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민준의 골프세상] 디아스포라의 아픔 극복한 릴리아 부와 메간 캉

방민준 2023. 8. 18.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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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메이저 골프대회 AIG여자오픈 우승을 차지한 릴리아 부. 사진제공=Oisin Keniry/R&A/R&A via Getty Images

 



 



[골프한국] 디아스포라(Diaspora)는 유대어로 '흩어짐' '흩어진 사람들'의 뜻으로 팔레스타인 이외 지역에 살면서 유대적 종교규범과 생활관습을 유지하는 유대인을 이르기도 한다. 특정 민족의 강제 이산(離散)을 지칭하는 일반 명사로도 쓰인다. 19세기 중반 구한말에서 일제 강점기인 20세기 초반 연해주 지역으로 이주한 조선인들이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를 당하면서 디아스포라는 우리 민족에게도 깊은 상처를 남겼다. 지구촌 곳곳에서 전쟁이 끊이지 않으면서 디아스포라의 비극은 이어지고 있다.



 



지난 14일 영국 잉글랜드 서리의 윌턴 히스GC에서 끝난 올 시즌 LPGA투어 마지막 메이저대회인 AIG 여자오픈(옛 브리티시 여자오픈)에서 2위와 6타 차의 압도적인 승리를 거둔 릴리아 부(25)는 전형적인 디아스포라의 후예다. 



 



베트남 전쟁이 끝난 후 7년째 되던 1982년 릴리아 부의 외할아버지 딘 두는 공산 치하에서 탈출하기 위해 몰래 배를 만들었다. 릴리아 부의 엄마인 딸 키유 튜이 등 가족을 태우고 베트남을 탈출할 계획이었다. 막상 배가 완성되었을 때 마을 사람들이 배에 태워달라고 애원하는 바람에 정원(54명)을 초과한 82명을 태우고 출발했으나 육지를 떠난 지 이틀 만에 배에 물이 차 침몰 위기에 처했다. 다행히 침몰 직전 미국 전함에 구조돼 LA 인근에 정착할 수 있었다.



 



릴리아 부는 이런 용감무쌍한 외할아버지의 손녀다. 그는 1997년 LA에서 태어나 UCLA를 다녔다. UCLA 재학 중 아마추어 선수로 맹활약한 그는 2018년 LPGA Q시리즈에서 공동 27위에 올라 2019년부터 LPGA투어에서 뛰기 시작했다. 2019년 9개 대회에 참가해 단 한 번 컷 통과했고 2020년엔 코로나바이러스 영향으로 쉬다가 2021년 18개 대회에 참가해 15차례 컷을 통과했다. 2022년 24개 대회에 참가해 21차례 컷 통과에 성공했고 톱10에도 여섯 번이나 올랐다. 



 



릴리아 부는 지난 4월 LPGA투어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셰브런 챔피언십에서 연장 끝에 우승한 뒤 "경기할 때는 나에 대해 분노가 끓어오르기도 했으나 위험을 무릅쓰고 탈출한 외할아버지를 생각하면서 이겨낼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



 



올 시즌 혼다 LPGA 타일랜드 챔피언십부터 메이저인 셰브론챔피언십, AIG 위민스오픈 등 3승을 거둔 릴리아 부는 롤렉스 아니카 메이저어워드 수상을 확정 짓고 넬리 코다와 고진영을 2, 3위로 밀어내고 세계랭킹 1위에 올랐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활약하는 메간 캉. 사진제공=Getty Images_LPGA

 



 



아직 LPGA투어에서 우승은 못했지만 메간 캉(25)도 디아스포라의 후예로서 LPGA투어에서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다.



 



메간 캉의 부모는 라오스 소수민족인 몽족 출신으로 베트남 전쟁이 인도차이나반도로 번지자 라오스를 탈출, 1970년대 초 미국에 터를 잡았다. 호구지책으로 골프를 배워 '찾아가는 골프코치'로 생계를 이어온 그는 미국에서 태어난 딸 메간 캉에게도 골프를 가르쳤다. 메간 캉이 14살 때인 2012년 US여자오픈 예선을 통과하고 주니어골프 대회에서 몇 번 우승하면서 두각을 보였고 주니어 솔하임컵(미국의 유럽의 주니어 여자골프 대항전)에 선수로 출전하기도 했다.



 



2015년 아마추어로 US여자오픈에 출전, 35위를 차지하며 아마추어 최고 성적을 낸 그는 그해 LPGA Q시리즈 토너먼트에서 공동 6위를 차지, LPGA 투어카드를 확보했다. 2016년부터 LPGA투어에서 뛰기 시작한 그는 비록 우승기록은 없지만 꾸준히 상금 순위 30~40위를 유지하고 있다. 2018년 톱10에 6회 오르면서 처음 한해 상금 100만 달러를 돌파했고 솔하임컵의 미국 대표선수로 참가해 좋은 활약을 펼쳤다. 신장 153cm의 단신임에도 몸을 근육덩어리로 만들어 짧지 않은 비거리와 파이팅에 뛰어난 사교성으로 LPGA투어에서 친화력이 가장 뛰어난 선수로 꼽힌다.



 



릴리아 부나 메간 캉의 성공 비결은 디아스포라의 아픔을 극복하려는 각고의 노력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칼럼니스트 방민준: 서울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한국일보에 입사해 3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30대 후반 골프와 조우, 밀림 같은 골프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탐험하며 다양한 골프 책을 집필했다. 그에게 골프와 얽힌 세월은 구도의 길이자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을 찾는 항해로 인식된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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