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 하나에 4개월 공들였다"…웹툰 팬도 '엄지척'한 이 게임
"그래픽이 애니메이션을 뛰어넘네요."
원작 웹툰팬들로부터 이런 평가를 듣기까지 정언산 넷마블엔투 PD를 비롯한 '신의탑: 새로운세계'(이하 '신의탑') 개발진은 약 3년간 시행착오를 거듭했다. "수집형 RPG(역할수행게임)에 익숙하지 않은 원작팬도 반하게 만들겠다"며 회사를 설득해 개발에 돌입했지만 13년간 글로벌 누적 조회수 62억회에 빛나는 원작의 무게는 무거웠다. 더욱이 '신의탑'은 이미 두 번 게임화해 흥행에 실패했다.
부담감이 커질수록 디테일에 매달렸다. 게임 초반부터 캐릭터 100여종이 등장하는데 하나당 4개월을 쏟았다. "MMORPG(대규모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보다 더 섬세하게 작업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정 PD는 "메인캐릭터는 5~6번 이상 갈아엎을 정도로 공을 들였다"고 자신했다.
김용원 아트디렉터는 "일반적으로 RPG는 원화가가 캐릭터 기획안에 맞춰 그림을 그린 후 개발로 넘긴다"며 "그러나 '신의탑'은 기획안 외에도 웹툰을 보며 캐릭터 성격·설정을 분석, 재해석하고 내부토론을 거쳤다"고 했다. 이어 "프로토타입은 (배경·효과 등이) 애니메이션에 버금갈 정도인데, 최적화를 위해 깎아내고 폴리싱해야 하는 게 아쉬웠다"고 덧붙였다.
고심의 흔적은 게임 곳곳에서 엿보인다. 등장인물 쿤 아게로의 주요 장비인 '만바론데나'는 원작에선 밋밋한 갈색 서류가방이었지만 탑을 개척한 용사이자 세도가인 아버지의 무기였던 만큼 게임에선 고급스럽고 화려해졌다. 여주인공 라헬의 붉은색 민무늬드레스에도 프릴이 가미됐는데 리본 크기를 놓고 개발진간 토론이 벌어질 정도로 디테일로 '신의탑'을 쌓아올렸다. 원작자인 시우작가도 즐겁게 검수했다는 후문이다.
김 디렉터는 "'칼을 휘두른다'고 했을 때 칼을 위에서 아래로 내리치는지, 점프·돌기 등을 하는지 사람마다 생각하는 게 다르다"며 "그러나 애니메틱스로 해당 캐릭터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공통된 비주얼을 제시하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넷마블엔투는 애니메이션업계 애니메틱 전문가도 영입했다.
애니메틱스를 기반으로 제작된 스토리보드는 한 편의 애니메이션을 방불케 한다. 게임 중간 내러티브와 장면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삽입되는 '컷신'(cut scene)이나 캐릭터가 필살기를 선보이는 스킬신은 게임을 '하는 재미'를 넘어 '보는 재미'까지 더한다. 캐릭터의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위해 초대작(AAA)급 콘솔게임에나 쓰인 모션캡처까지 진행한 덕분이다.
김 디렉터는 "모션캡처는 비용·시간이 많이 들다 보니 게임사 입장에선 쉽지 않은 선택"이라며 "단순 배우의 움직임을 촬영하는 게 아니라 해당 데이터를 바탕으로 애니메이터가 후가공한 후 표정을 더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게임과 애니메이션은 비슷해 보이지만 생산방식이 전혀 다른데 애니메이션의 프리프로덕션 시스템을 접목한 게 우리의 강점"이라고 덧붙였다.
정 PD는 "자칫 '숙제' 등의 콘텐츠를 잘못 추가했다간 게임의 목표를 훼손할 수 있다. 짧은 시간에 즐거움을 주겠다는 포인트에 맞춰 업데이트를 준비 중"이라며 "무과금으로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게임이지만 빨리 성장하고 싶은 욕구 때문에 과금 부담을 이야기하는 것 같다. 글로벌 시장을 대상으로 한 게임인 만큼 합리적인 과금을 위해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의탑'은 초기흥행엔 성공했다. 권영식 넷마블 대표는 올 2분기 실적발표 때 "매출과 재방문율(리텐션) 모두 기대치 이상"이라고 말했다. 증권가에선 '신의탑'이 올 하반기에 650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 적자의 늪에 빠진 넷마블의 구원투수가 될 것이라고 내다본다. 하반기엔 원작에 대한 인지도가 높은 북미공략도 본격화한다. 정 PD는 "북미에서 상위권을 차지하는 게 목표"라며 "글로벌에서 게임과 원작 IP(지식재산권) 모두 윈윈하는 사례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윤지혜 기자 yoonji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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