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치 가문의 상속인 "미래세대를 보고 투자···데이터 민주화, 블록체인 등에 관심"

로스앤젤레스=정혜진 특파원 2023. 8. 18.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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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치 패밀리 오피스 수장 로렌조 메디치 왕자
현대적 은행의 '체크(수표)' 개발한 메디치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은행 서비스도
[서울경제]
17일(현지 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포시즌스 베벌리힐즈에서 열린 제1회 코리아 컨퍼런스에 참가한 로렌조 메디치 왕자가 메디치 패밀리 오피스의 투자 원칙을 설명하고 있다. /

“우리 가문은 미래 세대를 위해 투자합니다. 특히 세상을 바꿀 수 있는 데이터 민주화, 블록체인 등 기술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17일(현지 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포시즌스 베벌리힐즈에서 열린 제1회 코리아 컨퍼런스에 참가한 로렌조 메디치 왕자는 취재진과의 인터뷰를 통해 “메디치 가문은 세상을 바꿀 수 있는 문제에 집중한다”며 “농업, 와이너리, 호텔, 부동산 등 외에도 신기술에도 투자하고 있다”고 이 같이 전했다. 메디치 가문의 상속인인 메디치 왕자는 가문의 자산을 운영하는 메디치 패밀리 오피스를 이끌고 있다. 이탈리아어, 영어, 스페인어 등 5개 언어에 능통하고 자동차 애호가이자 패션 디자인,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 재정학 등 학위를 갖고 있지만 그의 큰 관심은 투자를 통해 가문의 자산을 유지하고 나아가 세상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다.

일례로 데이터 민주주의를 내세운 스타트업 ‘쿠베라(Cubera)’에 투자한 게 대표적이다. 쿠베라는 이용자들이 인터넷상의 쿠키 등 데이터를 이용해 이용자 타깃 광고를 할 경우 발생하는 광고 수익의 절반을 이용자에게 돌려주고 있다. 메디치 대표는 “만약 다섯 명의 가족이 인터넷을 하면서 그 과정에서 빅테크가 수집하는 데이터들로 인해 연간 800달러의 광고 수익이 발생하면 절반인 400달러를 가족들에게 다시 돌려주는 것”이라며 “후원금 등이 필요한 종교, 비영리 단체 등에서도 신자나 회원들에게 기대지 않고도 자체적인 재정을 확보할 수 있다”고 전했다.

메디치 가문의 원칙상 절대 투자하지 않는 분야도 있다. 메디치 대표는 “은행을 소유하기 위해 투자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1400년대 메디치 가문은 오늘날의 은행으로 불리는 최초의 금융 프랜차이즈를 설립했다. 널리 통용되는 체크(지급 보증서)를 처음으로 내놓은 곳으로도 유명하다. 메디치 왕자는 “메디치 가문이 지불을 약속하는 체크를 내놓으면서 최초의 현대적 은행을 발명했다”며 “체크를 통해 각 상인들은 서로의 거래 정보를 노출하지 않고도 돈을 안전하게 입금하거나 출금하는 게 가능해졌고 많은 거래들이 높은 보안성을 갖게 됐다”고 짚었다.

메디치 대표는 오늘날 수표의 역할을 가능하게 하는 것을 블록체인에서 찾았다. 2019년 디지털 전문은행 메디치 뱅크를 세운 그는 “블록체인을 활용한 디지털 은행은 오늘날의 중앙은행가 훨씬 안전하다”며 “해커가 중앙 서버를 해킹하는 것은 쉽지만 블록체인 상에서 200명의 해커가 동시에 각각의 장부를 해킹하는 건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사람들이 은행에 가서 시간을 낭비할 필요가 없는 것도 큰 이점”이라고 덧붙였다.

팬데믹 이후 자산 가치가 빠르게 상승했지만 메디치 가문은 ‘자산을 함부로 팔지 말라’는 원칙을 철저히 지키고 있다. 메디치 왕자는 “우리 세대의 이익만을 생각한다면 가격이 올랐을 때 자산을 파는 게 이익이겠지만 메디치 가문은 미래 세대를 생각한다”며 “우리는 수 백년 간 같은 토지와 집을 소유하고 같은 가구를 유지하고 있고 가문의 자산을 보존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대부분의 향수의 원료로 쓰이고 있으며 이탈리아 남부 칼라브리아에서 생산되는 베르가못의 경우 메디치 가문이 대부분 소유하고 있다. 또 투자를 할 때도 자기 자본 조달 비율을 70%로 유지하고 있다. 그는 “팬데믹이 터지거나 급격한 변동성이 있을 때도 외부 조달 비율을 30% 이하로 낮췄기 때문에 큰 어려움이 없었다”며 “메디치 가문은 자산을 공격적으로 화개하는 다른 투자 회사와는 다르다”고 덧붙였다.

한국 시장과의 접점도 늘리고 있다. 그는 “코리아 컨퍼런스 같은 행사를 통해 엄선된 한국 스타트업을 소개받을 수 있어 좋다”며 “이 같은 행사가 늘어나는 게 투자자와 창업자 모두에게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메디치 왕자의 8살 된 딸 만달레나 메디치는 한국계 미국인인 엄마 사이에서 태어나 4분의 1은 한국계다. 딸에 대한 사랑이 유난한 그는 “이어 메디치 가문의 상속인이 될 딸에게 더 많은 한국 문화와 역사를 알려주고 한국의 자부심을 심어줄 수 있는 아빠가 되고 싶다”고 전했다.

◆ 패밀리오피스(Family Office)란 자산가 혹은 기업 오너 일가의 자산을 관리하는 개인 운용사로, 최소 1억 달러 이상의 자산을 가지고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며 미국 록펠러 가문에서 시작됐다. 현재는 메디치 가문 등 자산가도 다양한 분야에 투자하면서 패밀리 오피스 사업을 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정혜진 특파원 made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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