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소액주주 울리는 CB 불공정거래, 제대로 막으려면
대주주·특수관계인 이득 챙기기에 소액주주 피해 늘어
거래상품 개별 규제는 효과 한계 있어
“땜질식 처방 말고 근본적 주주권리 보호제도 입법 돼야”
소액주주 보호는 선진국에서는 상식...K 자본시장만 제도공백
[이데일리 지영의 기자] 금융당국과 정치권에서 전환사채(CB) 등 메자닌채권을 활용한 불공정 거래를 막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주식 전환 권리가 있는 메자닌 채권 구조의 특수성을 악용해 편법으로 지분을 확대하고 부당이득을 얻는 사례가 잇따라서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문제가 생길 때마다 거래수단 별로 개별 규제를 만들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CB 불공정 거래·편법 활용 잡자”...칼질 들어간 당국·정치권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CB 시장 제도 개선 방안을 연내 마련할 예정이다. 자본시장에서 CB를 편법·불법적으로 활용하는 사례가 무더기로 드러나면서다. 금융감독원이 연초부터 지난 6월 말까지 조사를 진행한 결과 사모CB 관련 불공정거래로 형사고발 대상이 된 건이 11건, 관련 부당이득은 84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명확한 불공정거래 외에도 CB를 편법적으로 활용해 소액주주에게 피해를 끼칠 수 있는 사례를 막기 위한 입법 보완도 뒤따르는 상황이다.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0일 상장사(발행사)가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 시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에게 매수선택권(콜옵션)을 부여할 수 없도록 하는 요지의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또 상장사가 해당 사채를 만기 전 취득하는 경우 이를 재매각하지 않고 즉시 소각하도록 강제하는 내용도 담겼다. 최근 들어 자본시장에서 CB에 콜옵션을 부여해 발행하는 사례가 늘었는데, 여기서 콜옵션만 분리해서 보유하다 제 3자에게 매도하는 방식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증가하기 시작했다. 대주주나 특수관계자가 이 콜옵션을 매수한 뒤 유리한 시점에 지분을 늘리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이처럼 금융당국과 정치권 차원에서 CB와 BW 등을 활용한 불공정거래를 막기 위해 잇따라 조치 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근본적이고 포괄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본시장에서 불공정거래 사례가 나올 때마다 해당 거래 수단을 제재하는 방식은 비효율적이라는 이야기다. 포괄적인 불공정거래 방지책이 있어야 일반 주주들이 부당하게 피해를 입는 사례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는 것.
시장 전문가들은 포괄적인 대안으로 국내법상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에 ‘주주의 비례적 이익’을 추가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주주의 비례적 이익이란 대주주, 소액주주 모두 각자의 주식 1주당 가치를 동등하게 보호하기 위한 개념이다. 현행 상법에 이사의 충실 의무가 있기는 하지만, 주주 권리를 지키는 방향으로 경영 결정을 내릴 의무는 없다. 주주에 대한 충실 의무가 법적으로 규정되면 이사진이 일반 주주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사안에 찬성표를 던질 경우 소송 대상이 될 수 있다.
특히 최근 문제가 된 사모CB 발행의 경우에도 증권신고서 없이 이사회 결의를 거치기만 하면 쉽게 발행할 수 있다. 만약 이사진에 주주 충실 의무가 법적으로 적용되면 대주주나 특수관계인 등의 메자닌 발행이 일반 주주에게 피해를 끼칠 경우 쉽게 동의하지는 못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시장 전문가는 “선진국에서는 이미 당연히 자리잡은 개념인 주주의 비례적 이익 보호가 국내에서만 아직도 도입이 요원한 상황”이라며 “이러니 회사의 모든 결정이 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이해관계를 챙길 수 있는 방향으로 가고, 일반 주주에게 피해를 끼칠 경영 결정을 무조건 통과시킬 수 있는 시장 환경이 조성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빈기범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CB나 우선주 등을 추가 규제한다고 해도 풍선효과처럼 다른 창구를 활용한 불공정거래가 튀어나올 수 있다. 사모 분리형 BW 발행을 금지하니 사모 콜옵션부 CB로 번진 것과 마찬가지”라며 “근본적으로는 개별규제 보다는 포괄적인 방식으로 가는 것이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규제에 더 효과적인 방향”이라고 평가했다.
시장 전문가들이 도입 필요성을 주장하는 ‘주주 보호 의무’ 포함 관련 입법은 국회에 이미 제출된 상태다. 더불어민주당 이용우 의원 대표발의안과 박주민 의원 대표 발의안이 있는 상황. 그러나 재계의 이익과 상충해 도입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일반 주주들의 권리를 보호하는 건 대기업 오너들과 재계 핵심 인사들이 바라는 방향이 아니”라며 “그러니 국회에서 통과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지영의 (yu02@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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