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honey] 여자월드컵 열린 호주의 매력 ① '선샤인 스테이트' 퀸즐랜드
(브리즈번=연합뉴스) 성연재 기자 = 2023 국제축구연맹(FIFA) 호주·뉴질랜드 여자월드컵의 열기가 뜨겁다.
오는 20일 결승전을 앞둔 이번 여자월드컵은 '역대급 흥행'을 기록 중이다.
이번 호주·뉴질랜드 대회가 8강전까지 끌어모은 총관중 수는 173만4천28명이나 된다.
호주·뉴질랜드 여자월드컵의 성공에 고무된 뉴질랜드축구협회는 호주와 함께 남자 월드컵을 공동 개최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스포츠 경기를 관람하며 인근 여행지를 관광하는 것은 이제 하나의 추세로 자리 잡고 있다.
비록 탈락하기는 했지만, 한국팀을 응원하기 위해 많은 교민과 한국 관광객들도 경기장을 찾아 응원전을 펼쳤다.
애들레이드와 브리즈번 등 한국 대표팀 경기가 열린 경기장 안팎에서는 축구 동호인들이 종종 눈에 띄었다.
양국은 이번 월드컵 경기와 연계한 관광객 유치에도 적극적이다.
호주관광청은 관광청 홈페이지를 통해 경기와 연계한 관광 코스를 홍보하고 있다.
특히 2032년 브리즈번 올림픽을 앞둔 호주 퀸즐랜드의 주도 브리즈번은 관광객 유치에 진심이다.
피파 여자월드컵과 2032 올림픽의 꿈 '퀸즈 워프'
피파 여자월드컵 경기를 직관한 것은 이번 일정의 성과 중의 하나다.
경기장 최상단의 스카이박스에서의 관람은 이제 특권층만의 소유물이 아니었다.
스카이박스에 해당하는 '매치 프라이빗 스위트' 티켓을 구입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스카이박스에서 편안하게 피파 월드컵 관람을 할 수 있다.
독일을 상대로 한 여자월드컵 예선전이 펼쳐졌던 브리즈번의 선콥 스타디움.
스카이박스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바로 끊임없이 제공되는 화려한 음식들이다.
배가 고플 시간을 주지 않고 음식 공수가 이뤄진다.
편안하게 샴페인과 남호주산 와인을 마시면서 여유롭게 경기를 관람한 것은 색다른 느낌을 줬다.
월드컵 개최지인 브리즈번의 문화 체육 관광 자원을 엿본 것은 소중한 기회였다.
특히 브리즈번의 경우 2032년 올림픽 개최지로서 다양한 관광자원들을 많이 개발, 관광 올림픽으로 승화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가장 핵심 중의 핵심은 세계적인 관광도시로 성장시킨다는 프로젝트, '퀸즈 워프'(Queen's Wharf) 브리즈번 프로젝트다.
브리즈번강 강가에 개발되는 퀸스 워프 프로젝트는 이 구역을 퀸즐랜드 문화와 경제의 중심지로 만들기 위한 것이다.
대규모 카지노 리조트는 물론, 싱가포르의 마리나 베이 샌즈 같은 형태의 브리지에 각종 관광 위락 시설이 들어서 관광객을 모을 예정이다.
1천1백여개의 호텔 객실과 2천여개의 아파트 등도 들어선다.
맞은편인 사우스뱅크와 식물원에서는 이 퀸즈 워프가 한눈에 들어온다.
퀸즈 워프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이 있다.
바로 카약을 탄 채 강물에 몸을 맡기고 흘러가는 것이다.
강물 한가운데 몸을 맡긴 채 바라본 퀸즈 워프의 모습은 더욱더 웅장하다.
브리즈번의 상징 스토리 브리지와 시청 분수대
브리즈번을 남북으로 잇는 스토리 브리지는 브리즈번의 상징과도 같은 곳이다.
1.3km 길이의 이 다리는 포티튜드 밸리와 캥거루 포인트를 연결하고 있다.
브리즈번강둑의 스토리 브리지 아래에 들어선 하워드 스미스 부두는 강가에서 음료와 만찬을 즐기기 좋은 곳이다.
다리 아래쪽으로 내려갔더니, 예전 쓸모없이 버려졌던 다리 밑 공간이 고급스러운 레스토랑 건물들이 줄지어 들어선 멋진 공간으로 탈바꿈한 모습이다.
다리 밑 양쪽으로는 넓은 데크가 길게 펼쳐져 있고, 이곳에서는 도심 마천루가 다리 아래로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레스토랑 수준도 꽤 높았다.
요코란 이름을 가진 일식집에서는 특히 새우 요리와 회 요리가 맛났다.
밤에 화려했던 스토리 브리지는 낮에는 모험의 공간으로 변모한다.
시드니 하버 브리지처럼, 다리 위로 올라갈 수 있는 '스토리 브릿지 어드벤처 클라임'(Story Bridge Adventure Climb) 프로그램이다.
위로 올라가다 보면, 왕복 6차선 도로와 함께 브리즈번 도심의 풍경이 극적으로 펼쳐진다.
브리즈번 시청사는 역사가 비교적 짧은 브리즈번에서 몇 안 되는 르네상스 건축양식으로 지어진 건물이다.
초고층 빌딩 숲 사이에서도 고풍스러운 모습은 한눈에 시선을 사로잡게 한다.
1930년 완공 당시 98만 파운드라는 거금이 들어가 이 지역 사람들은 이곳을 '100만 파운드 시청'으로 부르기도 한다.
30년 만에 찾았던 이곳에 분수대가 사라져 무척이나 아쉬웠다.
예전에는 특히 시청 앞 광장에 분수대가 있어 수많은 사람이 이곳을 약속의 장소로 잡았던 기억이 있다.
대규모 행사와 축제, 콘서트 등이 수시로 열리는 곳으로, 이날도 많은 사람이 몰려 정치 집회를 열고 있었다.
긴장감 가득한 한국의 집회와는 달리, 이곳 사람들의 집회도 다소 여유가 있어 보였다.
많은 사람이 얼굴에 웃음을 띤 채 정치 집회에 참석하고 있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모턴 아이랜드·탕갈루마 리조트
브리즈번의 가장 대표적인 관광지로 손꼽히는 곳은 모턴 섬의 탕갈루마 아이랜드 리조트다.
모턴 섬에는 모두 4개의 마을이 있는데, 이 가운데 가장 큰 곳이 탕갈루마 아이랜드 리조트가 있는 탕갈루마 마을이다.
정식 이름은 모턴 섬이지만, 탕갈루마 마을이 가장 크기 때문에 흔히 탕갈루마 섬으로 더 자주 불리며 브리즈번 사람들도 그렇게 부른다.
탕갈루마 리조트는 오즈번 가족이 1980년대 개발하기 시작, 당시 27명에서 현재 350명의 직원이 일할 정도로 규모가 커졌다.
브리즈번에서 페리로 1시간 20분가량 거리에 있는 탕갈루마는 브리즈번 시민들의 안식처 역할을 해 온 곳이다.
페리 이외에는 헬기로 진입하는 방법이 있다.
이 방법은 에메랄드빛 해변에서 아름다운 해안선을 한꺼번에 지켜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탕갈루마 아일랜드는 30년 전 페리를 통해 방문한 곳이다.
30년 전과 달리 이번에는 헬기를 타고 탕갈루마로 향했다.
위태위태 작은 헬기가 뜨는가 싶었더니 10여분 후 탕갈루마 섬 위로 우리를 데려다줬다.
착륙 전 섬 이곳저곳의 아름다운 곳을 관람할 수 있게 해 준다.
가장 대표적인 장면 가운데 하나는 섬 해안선을 따라 일직선으로 가라앉아 있는 난파선들이다.
대형 선박 15척이 줄지어 난파된 모습이 궁금증을 유발한다.
1963∼1984년 퀸즐랜드주 정부가 물고기를 끌어들이고 파도를 막기 위해 일부러 침몰시킨 구조물이다.
덕분에 100여종의 물고기와 거북이 등의 안식처가 됐다.
선셋크루즈, 피시피딩크루즈 등을 통해 난파선 주변의 풍광을 지켜볼 수 있으며, 스노클링도 할 수 있다.
가라앉아 있는 난파선의 모습은 에메랄드빛 해안의 모습과 함께 묘한 대조를 이뤘다.
큰 섬 이곳저곳을 둘러보다 보니 감탄이 절로 터져 나왔다.
탕갈루마의 프리미엄 데이 크루즈 패키지인 씨 투 스카이 패키지를 이용하면 선셋 칵테일의 모든 혜택과 12분 헬기 투어도 즐길 수 있다.
"돌고래 식구들, 오늘도 출근했구나"
탕갈루마 섬에는 무려 30여종의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다.
가장 인상적인 프로그램 가운데 하나는 매일 저녁 펼쳐지는 돌고래피딩이다.
탕갈루마 인근에는 수십마리의 돌고래가 서식하고 있다.
탕갈루마 에코 센터에서는 한 마리 한 마리의 이름과 나이 습성 등을 자세히 파악하고 있다.
1994년에 설립된 탕갈루마 에코 센터는 돌고래 관련 프로그램에 대한 지원과 모범사례 관리를 제공한다.
해 질 무렵 펼쳐지는 돌고래 피딩에는 수많은 사람이 몰린다.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자 1번부터 5번까지 다양한 돌고래가 각자 익숙한 에코 레인저팀 스태프 앞으로 다가와 차례를 기다린다.
자연스럽게 자신의 위치까지 파악하고 있는 점이 매우 놀라웠다.
1번 돌고래는 항상 그 자리에 나타나는 31살짜리 에코란 이름을 가진 돌고래다.
관람객들은 줄을 서서 구령에 따라 자연스럽게 바스켓 안의 물고기를 꺼내 돌고래 먹이를 주며 환호성을 지른다.
돌고래의 움직임에 깜짝 놀라는 관람객도 있다.
그때는 스태프들이 친절하게 안심시키고 돌고래와 소통할 수 있도록 돕는다.
두 번째 날에는 무려 9마리의 돌고래가 나타났다.
또 나타나지 않았던 외부 돌고래가 한 마리 나타나 스태프들이 모여 긴급회의를 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별다른 이별이 있지 않은 한 불청객에게는 먹이를 주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그 돌고래는 먹이를 먹지 못하고 한참 주변을 서성거리다가 그냥 돌아섰다.
섬 속의 사막
탕갈루마 섬은 알고 보면 모래가 퇴적돼 형성된 섬이다.
탕갈루마 섬 내부에는 나무가 자라지 않는 완벽한 사막이 여러 개 있다.
사륜구동 대형 버스의 모습에 눈이 휘둥그레진다.
약 20여명가량 되는 손님을 태운 사륜구동 버스는 느릿느릿 섬 내부 깊숙한 곳으로 향한다.
사륜구동 차량이지만, 모래가 바닥이라는 것 빼고는 일반 비포장도로와 비슷한 느낌의 승차감이다.
10여분가량 깊숙한 밀림을 헤치고 들어가면 완벽한 사막 한가운데 도착한다.
이곳에서는 높다란 언덕 위에서 널빤지를 타고 미끄러지는 체험이 인기다.
처음에는 만만하게 봤던 모래 언덕은 중반을 넘어가자 무척이나 힘들어졌다.
발이 푹푹 빠졌고 숨이 가빠진다.
어렵사리 오르고 나면 탁 트인 전망에 가슴이 뻥 뚫린 느낌이다.
신나게 널빤지를 타고 내려가면 어느새 아래쪽에 도착한다.
시시포스 신화의 주인공처럼 언덕 위를 내려갔다가 힘겹게 다시 널빤지를 들고 모래 산 위로 올라가는 모습이 재미있다.
낚시 천국 탕갈루마
탕갈루마는 애버리지니 원주민 말로 '모든 물고기가 모이는 곳'이라는 뜻이다.
그만큼 물고기들이 많아서 예로부터 낚시가 잘 되는 곳으로 유명하다.
30년 전 이 섬에서 낚시해 큰 도미 한 마리를 잡았던 경험을 되살려 본격적으로 낚시에 나섰다.
리조트 매점에서 오징어와 냉동 새우를 미끼로 구입했다.
손쉽게 고기를 잡을 수 있는 곳은 선착장이다.
이곳에서는 벌써 시드니에서 왔다는 싱가포르계 노파 2명과 현지인 1명이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었다.
둘 다 큰 도미 한 마리씩을 잡았다.
마음이 급했다.
서둘러 낚싯대를 던지기를 거듭한 지 10여분 만에 큰 입질을 받았다.
낚싯대가 휘청거렸는데 그때 도미라는 느낌이 확실히 들었다.
물고기를 잡아끌던 중 사진을 찍기 위해서 카메라를 찾다가 장력을 놓쳐버려 그만 물고기를 떨궈버렸다.
함께 했던 동료들도 안타까움에 탄식을 흘렸다.
어차피 물고기로 회를 먹을 것도 아니고 잡았다가 놓아주는 것이 목적이 만큼 충분히 손맛을 봤다고 생각했다.
역시 탕갈루마는 실망을 주지 않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석양인가 싶더니 이내 곧 어두워졌다.
도미들은 사라지고 이내 물때가 바뀌어 작은 물고기 떼들만 잔뜩 들어와 귀찮게 한다.
미끼가 곧 빠져나가고 수없이 미끼를 끼웠다가 뺏기기를 거듭했다.
마침내 전갱이 한 마리가 올라왔고 그다음으로는 복어 한 마리 그다음으로는 마침내 도미 모양의 이름 모를 물고기 한 마리를 낚았다.
그러나 놓친 물고기가 가장 아쉬웠다.
polpo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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