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정상급 오케스트라 전례 없는 내한공연 러시
유럽 10개 정상급 관현악단이 10월과 11월 앞다퉈 내한해 서울의 가을을 교향악의 향연으로 물들인다. ‘빅3’로 불리는 베를린 필과 빈 필, 로열콘세르트헤바우도 일제히 내한해 ‘빅 매치’를 벌인다.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런던 필, 체코 필, 뮌헨 필, 취리히 톤할레 오케스트라도 빼놓을 수 없는 전통의 강호들. 피아니스트 조성진·임윤찬·손열음과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 클라라 주미 강 등 국내 협연자들도 ‘최강 진용’으로 짜였다.
코로나 시기에 일정이 잡혔다가 취소된 공연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국외 유명 악단들의 전례 없는 ‘내한 러시’가 이뤄지게 됐다. 물론, 악단들의 명성에 비례하는 티켓 가격은 만만치 않다. 최고 등급 좌석은 40만~50만원대에 이르기도 한다. 낮은 등급대 좌석들은 벌써 예매가 꽤 진행됐다.
지긋한 ‘거장’ 지휘자도 많지만 단연 눈에 띄는 인물은 27살 신예 클라우스 메켈레다. 2019년 스물셋에 오슬로 필하모닉 수장에 오르더니 이듬해 파리 오케스트라를 ‘접수’했고, 로열콘세르트헤바우 차기 음악감독(2027년부터)까지 작년에 일찌감치 예약했다. 최근 극강 테크닉의 피아니스트 유자 왕(36)과 ‘커플 관계’로 알려져 화제를 낳았다. ‘지휘 강국’ 핀란드 출신답게 시벨리우스의 교향곡과 바이올린 협주곡을 들려준다.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와 함께하는 안드리스 넬손스(45)의 첫 한국 공연을 기다리는 음악팬들도 많다. 같은 라트비아 태생 지휘자 마리스 얀손스(2019년 작고)의 후계자다. 베를린 필의 상임지휘자 후보로도 거론됐던 지휘자다. 미국 보스턴 심포니 음악감독직을 겸하고 있다. 체코 필을 이끄는 지휘자 세묜 비치코프(71)도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한다. 꾸준히 베를린 필을 지휘했고, 비비시(BBC) 프롬스에도 자주 초대받는 실력파다. 2018년 단원 투표에서 ‘100% 찬성표’를 받으며 체코 필 상임지휘자가 됐다. 체코 출신 드보르자크의 곡들로 채운다. 빈 필과 함께하는 러시아 출신 지휘자 투간 소키예프(46)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볼쇼이극장과 툴루즈 카피톨 국립 오케스트라 수장직을 동시에 사임해 눈길을 끌었던 인물. 소프라노 조수미와 투어 공연을 진행하며 호흡을 맞추기도 했다.
키릴 페트렌코(51)는 과거에 다른 악단과 내한한 적이 있지만 베를린 필과는 첫 한국 공연이다. 그가 지휘하는 베를린 필과 파비오 루이지(64)의 로열콘세르트헤바우는 11월11일 같은 날 공연이 잡혔다. 예술의전당과 롯데콘서트홀에서 각각 브람스와 차이콥스키의 교향곡을 연주한다. 일종의 ‘간접 대결’이 벌어지는 것. 두 악단은 각종 클래식 매체의 집계에서 ‘세계 최강’을 다퉈왔다. 런던 필과 취리히 톤할레 오케스트라도 각각 브람스 교향곡 1번을 연주한다. 같은 곡을 연주하는 다른 악단들의 음색과 연주 스타일을 비교할 수 있는 기회다. 도이치 방송교향악단은 베토벤 7번을, 뮌헨 필은 차이콥스키 교향곡 5번을 연주한다.
협연 연주자들의 화려한 면면도 관심을 끈다. 피아니스트 조성진(29)은 베를린 필과 베토벤 협주곡 4번을,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와 슈만의 협주곡을 협연한다. 임윤찬(19)은 정명훈(70)이 지휘하는 뮌헨 필과 베토벤 협주곡 4번을 들려준다. 조성진과 임윤찬의 베토벤 4번 협주곡 연주를 실연으로 ‘비교 감상’할 드문 기회다. 지난해 임윤찬이 밴 클라이번 콩쿠르 결선에서 연주한 라흐마니노프 3번 협주곡을 손열음(37)이 어떻게 요리해낼지도 관전 포인트 가운데 하나. 일본 피아노계의 샛별 후지타 마오(25)가 체코 필과 연주하는 드보르자크의 피아노 협주곡은 연주가 까다로워 좀처럼 실연으로 듣기 어려운 곡이다.로열콘세르트헤바우가 선택한 피아니스트 예핌 브론프만(65)은 여러 차례 내한해 국내에 ‘마니아층’이 형성된 연주자다. 런던 필하모닉과 호흡을 맞추는 바이올리니스트 크리스티안 테츨라프(57)는 2019년 서울시향의 ‘상주 연주자’로 활동해 국내에 친숙한 편이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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