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장기채 수천억 매수한 서학개미들, 벌써 20%대 손실... 그래도 버티기 모드
손실 커졌지만 지속 매수 중
미국 장기채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한 서학 개미(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개인 투자자)들의 손실이 커지고 있다. ‘안전 자산’인 미국 국채 금리가 올해 들어 가장 높은 수준으로 급등한 영향이다. 금리와 채권 가격은 서로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 금리가 내리면 채권 가격은 오른다. 지난 1년간 이미 금리가 많이 올랐다고 판단한 투자자들이 금리가 내릴 것을 기대하고 채권을 사들였지만, 채권 금리가 예상외로 더 치솟으며 투자자들의 손실이 불어난 것이다.
그럼에도 개인투자자들은 장기채를 지속해서 사들이고 있다. 언젠가는 미국이 금리를 내리지 않겠느냐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미국의 고금리가 생각보다 길게 유지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KBSTAR 미국장기국채선물레버리지(합성 H) ETF’는 6340원에 거래되면서 1년 최저치를 찍었다. 가격은 하락했지만, 개미들은 이 상품을 이날도 1억6071만원 순매수했다. 이 ETF는 올해(1월 2일~8월 17일) 13.85% 내렸다. 이 기간 개미들은 이 상품을 55억553만원어치 사들였다. 같은 기간 ‘KODEX 미국채울트라30년선물(H) ETF’도 7.14% 내렸다. 이 상품의 8개월간 개인 순매수 금액은 1468억6870만원에 달한다.
국내 투자자들은 미국 증시에서도 장기채를 사들이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 세이브로에 따르면 지난 한 달(7월 16일~ 8월 15일)간 국내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디렉시온 데일리 20년 이상 미국채 3배(DIREXION DAILY 20+ YEAR TREASURY BULL 3X SHS) ETF’였다. 서학개미는 이 종목을 1억8067만달러어치 사들였다. 이 상품은 만기가 20년 이상 남은 미국 국채를 30년물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다. 채권 가격이 올라가면 차익의 3배를 추종하는 레버리지 상품이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지난 16일과 17일 ‘디렉시온 데일리 20년 이상 미국채 3배 ETF’는 각각 2.16%, 1.53% 하락했다. 최근 한 달 하락률이 23%를 넘어섰다.
장기채는 미국 정부가 발행하는 대표적인 안전자산이다. 변동성이 작고, 채권 발행 주체가 미국인만큼 원금을 잃을 위험도 없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국채 금리가 크게 오르자, 개인 투자자들은 국채 금리가 곧 내릴 것으로 예상하고 미국 장기채 투자를 늘렸다. 하지만 최근 들어 국채 금리가 연일 상승하면서 손실을 보게 된 것이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17일 오전 10시 기준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4.285%를 기록했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15일에 올해 들어 가장 높은 4.230%를 기록했다. 미국 20년물 채권 금리와 미국 30년물 채권 금리도 각각 4.487%, 4.307%다. 이는 올해 최고치다. 미국 장기 국채 금리는 지난 한 달간 꾸준히 상승했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지난 한 달(7월 17일~8월 15일)간 12.29% 올랐다. 미국 20년물 채권 금리와 미국 30년물 채권 금리도 한 달 사이 각각 4.5%, 4.319% 높아졌다.
미국 채권 금리가 오른 것에는 다양한 요인들이 작용했다. 지난 1일(현지 시각) 글로벌 평가사 피치가 미국의 신용등급을 기존 AAA-에서 AA+로 하향한다고 밝혔다. 신용등급이 하락하자 미국 국채 발행 금리가 상방 압력을 받았다. 이어 지난 15일 발표된 미국 소매 판매 지표가 지난 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소매 판매가 높으면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물가가 오르면 금리가 더 오르거나, 오르지 않더라도 금리 인하 시기가 지연될 수 있어 채권 금리가 떨어지기 어려워진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국내 투자자들은 오랜 기간 제로금리에 익숙해 미국이 조만간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기대하는데, 사실 미국의 고금리가 생각보다는 길게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의외로 많다”면서 “장기채 투자자는 (투자 기간을) 좀 길게 가져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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