여가는 세부 전략들이 있다. 이 과정에서 KIC도 해외 공적 연기금, 국부펀드와의 얼라이언스에 동참하고 함께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fores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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