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만에 안보리서 北인권 논의···中·러 “北 인권 논의는 위선” vs 韓 “안보위협”

뉴욕=김흥록 특파원 2023. 8. 18. 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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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러 “北 주민 걱정하면 제재부터 풀라”
韓 “北, 인권 억압해 핵 개발”
회의 후 약식회견에 52개국 참여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 대사(앞줄 가운데)와 황준국(앞줄 오른쪽 두번째) 대한민국 유엔주재대사 등 주요국 유엔대사들이 17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북한인권을 의제로 한 안전보장이사회 공개회의를 마치고 약식회견에 나섰다. AP연합뉴스
[서울경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2017년 이후 약 6년 만에 북한 인권 문제를 의제로 한 공개회의를 개최했다. 한국을 비롯한 미국과 다수의 유엔 회원국들은 북한 인권에 대한 심각성을 우려한 반면 러시아와 중국 등은 “북한 주민의 인권이 우려된다면 대북 경제 제재부터 풀라”는 논리로 미국과 동맹국을 비판했다.

안보리는 이날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한국과 미국, 일본이 공동으로 제출한 북한 인권문제에 대한 토의 안건을 상정했다. 안보리가 특정 의제에 대한 공개 회의를 개최하려면 15개 이사국 중 9개 국이 찬성해야 한다. 다만 이날 북한 인권 공개 토의에 반대할 것으로 예상됐던 중국과 러시아가 반대 입장을 밝히지 않아 북한 인권문제 공개 토의 안건은 절차투표 없이 채택됐다. 미국 등이 러시아와 중국의 반대와 관계없이 이미 안건 채택에 필요한 9개국 이상의 지지를 확보했기 때문에 반대 측에서 굳이 절차투표로 민망한 상황이 연출되는 경우를 피한 것으로 풀이된다.

회의에서는 북한의 인권 침해 상황을 규탄하는 이사국들의 발언이 이어졌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10년 전 북한의 인권 침해가 북 정권에 의해 체계적으로 자행되고 있다는 내용의 유엔 인권 보고서가 나온 이후로 북한의 인권 상황은 나아진 게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구조적으로 인권과 기본권을 부정하면서 북한 정권은 대중의 반대 없이 자원을 불법 대량살상무기(WMD)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데 사용할 수 있다"며 “안보리 결의를 여러 차례 위반한 바 있는 이 ‘전쟁 기계’는 억압과 잔혹함을 바탕으로 힘을 키워가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일본의 이시카네 기미히로 대사는 “북한의 끔찍한 인권 상황은 여전히 그대로이며 심지어 개선의 조짐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며 “북한의 인권 침해는 현대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북한 인권 문제 안건을 공동 발의한 알바니아의 페리트 호자 대사는 “북한 정권은 반복되는 국제법 위반과 인권 침해 행위에 대해 방어만 할 게 아니라 책임을 져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공개회의에 앞서 이 의제가 절차상으로 적절한지 여부를 논의하는 자리에서도 치열한 논리 대결이 펼쳐졌다. 중국과 러시아는 안보리가 인권 문제를 논의하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겅솽 주유엔 중국 부대사는 발언을 신청해 “유엔 안보리의 주요 책임은 국제 평화와 안보 유지”라고 주장했다. 국제 평화와 안전 유지가 안보리의 설립 목적인 만큼 북한이라는 특정 국가의 인권 문제를 논의할 수 없다는 논리였다.

러시아도 비슷한 논리를 펼쳤다. 드미트리 폴랸스키 러시아 차석대사는 “북한에 인권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미국과 그 동맹국들의 위선”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에 대한 국제 제재 때문에 북한 주민들이 고통을 받는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는 “미국과 일본, 한국이 동아시아 지역에서 군사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황준국 대한민국 주유엔대사는 이같은 주장에 대해 북한 정권이 주민 복지에 써야 할 자원을 핵무기 개발에 사용하고 있는 현황을 언급하면서 “북한 인권 문제와 북핵 문제는 불가분의 연계성이 있다”며 “인권 문제를 다루지 못한다면 핵 문제도 해결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황 대사는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안보리의 방치는 궁극적으로 국제평화와 안보를 위험에 빠뜨릴 것”이라고 반박했다.

각국 유엔 대사들이 17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북한인권을 의제로 한 안전보장이사회 공개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날 회의에서 북한의 인권상황이 참혹한 수준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이의가 없었다. 중국과의 관계가 밀접한 브라질이나 가봉은 북한 인권문제를 안보리에서 논의한다는 점은 부정적으로 봤지만 북한 인권 상황이 문제가 있다는 점은 공통적으로 동의했다. 브라직 측은 “시스템적으로 자행되는 북한의 인권탄압에 대해 우려한다”고 했다.

이날 안보리 회의 종료 후 한미일 등 52개국 대표들은 유엔본부에서 약식 회견을 열고 북한의 인권 상황 개선을 위해 유엔 회원국들의 동참을 호소했다. 북한 인권 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하면서 안보리 이사국이 아닌 국가도 이날 회의에 관심을 가지면서 회견 참여국이 52개국에 달했다.

토머스-그린필드 미국 대사는 회견에서 “모든 회원국이 북한 인권 상황과 국제 평화 및 안보 사이의 연관성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고, 북한 정권이 저지른 행위에 대해 책임을 지우는 것은 물론 대북 안보리 결의를 완전히 이행할 수 있도록 하는 데 동참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한편 북한은 이날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뉴욕=김흥록 특파원 r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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