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 메디치家의 상속자 “한국인 피 섞인 딸에게 한국 알려주려 공부”
“자산 함부로 팔지 말라, 대출 없으면 파산 없다”
“패밀리 오피스(가족 투자사)의 투자 철학은 일반 사모펀드, 벤처투자사와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자산 운용에는 극히 보수적이고, 투자 분야로는 다음 세대의 번영을 위한 기술들에 집중하는게 궁극적 차이입니다.”
17일(현지 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 비버리힐즈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코리아 컨퍼런스’에서 만난 로렌조 디 메디치 왕자는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세상을 바꿀 수 있는 문제에 집중하며 가문의 유산(heritage)을 이어가는 것이 투자의 본 목표”라고 했다. 이탈리아 대표 명문가인 메디치 가문의 상속인인 로렌조는 천문학적인 자산 규모를 갖춘 가문의 자산을 운영하는 ‘메디치 패밀리 오피스’를 이끌고 있다. 메디치 가문은 르네상스 시대를 이끌고, 콜럼버스의 신대륙 탐험을 후원하며 세 명의 교황, 두 명의 프랑스 왕비를 배출한 가문으로 세계적으로 가장 영향력이 있는 10대 가문으로 꼽히고 있다. 따로 통치하는 국가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과거 공작 지위를 부여받은 메디치 가문은 가문의 공식 상속자를 ‘왕자’라 호칭하는 전통이 있다.
이날 로렌조는 데이터 민주주의를 사업 모토로 삼은 스타트업 ‘쿠베라(Cubera)’에 대한 투자를 예로 들었다. 쿠베라는 구글·메타·마이크로소프트 등 빅테크 기업들이 타겟 광고에 사용하고 있는 사용자 데이터를 수집해 판매하고, 그 수익의 절반을 데이터 주인인 이용자에게 돌려주는 사업을 하고 있다. 로렌조는 “만약 다섯 명의 가족이 인터넷을 이용하며 그들이 만들어낸 데이터로 800달러의 광고 수익이 발생했다면, 그 절반인 400달러를 가족들에게 돌려주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빅테크의 데이터 독과점으로 생기는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기업에 투자하며 세상을 바꾸는데 이바지하겠다는 것이다. ‘가문의 원칙상 절대 투자하지 않는 분야도 있는가’라는 질문에 그는 “예컨대 마리화나에는 투자할 일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메디치 가문은1400년대 메디치 가문은 오늘날의 은행으로 불리는 금융 프랜차이즈를 최초로 설립한 것으로 유명하다. 널리 통용되는 체크(지급 보증서)도 메디치 가문의 발명품이다. 그는 “이런 유산을 이어받아 지난해 2019년 미국에서 첫 디지털 전문 은행을 세웠고, 체크를 발명했듯 오늘날 투명한 금전 거래의 방법을 블록체인 기술에서 찾고 있다”고 밝혔다. “많은 사람들이 블록체인에 대한 불안감을 갖고 있지만, 중앙은행보다 해킹이 사실상 불가능한 블록체인이 안전하다고 믿는다”는 것이다.
그는 “자산 운용에 있어 우리는 언제나 보수적으로 접근한다”고 했다. 수백년간 이어진 ‘자산을 함부로 팔지 말라’는 원칙을 철저하게 지키고 있다는 것이다. 로렌조는 “우리 세대의 이익만 생각한다면 우리가 갖고 있는 부동산, 지분 등을 가격이 올랐을 때 파는게 맞겠지만, 미래 세대를 생각하면 파는 것 보다 유지를 하는 것이 맞다”며 “우리는 수백년간 같은 땅과 집을 소유하고, 같은 가구를 쓰며 가족의 유산을 유지하는데 힘을 쓰고 있다”고 했다.
이 같은 경영 철학 때문에 메디치 가문은 이탈리나 남부 칼라브리아에서 생산되며, 대부분 향수의 원재료로 쓰이는 과일 베르가못의 생산을 독점하고 있기도 하다. 그는 “투자 자본의 경우 일반 투자사들은 70%의 대출, 30%의 자기자본으로 진행하지만, 우리는 그 반대”라며 “대출 의존도가 낮기 때문에 투자 수익이 낮을지언정 파산할 일은 없다”고 했다.
로렌조는 한국과의 인연도 깊다. 한·미 혼혈인 전 부인과 슬하에 딸 마달레나 메디치(8)를 둔 그는 인터뷰 내내 한국에 대한 깊은 애정을 보였다. 그는 “우수한 한국 스타트업들을 소개 받을 수 있는 코리아 컨퍼런스에 자문위원으로 나선 것도 한국에 관심이 많기 때문”이라며 “나에 이어 메디치 가문의 상속인이 될 딸에게 더 많은 한국 문화와 역사를 알려주기 위해 나 또한 한국에 대해 관심을 갖고 공부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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