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남친 이니셜?온몸 뒤덮은 용…망한 문신 모으는 의사 [타인라인]
이선화 기자 2023. 8. 18. 07:40
ㅣ망한 문신 선정해 제거 비용 지원
ㅣ"문신은 비가역적인 변화, 장점도 있지만 신중하게 결정해야”
“망한 문신을 사연과 함께 접수해주세요! 영수쌤이 아프지 않게 지워드리겠습니다.”
전 남자친구 이니셜을 새긴 문신, 고등학생 때 친구 엄마가 시술한 블랙암(팔을 까맣게 뒤덮는 문신), 유행이 지나버린 모양의 눈썹 문신. 종류도, 사연도 다양한 이 문신들은 모두 유튜브 '문신 지우는 영수쌤' 채널에서 주최한 '망한 문신 콘테스트'에 접수된 문신들입니다. 성형외과 전문의 박영수 원장(이하 영수쌤)은 이 콘테스트에서 선정된 사람들을 대상으로 시술 비용을 일부 지원하고, 이 과정을 영상에 담아 올리고 있습니다. 첫 영상을 올린 지 7개월, 누적 조회 수는 7천 500만 회에 달합니다. 이런 콘테스트는 어떻게, 아니 왜 시작했을까요.
ㅣ"문신은 비가역적인 변화, 장점도 있지만 신중하게 결정해야”
“망한 문신을 사연과 함께 접수해주세요! 영수쌤이 아프지 않게 지워드리겠습니다.”
전 남자친구 이니셜을 새긴 문신, 고등학생 때 친구 엄마가 시술한 블랙암(팔을 까맣게 뒤덮는 문신), 유행이 지나버린 모양의 눈썹 문신. 종류도, 사연도 다양한 이 문신들은 모두 유튜브 '문신 지우는 영수쌤' 채널에서 주최한 '망한 문신 콘테스트'에 접수된 문신들입니다. 성형외과 전문의 박영수 원장(이하 영수쌤)은 이 콘테스트에서 선정된 사람들을 대상으로 시술 비용을 일부 지원하고, 이 과정을 영상에 담아 올리고 있습니다. 첫 영상을 올린 지 7개월, 누적 조회 수는 7천 500만 회에 달합니다. 이런 콘테스트는 어떻게, 아니 왜 시작했을까요.
“이런 걸 왜 해서...”
영수쌤을 찾아온 환자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입니다. '어차피 지울 문신, 하지 않았더라면 시간과 비용을 아낄 수 있었을 텐데' 하며 말이죠. 참기 힘든 고통은 덤입니다. 영수쌤은 성형외과와 마취통증의학과 두 개의 전문의 자격증을 가진 의사입니다. 이 장점을 살려 수면 마취를 한 뒤 시술을 하고는 있지만, 그럼에도 힘든 과정인 만큼 문신을 하려는 사람들이 이를 알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에서 유튜브를 시작했습니다. “문신 제거는 한 번에 끝나지 않아요. 치과 갔는데 아프면 다음에 가기 싫잖아요. 지울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는 문신은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합니다.”
망한 문신 사연은 다양합니다. 디자인이 마음에 들지 않거나 시간이 흘러 촌스럽게 느껴지는 문신도 있고, 또 원치 않았지만 관계를 망치고 싶지 않아 새긴 문신도 있습니다.
“초등학생 어머니 한 분이 오셨어요. 타투이스트였던 전 남자친구가 자신의 사랑을 확인하기 위해 이 여성분의 몸에 용 문신과 자신의 이니셜을 새겼던 거죠. 거부하면 '너는 나를 사랑하지 않는 거냐' 이렇게 말하면서요. 점점 문신이 커졌는데, 결국 그 남자친구는 잠수를 탄 채 헤어지게 됐다고 해요. 여성분은 지금의 남편을 만나 아들까지 낳고 잘살고 있는데, 아들 보기에도 부끄럽고, 여성으로서도 수치스럽고, 그러다 보니 지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해요.”
최근엔 '하찮은 문신 콘테스트'도 열었습니다. “웃으면 안 되는데 정말 귀엽고 웃긴 문신들이 많아요. 한 분은 오셨는데 아무리 봐도 잘 모르겠는 거예요. 도토리인가? 했는데 '초콜릿 삐져나온 칸쵸'라고 하더라고요. 또 레옹이라든지, 과자 논두렁 포장지에 있는 옥수수라든지, 이런 귀여운 그림들도 있었는데 다들 퀄리티가 낮아 결국 지우러 오셨더라고요.”
지우는 일을 하고 있지만, 문신에 부정적이지만은 않습니다. “긍정적인 측면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해요. 또 평생 간직하고 싶은 걸 새긴 의미 있는 문신은 보기 좋다고 생각하죠. 저는 아이가 셋인데, 일하다 보면 막둥이가 자꾸 생각나요. 문득 '막둥이 얼굴을 새겨서 보고 싶을 때 보면 좋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무래도 환자들을 계속 보다 보니 편견이 많이 사라진 것 같아요.”
실제로 영수쌤은 타투이스트를 찾아 그들의 이야기를 듣기도 하고, 문신 시술 레이저를 자신의 팔에 쏴보기도 하며 그 과정에 대해 이해해보려 노력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이 문신 시술이 음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도 주장합니다. 특히 최근 늘고 있는 미성년자 시술 때문에라도 합법화를 위한 구체적인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현행법상 우리나라에서 문신은 의사만 시술할 수 있습니다.
“미성년자에게 문신 시술을 하는 곳은 강력하게 제재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타투이스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런 곳은 미성년자를 받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손님이 없는 곳이더라고요. 디자인이 예쁘고 안 예쁘고의 문제가 아니에요. 기본적인 위생 개념이라든지, 합병증이 생겼을 때 대처라든지, 이런 부분에 있어 경험이 부족한 경우가 많거든요. 그런데 현재 불법 시술에 대한 개념이 모호해지니, 정말 제재를 해야 할 곳까지도 손을 놓게 되는 거죠.”
문신 인구 1,300만 명(보건복지부 추산) 시대. 영수쌤은 하는 것도 지우는 것도 다 좋지만, 신중하게만 결정하라고 당부합니다. “엄밀히 말해 문신은 안 지워져요. 완벽히 지워지는 경우는 없어요, 아예 없어요. 깨끗하게 지워졌다고 생각하는 건, 그 흉터의 결과가 너무 좋아서 육안으로 구분되지 않는 것뿐이죠. 어떻게 보면 착시입니다. 문신은 영구적이고 비가역적인 변화거든요. 일단 하면 하기 전의 상태로 되돌릴 수가 없어요. 그래서 문신을 하는 것 자체는 괜찮은데 오랜 기간을 두고 신중하게 생각해 보시고 결정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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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인라인 출연 문의 = lee.sunhwa@jtbc.co.kr
(기획: 이선화 / 제작: 김동건 / 촬영: 김동건 안다빈 / 디자인: 천세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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