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지금 화가 나있어’ 그래, 나 T야[스경연예연구소]

하경헌 기자 2023. 8. 18.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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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에브리원-라이프타임 예능 ‘나 지금 화가 나있어’ 포스터. 사진 MBC에브리원, 라이프타임



최근 ‘밈(Meme)’으로 유명한 표현 중 “너 T야?”라는 말이 있다. 이는 사람의 성격을 16가지 유형으로 나눠 설명하는 ‘마이어스-브릭스 유형 지표(MBTI)’에서 유래한 말로 성격유형을 이루는 네 개의 단어 중 세 번째, 판단기능의 ‘T’를 일컫는다.

MBTI에서는 사람의 판단 근거 중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감정(Feeling)’과 ‘사고(Thinking)’를 꼽는데 ‘T’는 좀 더 진실과 사실에 관심을 가지며, 이성적이고 논리적이며 분석적이라는 뜻이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T’가 들어가는 유형의 사람들은 원리, 원칙을 좋아하고 논평을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 성격은 감정적인 공감이 쉽지 않은 유형으로 구분된다. 따라서 “너 T야?”라는 말은 ‘너 이 상황이 공감이 안 돼?’ ‘너 이 상황에서 어떤 감정이 들지 않아?’ 등 다소 매정해 보일 수 있는 ‘T’ 유형의 사람들을 타박하는 뜻으로 쓰인다.

MBC에브리원-라이프타임 예능 ‘나 지금 화가 나있어’에 출연한 방송인 이경규(위부터), 박명수, 배우 권율, 크리에이터 덱스 출연장면. 사진 MBC에브리원, 라이프타임



MBC에브리원과 라이프타임에서 방송을 시작한 예능 ‘나 지금 화가 나있어’는 공교롭게도 이러한 ‘T’ 유형의 MC들을 모아놓은 프로그램이 됐다. 프로그램은 지난 15일 첫 방송에서 멤버들끼리의 토크를 시작하며 성격유형을 구분했는데 방송인 이경규, 박명수뿐 아니라 배우 권율, 크리에이터 덱스에게서 모두 ‘T’가 발견됐다.

이경규는 ‘용의주도한 전략가’로 불리는 INTJ, 박명수는 ‘만능 재주꾼’으로 불리는 ISTP였다. 덱스 역시 ISTP였으며, 권율은 ‘엄격한 관리자’로 불리는 ESTJ였다. 네 사람의 다른 유형은 다 달랐지만, T는 모두 똑같았다.

프로그램은 ‘화풀이 토크쇼’를 추구한다. 연예계에서 버럭과 호통으로 예능의 일가를 이룬 이경규, 박명수와 배우치고는 독특한 콘셉트를 가지고 있었던 권율 그리고 최근 예능에서 두려움이 없는 모습을 여러 번 보여줘 대세로 올라선 덱스가 뭉쳤다. 이들은 ‘화’를 바탕으로 화가 많은 초대손님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면서 현대사회에서 어쩔 수 없이 쌓이는 화를 어떻게 다스릴지 논의하게 된다.

지난주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이경규의 표현은 프로그램의 정체성을 그대로 설명해줬다. 이경규는 “화를 내는 프로그램인데 프로그램의 촬영에 들어가면 화가 안 난다. 오히려 기분이 좋아진다”고 말했다. 이는 자신의 장기인 화가 프로그램의 걸림돌이 아닌 도리어 프로그램의 연료임을 알게 된 거장의 만족감 표현이었다. 실제로 미리 공개된 방송분에서 MC들은 저마다 화를 내고, 서로서로에게도 화를 낸다.

MBC에브리원-라이프타임 예능 ‘나 지금 화가 나있어’ 지난 15일 1회 방송 주요장면. 사진 MBC에브리원, 라이프타임 방송화면 캡쳐



재미있는 것은 공감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T’의 성향이 있는 네 명이 사연을 갖고 출연한 초대손님의 화를 다뤄줄 수 있겠냐는 부분이다. 상대의 화를 풀어주려면 그 화의 원인을 공감해주고 해결책을 제시해야 하는데 우리가 알고 있는 ‘T’의 성향에서는 이를 기대하기 쉽지 않다. 그러므로 오히려 이 문제를 가지고 의견이 맞지 않아 티격태격하거나, 사연을 갖고 온 사람을 타박하는 그림을 그려볼 수 있다.

화풀이 토크쇼를 지항하다 부지불식간에 ‘T의 향연’이 된 ‘나 지금 화가 나있어’는 8부작으로 구성됐다. MBC에브리원의 새 본부장으로 앉은 김구산 본부장의 작품인데 토크쇼에 강점을 보이는 ‘비디오스타’ 이유정PD가 포진해 8부 이후 정규편성도 노린다.

어쨌든 지금 젊은 층이 가장 관심을 보이는 ‘T 유형’의 사람들이 등장하는 토크쇼는 흥미가 있다. 게다가 이경규-박명수의 유명한 ‘박규대전’과 신흥대세 덱스 그리고 MC로서 큰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는 권율의 조합이 신선하다.

공감이 없는 이들의 공감 토크쇼가 어떤 예기치 못한 선로로 질주할지, TV를 보는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가 하나 생겨났다.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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