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현의 꽃] 백일 동안 지고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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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조 단종의 복기를 도모하다 생을 마감한 성삼문(成三問, 1418∼1456)의 시입니다.
바로 여름철 백일동안 꽃이 피고 지는 배롱나무 꽃입니다.
백일 동안 꽃을 피우는 배롱나무는 한 송이가 오랜 기간 피어있는 것이 아니라 어제 핀 꽃이 지고나면 오늘 아침 새로운 꽃이 피는 식으로 백일 동안 서로가 임무를 교대하듯 피고 집니다.
한 여름 작열하는 태양과 폭염에도 굴하지 않는 정열적인 모습은 가히 여름 꽃을 대표한다고 할 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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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조 단종의 복기를 도모하다 생을 마감한 성삼문(成三問, 1418∼1456)의 시입니다.
昨夕一花衰 어제저녁에 꽃 한 송이 떨어지고
今朝一花開 오늘 아침에 한 송이가 피어.
相看一百日 서로 일백일을 바라보니,
對爾好衡杯 너를 대하여 좋게 한 잔하리라.
시에 등장하는 꽃은 무엇일까요?
바로 여름철 백일동안 꽃이 피고 지는 배롱나무 꽃입니다.
그런데 낙엽교목인 배롱나무의 꽃을 백일홍이라고도 부르는데 국화과에 속하는 백일홍과 혼동의 여지가 있다 보니 배롱나무 꽃을 백일홍과 구분하여 ‘목(木)백일홍’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백일 동안 꽃을 피우는 배롱나무는 한 송이가 오랜 기간 피어있는 것이 아니라 어제 핀 꽃이 지고나면 오늘 아침 새로운 꽃이 피는 식으로 백일 동안 서로가 임무를 교대하듯 피고 집니다. 배롱나무 꽃을 보고 있으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한 여름 작열하는 태양과 폭염에도 굴하지 않는 정열적인 모습은 가히 여름 꽃을 대표한다고 할 만합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원예서인 조선시대 강희안(1417~1465)의 『양화소록』에 의하면 당나라 현종이 양귀비보다 더 아꼈다고도 합니다.
배롱나무를 두고 충청도에서는 ‘간지럼나무’, 제주도에서는 ‘저금타는 낭’ 이라 부릅니다. 이는 매끄러운 줄기를 긁어 주면 간지름을 타는 듯 나뭇가지들이 흔들린다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배롱나무 중 대표 격은 천연기념물 168호인 부산시 부산진구 양정동에 있는 수령 800년 된 배롱나무 노거수입니다. 나무는 동래 정씨 시조인 정문도공(鄭文道公)의 무덤 앞 동쪽과 서쪽에 심었던 것인데 나무의 원줄기는 죽고, 주변의 가지들이 별개의 나무처럼 살아남아 키가 8.3m, 8.6m에 둘레가 3.9m와 4.1m에 이릅니다.
배롱나무 꽃말은 색깔에 따라 다릅니다. 붉은 계열은 ‘부귀’, ‘떠나간 벗을 그리워함’ 이며 흰색은 ‘수다스러움’, ‘웅변’, ‘꿈’, ‘행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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