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에 미친 고양이 유토피아에서 탄생한 골프 웨어
‘고양이 미고는 도시의 삭막함에 질려 한적하고 푸른 초원을 찾아 떠나 컨트리클럽 5번 홀이라고 불리는
아름다운 산기슭을 발견하게 된다. 이곳에서 본 인간들은 도심에서의 그들과는 달리 매우 유쾌하고
여유로웠다. 미고는 그들이 즐기는 골프에서 희로애락을 느끼며 골프의 매력에 빠지게 된다.’
이렇게 상상 속의 ‘매드캐토스TM 컨트리클럽’에 사는 고양이 미고를 주인공으로 이야기를 펼치며 골프웨어 시장 개척에 나선 강정훈(50) ‘왁티(WAGTI)’ 대표는 흥미로운 이야기꾼이다. 그는 농구 명문 휘문고에서 서장훈, 현주엽 등과 농구 선수로 활약했고, 뉴욕대에서 스포츠 비즈니스를 전공하고는 삼성전자에서 글로벌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마케팅을 11년간 담당했다.
그리고 2016년 삼성전자에서 함께 일하던 후배들과 스포츠 컬처 콘텐츠 기업 ‘왁티(WAGTI·We Are Greater Than I)’를 만들었다. 그는 콘텐츠 기업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흥미로운 이야기를 브랜드에 녹여 세상에 없던 제품을 만들어내는 그의 솜씨를 볼 수 있는 창의적 브랜드가 즐비하다.
MZ세대가 사랑하는 니치 향수 브랜드를 표방한 ‘SW 19′는 그가 삼성전자 런던올림픽 사무소장 시절 런던 윔블던에 살았던 경험을 살렸다.
그의 말이다. “윔블던 공원에 자주 산책하러 갔다. 브랜드 이름인 SW19은 윔블던의 우편번호이다. 그때 새벽 아침과 점심, 저녁에 따라 달라지는 공원의 향기에 대한 추억을 프랑스 최고 조향사들과 논의하며 만들었다. 향수 이름을 6AM, NOON, 3PM, 9PM, Midnight로 나누고 각기 다른 시간대 이야기와 향을 담았다. 브랜드 메시지는 ‘행복했던 그 순간으로의 여행(Journey to the Moments)’. 2020년 말 브랜드를 런칭했고 매년 2배 이상 매출이 성장하고 있다. 특히 브랜드 스토리에 공감하고, 향들을 사랑하는 MZ 세대 여성의 반응이 뜨겁다. 일본과 홍콩의 유명 브랜드 유통채널에서 제품 판매를 희망하고 있어 곧 진출할 예정이다.”
그는 2005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10년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FC첼시 후원 등 글로벌스포츠마케팅 업무를 했다. 2012년 런던올림픽 때 IOC(국제올림픽위원회) 공식 후원사인 삼성전자의 런던올림픽 사무소장을 맡았다.
이런 경험으로 창업 초기에는 스포츠 마케팅이 주 업무였다. 평창올림픽 후원사였던 KT와 노스페이스의 마케팅을 진행했다. 그리고 IOC와 FIFA(국제축구연맹)의 사업 파트너로 활약하며 올림픽과 월드컵의 역사를 굿즈로 제작해 판매하고 다양한 마케팅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
스포츠 마케팅이나 브랜드 사업을 넘어선 스포츠 컬처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그의 꿈이다. 그는 2018년 축구 매거진 ‘골(GOAL)’의 한국 전개권 및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다. 이듬해인 2019년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 ‘골스튜디오’를 만들어 세계 시장을 무대로 브랜드 사업을 시작했을 당시 고개를 갸웃한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2019년 정식 런칭한 골스튜디오는 인지도가 많이 높아졌고 길거리에서도 자주 보이긴 하지만 여전히 많은 숙제를 안고 있다. 5년 전 축구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출발해 매출 증가를 위해 다양한 시도를 했다. 라이프스타일에서 퍼포먼스 의류로 확장도 해봤다가 축구보다는 패션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축구의 색깔을 좀 줄여보기도 하고 여성 라인업에 집중하기도 했다. 결국 본질을 잊으면 안된다는 결론으로 귀결됐다. 급성장보다는 시간이 조금 더 걸리더라도 브랜드의 정체성과 철학을 다시 견고히 하고 그로 인한 팬덤을 형성하고 그들을 중심으로 확장해 나가고자 목표 설정을 하고 재정비 기간을 갖고 있다. 내년에는 축구 팬덤이 강한 일본과 축구 종주국 영국 시장 진출을 위해 여러 파트너들과 접촉하고 있다.” 최근 명문 e스포츠 구단 ‘T1′과 공식 의류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보다 폭 넓은 글로벌 소비자에게 골스튜디오를 알리는 계기가 됐다.
축구선수를 위한 슬리퍼로 만든 ‘그래비티 밸런스’는 국민 슬리퍼로 성장하며 단독 브랜드 출시를 눈앞에 두고 있다.
발을 많이 쓰는 축구선수가 연습 또는 경기가 끝난 후 발 피로회복을 위해 신을 만한 슬리퍼를 개발하기 위해 고민하기 시작한 제품이 완성도를 높여가며 디자인 특허와 기술 특허까지 받게 된 것. 홈쇼핑 인기 품목이 되면서 ‘국민슬리퍼’ 명성을 얻었다. 축구선수나 다른 종목 운동선수 뿐만 아니라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전국민이 신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골스튜디오가 아닌 독립 브랜드로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그가 올해 골프 웨어 브랜드 ‘매드캐토스TM 컨트리클럽’을 출범하자고 했을 때 사내 의견이 갈렸다. 90%가 의문을 품고 상당수가 반대했다고 한다.
코로나 기간 국내 골프웨어 시장은 연평균 10%가 넘는 고성장을 거듭하며 2021년 5조6859억원을 기록했다. 2022년은 6조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골프웨어 시장 규모만 따지면 한국이 미국이나 일본, 유럽을 제치고 1위다. 그만큼 시장이 크다는 이야기이고, 그만큼 더 이상 빈틈을 찾기 힘든 레드 오션(red ocean)이라는 이야기다.
하지만 젊은 시절 골프 입문 2년 만에 싱글 골퍼(백티 기준)가 된 그는 골프 웨어의 성장 가능성을 크게 보고 있다.
코로나 기간 전통 메이저브랜드를 비롯해 명품, 캐주얼 브랜드들이 줄줄이 골프라인을 출범시켰다. 하지만 예쁜 디자인과 기능성만을 강조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해외 브랜드를 봐도 짜임새 있게 스토리텔링하는 골프웨어 브랜드는 보지 못했다.
이제 코로나 특수 기간과는 다른 상황이 펼쳐질 것이다. 많은 사람이 골프를 시작했지만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이탈하고 있다. 해외 여행이 가능해지면서 국내 골프 시장 규모도 줄 것이다.
그래서 골프웨어 ‘매드캐토스TM 컨트리클럽’의 주 공략층은 이제 막 골프를 시작한 20-30대 ‘골린이(골프+어린이)’보다 오랜기간 골프를 즐기며, 골프의 재미와 문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다. 국내 시장과 동시에 해외시장 공략을 위해 소셜 미디어 채널과 웹사이트에 영문을 동시에 표기하고 있다. 반응은 뜨겁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해외 골퍼들로부터 구입 문의가 늘고 흥미롭게 브랜드를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알게됐다.
골프에 미친 고양이들이 사는 가상의 컨트리클럽 ‘매드캐토스TM 컨트리클럽’은 국내외 유수 브랜드들과 콜라보를 기획하고 있다. 국내시장을 넘어 해외시장에서 파이를 키워 나갈 계획이다. 강 대표는 “골프의류 브랜드에 국한하기 보다는 골프 문화를 잘 살린 골프의류와 라이프스타일의류가 동시에 존재하는 그런 브랜드로 키워나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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