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 산불 실종자 1000명... “9·11테러 수색 방불”

이용성 기자 2023. 8. 18.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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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하와이 마우이섬 산불로 100명이 넘는 사망자가 확인된 가운데 실종자가 1000명이 넘는 상황이어서 사망자 수는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8일 발생한 산불로 현지 당국이 지금까지 확인된 사망자는 모두 111명. 여기에는 어린이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와이 마우이섬 라하이나의 산불 피해 현장.

17일(현지 시각) CNN에 따르면 조시 그린 하와이 주지사는 지난 16일 인터뷰에서 “아직도 행방이 묘연한 주민의 수가 여전히 1000명을 넘는다”고 밝혔다. 앞서 그는 전날(당시 확인된 사망자 수는 99명이었다) “사망자가 현재의 2~3배에 달할 수 있다”고 밝혔는데, 최악의 경우 이보다 희생자가 더 늘어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신원 확인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사망자 중 신원이 확인된 경우는 10명이 채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불로 인한 부상자도 100명을 훌쩍 넘었다. 마우이 메모리얼 메디컬 센터는 지금까지 148명을 치료했다고 밝혔다.

신원 감식에 속도를 내기 위해 미 연방정부는 검시관과 의사 등으로 구성된 감식팀을 현지에 긴급 파견했다. 뉴욕타임스(NYT)는 “2001년 9·11 테러 때 활동한 구조대원과,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의 전쟁범죄 현장을 조사한 DNA 전문가도 포함됐다”고 전했다.

신원이 확인된 희생자들의 안타까운 사연도 알려지고 있다. 현지 매체 하와이뉴스나우에 따르면, 3대에 걸친 일가족 4명이 불길을 피하려다 함께 탄 차 안에서 사망한 채로 발견됐다. 유족들은 성명을 내고 “슬픔의 크기를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면서 “알로하(하와이 말로 ‘안녕’)를 보낸다”고 했다.

NBC에 따르면, 마우이에 거주하는 프랭클린 트레조스는 차 안에서 시신이 발견됐는데 그는 자신의 몸으로 골든리트리버종 반려견을 덮고 있었다. 마우이의 한 주민은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아이와 엄마가 부둥켜안고 숨진 채 발견됐다는 소식을 적었다.

조시 그린 하와이 주지사는 CNN에 “상황이 전쟁터나 9·11 테러 때와 닮아 있다”고 했다. 백악관은 이날 조 바이든 대통령이 오는 21일 마우이섬을 찾아 주민들을 위로하고 지원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15일(현지 시각) 미국 하와이주 와일루쿠의 마우이 경찰 법의학 시설 옆에 산불 희생자들의 시신을 실은 트럭이 주차돼 있다. 트럭 안 컨테이너엔 "시신 가방 - 성인/청소년/유아"라고 적힌 스티커가 붙어 있다.

산불은 점차 진압되고 있지만 여전히 진행 중인 곳도 있어 긴장을 놓을 수 없다. 마우이 카운티에 따르면 가장 파괴적인 산불인 라하이나 산불은 90% 가까이 진압됐고, 올린다 산불과 쿨라 산불도 80% 이상 꺼졌다.

가장 큰 피해지역인 라하이나 일대에선 최소 2200여채의 구조물이 파괴되거나 손상됐고, 이 중 80% 이상은 주거용 건물로 알려졌다. 리처드 비센 마우이 카운티 시장은 “산불을 진압하는 소방관들도 이들 집에 살았다”며 “우리 소방관 중 25명이 집을 잃었다”고 전했다.

정확한 산불 원인은 아직 파악되지 않았으나, 현지 대형 전력회사인 하와이안 일렉트릭이 관리하는 송전선이 강풍에 끊겨 스파크를 일으키면서 산불을 일으켰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마우이 라하이나에서 거주하는 한 부부는 이 전력회사와 자회사를 상대로 중과실 등 혐의로 지난 12일 소송을 제기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 전력회사는 이미 4년 전 송전선에서 불꽃이 튀는 것을 막을 필요가 있다는 것을 인지하면서도 그동안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았다. 하와이안 일렉트릭이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산불 관련 프로젝트에 투자한 비용은 24만5000달러(3억2800만원)도 되지 않고, 관련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주 정부에 요금 인상 승인도 요청하지 않았다고 WSJ는 지적했다.

산불에 대한 당국의 대응 과정을 두고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경고 사이렌이 작동하지 않아 피해가 커졌다는 비판에 대해 마우이 비상대응국은 “사이렌을 작동하지 않은 것은 자체적으로 내린 결정에 따른 것”이라고 반박했다.

경고 사이렌은 쓰나미 발생 시 주민들을 고지대로 대피시키려고 울리는 것으로, 화재 상황에서 울릴 경우 오히려 주민들을 불길 속으로 달려들게 해 위험에 빠질 수 있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하와이 신문 스타애드버타이저는 사이렌 경보 상황으로 쓰나미뿐 아니라 산불·화산폭발·홍수 등 각종 재난을 포괄적으로 언급한 안내 홈페이지 내용을 제시하며 반박했다. 그린 주지사는 비상 대응 체계에 문제가 없었는지 주 검찰에 조사를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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