똘똘뭉친 이스라엘처럼...美 한인 투자자들, 팔걷고 스타트업 육성 나섰다
투자계 큰 손 앞에서 韓 스타트업 8곳 발표
‘이스라엘 컨퍼런스’ 넘어서는 네트워크 만들 것
17일(현지 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 비버리힐즈 포시즌스호텔 연회장. 영화 ‘스타워즈’의 대표 캐릭터인 스톰트루퍼의 의상을 착용한 스턴트 배우 두명의 호위를 받으며 8개 한국 스타트업 관계자가 무대위로 올랐다. 올해 LA에서 처음 열리는 한국 벤처기업 육성 행사 ‘코리아 컨퍼런스’에서 현장 100여명의 글로벌 투자 관계자를 향해 사업 발표에 나선 업체들이다. 이날 행사에서 사회자를 맡은 배우 손지창씨는 “미래의 별들을 호위하기 위해 스타워즈 영화에 실제 출연했던 진짜 스톰트루퍼들이 나섰다”고 소개했다.
코리아 컨퍼런스는 지난해 한인 벤처인들과 전세계 투자자들 간 네트워킹 행사로 약식 출범한 후 올해 처음으로 실제 투자를 위한 발표회가 포함된 포럼형식으로 본격 출항했다. 제니 주 코리아 컨퍼런스 회장은 “이스라엘 벤처들의 미국 성공신화를 이끈 ‘이스라엘 컨퍼런스’를 보면서, 주어를 코리아로만 바꾸면 어떨까라는 아이디어가 코리아 컨퍼런스의 시작”이라며 “한국과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다양한 전문가들이 힘을 합친다면 이스라엘 컨퍼런스를 뛰어넘는 행사가 되는것도 불가능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스라엘 컨퍼런스는 미국 유대인들이 지난 2009년부터 이스라엘 벤처들을 초대해 투자 큰 손들 앞에서 발표를 시키며 투자 유치를 도운 플랫폼이다. 실제로 이스라엘 컨퍼런스를 통해 미국 대기업들 앞에서 발표를 가졌던 이스라엘 네비게이션 앱 ‘웨이즈’는 구글에 11억 달러에 인수되며 성공신화를 썼다. 28년간 UBS, 모건스탠리, JP모건 등을 거친 자산관리 전문가이자 세계 최상위 1% 부자 가문들의 자산을 관리하는 패밀리오피스 보어스클럽의 투자 총괄인 주 회장은 “지금까지 축적한 지식, 자산, 네트워크를 총동원해 비영리 기업인 코리아 컨퍼런스에 쏟아붓고, K-브랜드 및 스타트업의 미국 시장진출을 지원하겠다”고 했다.
실제로 코리아 컨퍼런스는 세계 최고 수준의 자문단을 갖추고 출범했다. 이날 행사장에는 영국 프리미어리그(EPL) 첼시 구단주 겸 사모펀드 클리어레이크 캐피털의 공동창업자 호세 E. 펠리시아노, 이탈리아 대표 부호 가문인 메디치 가문의 로렌조 왕자 등이 자문위원으로 참석했다. 국내 IT 1세대인 이재범 카카오 공동창업자와 서민 넥슨 공동창업자도 멘토 신분으로 자리를 지켰다.
이날 행사에는 인공지능·의료·블록체인 등 다양한 분야의 스타트업들이 발표에 나섰다. 실리콘밸리 3대 벤처투자사(VC)인 NEA, 미국 최대 에이전시인 CAA의 투자사인 CAA 벤처스, 테일러메이드를 인수한 자산운용사 센트로이드 인베스트먼트 등에서 온 투자 관계자들은 스타트업의 발표를 주의깊게 들으며 때때로 메모를 하는 모습을 보였다.
세계 1위 ‘비타민 베이퍼(증기흡입기)’제조사 비타본바이오의 온유 최고마케팅책임자(CMO)가 “담배 처럼 연기가 나오지만, 몸에는 해롭지 않은 저희 제품을 사용해보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손을 들어보라”는 말을 마치자 마자 참석자 대부분이 손을 번쩍 들어올렸다. 이 회사는 니코틴 함유량이 1%로 일반 전자담배(10%)보다 낮아 금연에 도움을 주는 제품을 개발한다. 지난 2016년 일본 야후재팬, 라쿠텐 등에 진출해 큰 성공을 거둔 후 미국 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다.
추론형 인공지능(AI) 기술에 집중하고 있는 마인드 AI의 이정환 대표는 “지금의 AI의 한계는 대화 주제를 왔다갔다 바꿀 경우 하나의 의미를 추론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는 것”이라며 “챗봇이 보다 자연어에 가까운 이해력을 갖게 하는 기술 ‘폴리’를 개발하고 있고, 이 기술이 향후 생성형 AI의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라 믿는다”고 했다. 인간에 상응하는 이해력을 갖고, 궁극적으론 과학논문을 여러 개 학습한 후 새로운 이론을 만들어낼 수 있는 ‘AI과학자’를 만드는게 목표라고 했다.
지난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한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에서 총 2500개의 소규모 영화관 ‘모노플렉스(MONOPLEX)’를 지은 스타트업 ‘RNR’의 석민철 대표는 “미국 호텔, 기업 사옥, 아파트 등에서도 모노플렉스를 지으려한다”고 했다. 코로나 이후 대형 영화관 사업이 부진한 가운데 각 공간별 맞춤 디자인을 해주는 소규모 영화관으로 미국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희소·난치성 질환 지료제를 개발하는 시프트바이오, 전기차 충전기 업체 채비, 화재 시 연기를 흡수하는 소방용 스프링클러 제작사 SP&E 등이 발표에 나섰다. 코리아 컨퍼런스 관계자는 “오늘 당장 투자 계약이 체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컨퍼런스를 계기로 생겨난 인연이 향후 어떻게 작용할지는 누구도 모르는 일”이라며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투자 업계 ‘인싸’들을 망라하는 네트워크 자산을 기반으로 K벤처의 글로벌 진출을 돕는 플랫폼으로 성장하겠다”고 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ditorial: S. Korea should find safer ways to protect shareholders than amending the commercial law
- DP Leader Lee Jae-myung awaits verdict with assembly seat on the line
- 서울 중구 대형마트 주말에도 문 연다…서초·동대문 이어 서울 세번째
- 대구 성서산단 자동차 부품 공장서 큰 불…5시간 만에 진화
- 멜라니아, 백악관 상주 안 할 듯…“장소·방법 논의 중”
- 금산서 출근길 통근버스 충돌사고…22명 경상
- 트럼프, 법무장관은 최측근...법무차관엔 개인 변호사 발탁
- 대기업 3분기 영업이익 34% 증가…반도체 살아나고 석유화학 침체 여전
- 손흥민 A매치 50골... 가장 많은 골을 터뜨린 나라는?
- 홍명보호, 요르단·이라크 무승부로 승점 5 앞서며 독주 체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